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시에르의 '정치에 대한 열가지 테제'

in #kr5 years ago

자크 랑시에르의 정치에 대한 열 가지 테제 해석

랑시에르의 저서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에 실린 정치에 대한 열가지 테제를 실으며 나름대로 개인적인 해설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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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 Rancière devant des étudiants de l’université d’Amsterdam, 2015

정치 테제 1

정치는 권력 행사가 아니다. 정치는 그 자체로, 즉 고유한 주체 때문에 현실화되며, 고유한 합리성에서 유래하는 하나의 특정한 행위 양식으로서 정의해야 한다. 정치적 주체를 사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정치적 관계이지, 그 역이 아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 “지배하는 일과 지배 받는 일에 참여하는/몫을 가진”자로 정의한 것처럼 정치는 참여/몫을 가짐에 있다. 그러나 정치는 정치인의 권력에 의한 “지배 받는 일로”만 인식되고 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써의 정치는 각 시민 주체는 배제되고 정치의 행위는 사라져버린다. 이 것이 바로 현재의 정치 체제인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보이지 않는, 중간에 있는 이들의 정치 의식은 박탈되어 배제되는 방향의 정치는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

정치 테제 2

정치의 고유함은 대립되는 것들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주체의 실존이다. 정치는 역설적인 행위 유형이다.

  • 정치는 지배한다는 사실과 지배 받는 사실에 참여하는/몫에서 기인한 평등한 자들의 행위인가? 이는 정치의 역설이다. 지배하는 행위를 따라서 참여하는 몫이 주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참여하는 이들은 포에이시스(질료에 형상을 부여하는 제조 모델이 지배하는)와 프락시스()의 정치는 대립되는 것을 뛰어 넘은 행위에서 비롯되는 주체의 실존이다.

정치 테제 3

정치는 아르케 논리와 특정한 단절이다. 그것은 사실 힘을 행사하는 자와 감수하는 자 사이의 ‘정상적인’ 위치 분배와 단절하는 것을 전제할 뿐 아니라, 이 위치들에 ‘고유하게’(적합하게) 만드는 자질들에 대한 관념과 단절하는 것이다.

  • 아르케(arche)는 시작하는, 지배하는 힘이다.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최초의 시작하는 자이며 정치 지배에 대한 자격을 정해져 있다는 논리를 설파한다. 특히 플라톤은 [법률] 제3권에서 통치할 자격들에 대해 네 가지 본성의 차이와 세가지 특별한 자격을 기술한다. 그러나 포퍼가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정치는 어떠한 원리도 기능하지 못하는 예외 상태에 빠지는 전체주의의 위험에 직면한다. 정치는 이러한 아르케의 논리와 단절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작 없는 시작이며, 지배하지 않는 자(지배할 자격 없는 자)의 지배이다.

정치 테제 4

민주주의는 하나의 정치 체제가 아니다. 그것은 아르케 논리와의 단절, 곧 아르케의 자질로 지배를 예견하는 것과 단절하는 것이며, 특정한 주체를 정의하는 관계 형태로서의 정치 체제 자체이다.

  • 민주주의는 정치적 주체가 관계 형태를 맺는 정치를 설립하는 것이다. 테제3에서 선언한 아르케 논리와의 단절뿐만 아니라 그것을 예방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데모스(demos)는 공동체의 명칭 이전에 공동체의 한 부분, 아르케의 힘을 행사할 자격이 없는 빈민들의 이름이다. 정치 주체의 자격은 특정한 계급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호모사케르, 말하지 않아야 하는데 말하는 자, 몫이 없는 것에 참여하는/몫을 갖는 자가 정치의 자체이다.

정치 테제 5

민주주의의 주체인, 따라서 정치의 모체가 되는 주체인 인민은 공동체 성원들의 모임도 노동하는 주민 계급도 아니다.

  • 인민이란 주민의 부분들에 대한 모든 셈과 비교하여 보충이 되는 부분으로서, 셈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셈을 공동체 전체와 동일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민주주의에서 인민(demos)은 정당한 지배 논리를 중단시키고, 틈을 보충한다. 인민은 정치 행위의 현장을 점유하면서 공동체를 사회의 부분적 합을 이끌어왔으나 권력자는 정치 논리로 그 틈을 벌려왔다. 정치적 인민을 탐욕스러운 대중이나 무지한 하층민으로 정의하려 한다. 진정한 정치는 이러한 공백과 잉여를 해석하고 셈을 하며 보충하는데에 달려 있다.

정치 테제 6

만일 정치가 사회적 부분들과 몫들의 분배와 함께 사라져가는 차이에 대한 설계도라면, 그로부터 정치의 존재는 조금도 필연적이지 않으며, 지배 형식들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잠정적인 우연한 사건으로서 도래한다는 사실이 따라 나온다. 또한 마찬가지로 정치적 계쟁(법적인 다툼)은 정치의 존재 자체를 그 주요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이 따라 나온다.

  • 정치 갈등은 상이한 이해 관계를 가진 집단들이 서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체 내에서 부분들과 몫을 다르게 셈하는 논리에 맞서는 것을 말한다. 부자들과 가난한 자들 사이의 싸움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래서 정치적 계쟁은 다른 방식으로 셈하는 범주를 설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위함이다. 여기서 공동체를 셈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사회체를 구성하는 출생, 직무, 자리, 이해의 차이들로 정의되는 실제 부분들과 실질적인 집단들만 셈하는 것으로 ‘치안’이라고 부른다. 두번째는 몫이 없는 자들의 몫을 더하여 셈하는 것으로 이는 ‘정치’이다.

정치 테제 7

정치는 특정하게 치안과 대립한다. 치안은 공백과 보충의 부재를 원리로 하는 하나의 감각적인 것의 나눔이다.

  • 공동체를 셈하는 방식 중 하나인 치안의 본질은 감각적인 것이다. 푸코의 생명관리정치에 의하면 치안은 신체, 생명, 주민이 고려 대상이 되는 생명 권력의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의 목적은 암묵적인 법을 통해서 나눔을 실행하여 분리하고 배제하는 목적이다. 직무, 자리, 존재 방식의 일치 속에서 공백을 위한 자리는 ‘없는’ 것의 배제야 말로 국가적 행위의 핵심에 있는 치안 원리이다. 치안은 정치를 순전히 부정하거나 동일자의 논리와 동일시해서 정치를 끊임 없이 사라지게 만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계쟁은 정치를 치안과 분리함으로써 공백을 생성하게 하는 정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정치 테제 8

정치의 주요 작업은 그것의 고유한 공간을 짜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의 주체들의 세계 그리고 정치가 작동하는 세계를 보이게 만드는 데 있다. 정치의 본질은 두 세계가 하나의 유일한 세계 안에 현존하는 불일치를 현시하는 것이다.

  • 치안은 단순하게 공적 공간에 개입한다. 이러한 공적 공간을 단순히 시위나 참여를 통제하는 목적 없는 공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정치는 이 공간을 주체-인민, 노동자, 시민의 현시/시위 공간으로 변형하게 한다. 이는 공간의 모양과 형태를 바꾸는 것, 명명할 것이 있는 것으로 바꾸는 절차이다. 정치는 감각적인 나눔 위에 계쟁을 통해서 공동체의 나눔을 위한 법의 정초를 위한 계쟁이다. 정치적 현시는 보일 이유가 없었던 것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한 세계를 다른 세계 안에 놓음으로써 분리된 세계들의 차이를 보이게 만든다. 정치 주체를 위한 공적인 장소인 세계를 사적인 장소인 세계에 놓기, 노동자들이 공동체에 대해 말하는 세계를 노동자들이 그들만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고함치던 세계에 놓기, 억압 받는 자들이 소외된 장소인 세계를 억압 받는 자들이 그들의 해방을 하기 위한 세계에 놓기이다.

정치 테제 9

정치철학의 고유함이라는 것이 고유한 존재 방식을 따라 정치행위를 정초하는 것인 한, 정치철학의 고유함은 정치를 구성하는 계쟁을 삭제하는 것이다. 정치 세계를 묘사하는 가운데 철학은 이 계쟁 삭제를 실행한다. 또한 그것의 실효성은 이 세계에 대한 철학적이지 않는 반철학적인 묘사들 속에서까지 이어진다.

  • 정치철학의 고유함은 지배하는 주체가 있다는 사실로 시작/지배의 아르케의 원리는 복구할 수 없는 정도로 분할되어, 정치 공동체는 고유하게 계쟁을 위한 공동체가 된다. 정치철학은 이러한 아르케의 법에 의한 정치적 예외와 동일자를 지향하는 철학의 폭력적인 마주침을 맞이한다. 철학은 보이지 않는 주체들의 현시를 억압하는 역할을 한다. 탈근대 사회에서 정치가 끝났다는 위기에 맞서 정치 철학의 회귀의 주장이 공동체적 공화주의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과 최초의 고유한 아르케 방식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그러나 둘 다 정치철학 최초의 몸짓의 원리와 쟁점도 포착하지 않는 흉내의 반철학적 묘사 일뿐 정치 공백의 위기를 설명하지 못한다.

정치 테제 10

정치의 종언과 정치의 회귀는 사회적인 것의 상태와 국가 장치의 상태 사이의 단순한 관계 속에서 정치를 제거하는 상호 보완적인 두 방식들이다. 합의는 정치의 제거를 가리키는 통속적인 이름이다.

  • 합의의 본질은 감각적인 것과 그 자체의 틈인 불일치를 제거하는 것이자, 아르케에 의한 초과적 주체들을 제거하는 것이며, 보이지 않는 인민(demos)을 사회의 부분들의 합계로 환원하는 것이며, 정치 공동체를 상이한 부분들의 이해와 열망 관계들로 환원하는 것이다. 정치의 종언을 외치는 이들은 합의의 본질을 부정하면서 자신들만을 위한 권력 체제를 이루려는 자들이다. 정치의 회귀를 하고자 하는 이들의 주장도 마찬가지로 정치를 단순히 국가적 실천과 동일시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끊임 없이 정치의 종언과 정치의 회귀를 선언하려 한다. 이러한 테제는 비물질질적이게 된 리바이어던의 승리 앞에서 정치를 애도하고,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에 상응하는 분열되고, 파편화된, 유희적인 형태로 정치가 전환되어야 한다고 결론 짓는다. 정치의 위기는 바로 정치의 종언과 회귀 앞에서 정치 주체의 본질들이 뒤덮어 지거나 사라져버리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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