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위노] 8. "시민은 종북세력이 아니다" : 기무사 계엄령 문건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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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시사·상식에 힘을 실어 드릴 나위노(Now We Know)에요. 이 글을 읽고 나면, '나 이거 알아.'라고 말할 수 있게 도와드리려 해요!




8. “시민은 종북세력이 아니다” : 기무사 계엄령 문건


2016년 겨울의 촛불 혁명, 기억하시죠?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향해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며 목소리를 높였어요. 이 목소리는 2017년 3월에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으로 이어졌죠. 촛불이 승리했다며 환호성을 터뜨린 시민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는 후문이 있어요. “탄핵 인용이 정말 사실입니까?” 탄핵 기각을 예상했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을 믿지 못했다고 해요.

왜 박 전 대통령 이야기로 시작했냐고요?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서 이와 유사한 생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탄핵이 기각될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위수령과 계엄령을 검토한 기무사 문건이 세상에 드러났어요. 기무사 문건에는 육군부대, 특수부대는 물론 기갑차, 탱크까지 거론됐어요. 계엄령 포고문도 준비됐었다고 합니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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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으로 촛불을 끈다?


기무사 문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시, 위수령을 통해 촛불시위를 저지하고, 위수령으로 촛불시위가 저지되지 않으면 계엄령을 내리겠다는 시나리오예요. 위수령은 육군 부대를 지정된 지역으로 투입해 해당 지역의 경비와 군부대 시설을 지키는 것이고, 계엄령은 군대 투입된 지역의 행정, 사법, 입법을 통제하는 것을 말해요. 그러니까, 헌재가 탄핵을 기각했는데도 촛불시민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시위를 계속한다면, 위수령과 계엄령을 통해 국가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죠.

얼핏 들으면 괜찮은듯싶어요. 헌재의 판결은 최고 권위를 갖기 때문에 헌재가 탄핵을 기각했다면 국민은 이를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이죠. 만약 국민이 이를 거부하고, 시위를 계속 이어나간다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어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기무사가 문건을 만들었으니,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무사 문건은 크게 두 가지 오류를 저지르고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기무사 문건은 작성돼선 안 되는 문서예요.

시민을 종북세력으로 호도한다


촛불시위는 전 세계가 주목한 ‘평화’ 시위였어요. 시민은 일체의 폭력 없이 정당하게 시위를 진행했죠. 시위가 끝난 거리가 깨끗이 청소될 정도였으니,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한국의 시민의식은 가히 세계 최고라 자부할 만해요. 하지만 기무사 문건 속 촛불시민은 평화적이지 않아요. 기무사는 평화적 촛불시민을 격앙된 종북이라 호도하고, 위수령과 계엄령을 검토해요. 첫 번째 오류입니다.

기무사 문건에 표현된 촛불시민은 종북세력이에요. “촛불-태극기 집회 등 진보(종북) 세력-보수 세력간 대립 지속”이라고 표현하며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종북이라 규정하죠. 이어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은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을 주장할 것이라 예상해요. 또한, 촛불시민을 매우 격렬한 집단으로 표현해요.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결하여 청와대, 헌법재판소 진입∙집거를 시도”할 것이고 “화염병 투척 등 과격 양상 심화”할 것이라 주장하죠. 그렇기에 격앙된 시민을 진압하고 국가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 위수령과 계엄령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기무사 문건이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평화의 촛불시민을 격앙된 종북세력이라 규정한 것부터 잘못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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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상대로 군을 투입한다


기무사가 예상한 대로 탄핵이 기각되어 촛불시민이 격렬해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고 위수령과 계엄령을 발동해 군대를 투입할 수 있을까요? 군은 국경 밖의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조직이에요. 군대는 국경 밖으로 총구를 겨눠야만 해요. 군대가 시민을 향해 국경 안으로 총구를 돌린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에요. 군대가 국경 밖이 아닌 시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 자체가 쿠데타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거죠.

이것이 두 번째 오류입니다. 즉, 시위의 격렬함과 상관없이 시민을 상대로 군 투입을 고려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시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유신의 잔재”라고 말한 이유죠.

기무사의 한 현직 간부가 볼멘소리를 냈다고 해요. “문건 작성이 법령에 근거한 것이라고 누구도 말하지 못하는 기무사 지휘부가 더 한심해 보인다.” 그가 말한 법령은 기무사법 제3조 2항 대(對)정부 정복 작전에 따른 정보업무를 말해요. 하지만 그 현직 간부는 해당 조항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듯해요. 해당 조항을 근간으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12.12 사태를 일으키고 정권을 찬탈한 사실을 말이죠. 해당 근거로 위수령과 계엄령을 검토했다면, 군정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과거를 반복하겠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어요.


기무사 문건은 만들어져서는 안 될 문서였어요. 군정을 겪어본 한국은 이번 사태를 가벼이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함께 지켜봅시다.


아래는 참고할만한 자료와 기사입니다. 읽어보셔도 좋아요.


알아두면 힘이 되는 이야기들

3. "권력좀 나눕시다" : 검경수사권 조정
4. "워라밸 찾아 삼만리" : 주52시간 노동제 시행
5. "뭉치면 위험하다" : 자치경찰제
6. "사회의 일원이 되다" : 양심적 병역거부
7. 최저임금 인상의 거센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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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관련 좋은 글 쓰시네요. 잘 읽고 팔로잉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 자주 뵈어요!

폭동이 발생한다고 해도 경찰의 영역이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군대를 내려서 시민을 진압하겠다는 계획이라니 ...

헌재가 탄핵 기각 했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해도 끔찍해요.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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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글에 수정할 부분이 생겨 댓글로 남깁니다.

비상계엄 선포문에 대통령의 권한대행도 병기돼 있었고,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인용 시의 계엄선포도 고려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네요. 즉, 제가 '탄핵 인용 시의 계획이다'라고 한 부분은 현재 적용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참고할 만한 기사 링크입니다. 들어가셔서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기무사가 '탄핵 인용시'에도 계엄 선포를 고려한 정황이 포착됐다


@eversloth님의 소중한 피드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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