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에 쏟아지는 저주에 대해...(2)

in #kr7 years ago


앞의 글에 이어서...


 
- 아이유라는 어그로 


지금 반대자들이 내보이는 극단적인 반감에는 아이유라는 스타가 지니는 이미지 또한 강력하게 영향을 끼친다. 아이유의 음악은 이전 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고, 어려보이는 외모로 인해 어린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비판에 단골 소재로 소환된다. 그는 동세대-여성 중 최고의 우상이자 넷페미들 진영에게 최고의 빌런이다. 


그의 개인사와 (영악함이라 비난받는) 정신적 조숙함은 <나의 아저씨>의 캐릭터에 적극적으로 반영이 되고 있다. 어린 시절의 궁핍함, 할머니와의 관계뿐 아니라 장기하와의 연애, 김창완을 비롯한 중장년 가수들과의 협업로 인해 형성된 이미지 까지. 그의 개인사 탓에 나이차 많은 남성과의 대화나 갈등은 물론 연애까지 어색하지 않다. 이런 이미지 탓에 아이유는 작품과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으며, 작가와 감독은 그 이미지를 활용하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며 캐릭터를 형성해 니간다.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이유는 보는 이에게 중장년 남성과의 연애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반대자들의 상상력 안에서 20대의 매력적인 여성과 찌질한 중년 남성과의 연애는 (황진미의 말처럼) 꽃미남이거나 재벌이거나를 제외하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그런데 아이유는 불가능해 보이는 로맨스를 말이 되게 만들어주는 빌런이다. 


아직은 두고 봐야겠지만 해명대로 내용이 진행 된다면, 제작진이 말하는 ‘힐링’이라는 것은 캐릭터간의 ‘이해와 화해’를 통한 위안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자들에게 ’한남개저씨-일반에 대한 이해와 화해’라는 옵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상상력 안에서 (비이성적인 정념에 의한...한마디로 정신나간) 연애 외의 호혜적인 관계 성립은 넌센스이며, 이 넌센스가 아이유라는 빌런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반대자들의 인식이다. 


이런 기이한 사고과정을 통해 아이유는 한남-개저씨-기득권에 부역하며 구체제를 강화하는 반동 분자로 규정된다. 아이유는 빌런이어야만 하니 없다는 로맨스를 끝까지 찾아내려 하고, 이에 실패하자 극중 캐릭터간의 이해와 정서적 교류마저 비난하는 해괴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 지안이 요구하는 2천만원 


지안은 도대표에게 동훈과 박상무를 해고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두 당 천만원씩, 총 2천만원을 요구한다. 이 장면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지안이가 통이 작다며 어린티가 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게 단순히 어린탓에 통이 작아서라고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안은 자신의 처지를 연민하지도 않고 구걸하지도 않으며 법에 호소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타인과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고 오로지 자력구제만을 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이 나에게 폭리를 취하지 않아야 하고, 지불한 만큼 결과가 나와야 한다. 때문에 거래가 정당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과감하게 폐기시켜 버린다. 그 태도는 상대가 회사던 사채업자이던 동일하다. 


이 ‘가성비’에 예민한 가격정책은 자신이 소비자일때 뿐 아니라 공급자가 되어도 지켜진다. 그게 IMF 이후 태어나 세월호 사건을 목격하고 성장한 98년생 이지안의 윤리이며, 이 윤리를 지키는 것이 자존을 지켜내는 방식이다. 때문에 값을 메길 수 없는 일에 대한 지안의 가격정책은 시장논리에 의한 폭리가 아니라 자신이 정당하다고 느끼는 만큼이다. 반면 경제적 궁핍함에 몰린 삼형제의 큰형 상훈은 가족과 주변인들의 호의에 기대어 적당히 묻어가며 살아가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지안의 입장에서 저 삼형제는 배부른 투정을 하는 자들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지안이 동훈을 바라보는 표정이 항상 그렇다.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지루한 표정으로 우울해하는 동훈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젊은 세대가 부동산을 가지고 고민하는 중장년, 훈계를 일삼는 386세대를 바라보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지안이 처한 가혹한 부양의 책임은 인구절벽과 급속한 노령화에 처한 그 세대의 미래를 암시하는 지도 모른다. 


황진미의 글에 달린 리플 중 ’해먹을 만큼 해먹어놓고 뭐가 아쉬워서 징징대냐’는 말과 극중 지안의 태도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삼형제와 지안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넷페미와 한남-개저씨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와중에 동훈(이선균)만이 여러 사건을 거친 후 자신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음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순간 지안이 처음으로 미소를 보인다. 캐릭터를 묘사하는 이런 방식이 도대체 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그런 아저씨는 현실에 없고, 한남-개저씨는 모두 성추행범이거나 성추행 예비군이기 때문인가? 


<나의 아저씨>는 반목하고 있는 다른 세대,성별의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려 한다는 의도를 1,2화를 통해 충분히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대단한 ‘젠더관점’에 의한 비난이 빗발친다. 


페미니즘 진영에서 그토록 외치던 ‘남성이나 타인에 대한 의존성 없고, 주체적이며 강인한 여성 주인공’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성이 중년남성과 정서적 교류를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중년남자는 이해나 로맨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며. 그들에 대한 연민은 곧 한남-권력에 대한 옹호라는 극단적인 배제의 논리를 주장하면서. 


이제 2회 했다. 다 보고 얘기해도 늦지 않는다. 제발 지금 보이는 것에 대해 할수 있는 말만 하자. 주장만 남은 평론(이런걸 평론이라고 부를 수도 없지만...)은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과 동의할 준비가 된 이들 사이의 반목만 불러 올 뿐이다.  


(대부분은 그걸 의도 한걸로 보이지만 어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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