[도서리뷰] 뿌리 Roots | 알렉스 헤일리 | 열린책들

in #kr7 years ago

 뿌리 –상,하 l 열린책들 세계문학 42
알렉스 헤일리 (지은이) | 안정효 (옮긴이) | 열린책들 | 2009-11-30 | 원제 Roots (1976년)

 자주 가는 인터넷 동호회 홈페이지의 중고장터란에 책 몇 권을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판매하는 도서목록에 바로 이 책, 뿌리가 있었다. 두 권 합해서 만원이었던가? 아주 어렸던 시절, 흑백 TV에서 방영했던 외화 뿌리가 생각났다.
확인해보니 바로 그 내용을 말하는 알렉스 헤일리뿌리였다.
 
어릴 적 무척 인상적이었던 드라마 뿌리, 그 드라마 덕분에 흑인을 부르는 대명사가 되어 버린 쿤타킨테가 궁금했다. 드라마가 어떻게 끝나는지도 궁금했다.
 
며칠 뒤 집에 도착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상, 하권 합해서 800페이지가 넘는 꽤 많은 분량의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책의 첫머리는 갓 태어난 쿤타킨테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족사회이기에 가능하겠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공동체 생활을 한다. 부족민들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각각 해야 할 일이 명확하고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에 최선을 다한다. 이 부분이 책 전체 분량을 기준으로 하자면 책 초반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마도 아프리카 부족, 즉 노예로 끌려오게 된 흑인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처럼 미개하거나 원시적인 종족이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 잘 갖추어진 문명을 이루어 살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후 노예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는 노예선에서의 비참한 생활, 노예로 팔려간 뒤로 겪게 되는 노예들의 일상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쿤타킨테에서 시작된 미국 노예 생활은 대를 이어 계속 되고, 비록 노예라는 신분이지만 또 하나의 혈통을 잇는 가계를 이룬다.
이 책의 마지막 즈음에는 이 책의 저자 알렉스 헤일리가 등장한다. 그는 쿤타킨테 가문의 여성과 결혼한다. 그리고 플레이보이지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말콤X라는 흑인인권운동가의 자서전을 집필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 그렇게 흑인 노예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아내의 집안 역사를 알아보고 자료를 찾으며 책을 집필하게 된다.
쿤타킨테가 살던 부족마을을 알아내어 직접 찾아가서 아프리카 부족들의 입을 통해 “쿤타킨테”라는 이름을 직접 듣게 되고, 그렇게 몇 백 년의 시간과 대륙을 건너 만들어진 역사가 다시 하나가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미국의 노예제도, 그리고 인종갈등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런 분야의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책꽂이 한 귀퉁이에 놓인 두툼한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아마 집 근처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서점에서 재고떨이로 싸게 팔아서 집어 온 걸로 기억하는데, 제목이 “맬컴X vs 마틴루터킹”이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대표적인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당연히 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61P
아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항상 고생스러웠나 보다고 쿤타는 생각했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문장은 무척 크게 와닿았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람들의 삶은 항상 고생스러울지도 모르겠다는 말.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갖고 있는 비극이 아닐까?
 
131P
새로 어른이 된 그들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할 줄을 알아야 하고, (성인으로서의 그들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에) 주푸레의 모든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의 안녕을, 마치 그들이 그의 식구이기라도 한 듯,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흔히 아프리카 원주민이라고 말할 때 ‘원시인’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원시인”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미개하다’ 또는 ‘미처 인간이 되지 못한’ 수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늘상 말하는 ‘현대인’보다 훨씬 인간다운 이들이다. 그들은 모든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의 안녕을 식구처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왜 이토록 중요한 임무가 방기되고 있을까?
 
387P
아들에게는 우람한 나무 노릇을 하는 것이 아버지의 임무였다.
아들에게 우람한 나무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이 아버지의 임무라고 한다. 자식에게 늘 든든한 방패여야 하고, 놀이터가 되어 주어야 하며, 더울 때는 그늘도 만들어주고, 비가 올 때는 빗물도 막아주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아버지의 ‘임무’라고 말한다. 나는 그런 아버지일까?
 
411P
그들은 노예 묘지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는데, 쿤타가 알기로는 모든 사람이 이곳 묘지를 피라는 까닭이, 그가 아는 아프리카의 악령과 비슷한 <귀신>이나 <유령>을 무척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쿤타의 부족이 묘지를 피하던 까닭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죽은 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에서였다.
이 부분도 꽤 멋지게 느껴졌다. 우리가 귀신을 두려워 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귀신은 무서운 해코지를 하는 존재라서? 정말 그럴까? 무서운 존재라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처럼 죽은 자들을 배려하는 그런 마음에서 조심하고 삼가는 거라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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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귀신을 만약 본다 하더라도 영화처럼 그들이 죽이진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냥 나의 얘기좀 들어달라고 하는걸지도 몰라요...

막상 직접 본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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