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선택에 대한 금융공학적인 농담들

in #kr7 years ago

공무원에 몰린다

가끔 금융 꼰대 친구들과 자식들은 뭘 시키지 얘기를 하다 보면,
공무원이나 선생님 같은 안정적인 직장도 하나의 주제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젊은이들이 패기가 없다,
야성적인 기업가 맹수 정신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하지만,
이들이 공무원을 선택하는 것은 금융공학적인 농담을 가미해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직업의 정년 안정성은 연봉을 보는 시각을 다르게 한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게 단지 패기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연봉이 적어서 중소기업을 안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렇게 따지면 공무원 초봉도 높진 않다.
금융공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중소기업 연봉은 훨씬 높아야 한다.
왜냐하면,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채권 쿠폰으로 본다면,
실직 즉 쿠폰을 안 줄 수 있는 권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구조화 채권에서 이를 콜러블이라고 하는데,
콜러블이 붙은 채권 금리는 더 높다.
왜냐하면 콜을 행사할 권리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공학적인 농담으로 다시 정리하면,
불안한 회사에 입사한다는 뜻은,
내 노동력 외에 나를 언제든지 자를 수 있는 권리(금융상품 관점)를 파는 것과 다름없는데,
그 권리에 대한 대가를 전혀 못 받는 꼴이다.
만약,
회사에 잘리거나,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0에 가까우면,
이 권리는 당연히 가치가 없다.
왜냐하면 권리를 행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헐크한데,
상처를 하루 만에 완치 시킬 수 있는 특급 후시딘을 얼마에 팔 것인가?
헐크 입장에서는 완전 무가치한 쓰레기이기 때문에 기념품 역할 밖에 안될 것이다.

어쨌든 선택


지금 세대의 선택은 사뭇 합리적이다.
위 세대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아니 그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오늘 보다 언제나 좋은 내일이 있는 시대에 '안정성'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빨리 자라냐, 더 빨리 자라냐가 문제지.
소멸한다는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면 연봉을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다.
노력 세대는 연봉을 순수 면적 개념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금도 안정적인 직장에서는 그렇다.
개인적으로 신기하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한데,
본인이 평생 받을 총 연봉에 대해서 거의 정확히 알고 있더라.
정년이 거의 100% 보장되는데다가,
능력이 좋던 나쁘던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분 모두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서다.

더 이상 면적이 아니게 되다


만약,
고용이 불안한 시대에 살면 연봉을 면적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선,
내가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대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는 연봉은 선 개념 정도 밖에 안될 것이다.
시간 축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게 된다.
합리적이냐고?
무척 경제적이다.
왜냐하면 가장 주판알 잘 튕기는 트레이딩 바닥에서,
콜옵션 붙은 채권을 평가할 때도 언제나 가장 보수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콜옵션 붙은 채권이 더 비싸고 말이다.
이 콜 가치는 옵션프리미엄인데,
보통 금융 상품이라면 이 가치에 얹어서 준다.
같은 퍼포먼스이면 연봉을 더 얹어줘야 한다.
글쎄 경영적인 관점과는 다르지만,
금융공학적인 농담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Sort:  

안녕하세요 @nomorebet님 반갑습니다~ 중소기업과 공무원에 대한 글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선과, 면개념의 비유가 정말 재밌었습니다.

다만, 금융공학적인 농담 관점에서 보자면,
변동성이 크거나, 방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때,
옵션 프리미엄이 가치를 발할수 있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반해,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변동성(거의 개천에서 용이 날 경우가 드물고)이 크지 않고,
방향성(올챙이급이하더라도 점진적인 우상향 성장 가능성)
역시 우호적이지 않은 판에 속해있기에,
프리미엄의 실질가치가 0에 수렴할 수 밖에 없다 생각됩니다.

하여, 고유의 내재가치가 있는 강소기업일 경우에만 만기구조상(달달이 돌아올 월급날에) 내가격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 일부 프리미엄이 있을 듯 합니다..

당연히,만기구조상 외가격에 속하면,(만기일 권리행사 가능성이, 성장의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속한 이들은) 기가막힌 신기술 개발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아니고서는 국고채급의 공무원(최고 내가격)과는 프리미엄과 기대가치 측정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여, 이러한 말라가는 변동성과 비우호적인 방향성 극복사례가
어쩌면 코인계이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반갑습니다~^^ 종종뵙겠습니다!

아 그러네요, 개천에서 용이 날 경우가 드무네요 하핫.
변동성에 대해서 가치가 낮네요.
흥미로운 답글 감사합니다.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엇, 감사합니다.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보팅 팔로우하고 갑니다^^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글이였다니 놀랐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기득권측인 전경련 산하기관에선 공무원 보수를 낮춰서 맞춰야한다고 결론을 내렸었죠 ㅋㅋㅋㅋ

허허, 해결책이 참 답답하긴 하네요 -_-;;;

일리 있네요. 작은 기업에서는 연봉 프리미엄 대신 스탁옵션이라도 파파팍 얹을 수 있는 문화와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요. 사실상 가치는 더 높게 쳐야하는데,
경영상 현실은 완전히 다르죠.
금융공학상은 더 줘야하는데.

네이버 블로그 팬인데 여기서도 활동하고 계셨네요 ㅎㅎ 앞으로도 계속 좋은글 많이 써주십쇼 ㅎㅎ

씁쓸합니다. 이러한 현실이ㅎㅎ
냉철하게 분석해주셨네요 잘보고갑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뭔가 현실이 되게 답답합니다.

슬픈 현실이네요
제 친구 중에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3년쨰 매달리고 있어요
올해는 꼭 좋은 결과가 있기를..

그 친구분에게 합격의 기운이 오기를 바랍니다 ㅠㅠ

Congratulations @nomorebet, this post is the sixth most rewarded post (based on pending payouts) in the last 12 hours written by a Dust account holder (accounts that hold between 0 and 0.01 Mega Vests). The total number of posts by Dust account holders during this period was 15588 and the total pending payments to posts in this category was $3457.22. To see the full list of highest paid posts across all accounts categories, click here.

If you do not wish to receive these messages in future, please reply stop to this comment.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25
JST 0.040
BTC 92903.81
ETH 3331.70
USDT 1.00
SBD 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