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써보는 아이돌 팬덤 관찰기 (1)
안녕하세요. 박박사(@ninetempo)입니다. 저는 아이돌과 케이팝, 대중문화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이 주제로 팟캐스트에 출연해 떠든 적이 있긴 한데 어쨌든 듣보잡 덕후라는 이야기입니다. 가입 후 첫 글을 쓰긴 써야 하는데 요즘은 딱히 재밌는 떡밥이 없어서 뭘 써야 할까 고민 하다가 모모랜드의 사재기와 한터차트와의 갈등이 그나마 화제인것 같아서 2년 전에 써둔 글을 조금 수정해서 다시 올려봅니다.
최근 1,2년 사이아이돌 시장의 3대 지표라 불리는 음원,음반,유튜브에 대한 글들이 많아져서 이제 시의성이 다한 글인것도 같습니다만...;;
이 글은 음원 차트에 대한 이야기, 음반 차트에 대한 이야기 각 두편으로 나눠 올려질 예정입니다. 아예 문외한이신 분들에게는 입문(?)용 글로 적당할 것입니다...2년 전에 쓰여진 글이라 2018년 현재와 맞지 않는 내용이나 수정사항은 글쓴이 주로 첨언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더 강렬한 어그로가 있는 떡밥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심심해서 써보는 팬덤 관찰기 (1)
-부제: 멜론 그래프의 비밀
디씨에는 수 많은 갤러리들이 있지만, 본래의 이름,목적과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진 유저들이 입주(?)해 난장을 벌이는 곳들이 꽤 있다. 그 중 하나가 '기타프로그램 갤러리'라는 곳(줄여서 깊갤...)인데 원래는 따로 갤러리를 만들기 애매한 TV프로그램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 곳은 (그 연유는 알 수 없으나) 온갖 아이돌팬들이 한데 뒤엉켜 이전투구를 벌이는 곳이 되어있다.
혼자 좋아하는 것 보다는 다른 가수와 비교해 우위라는 것을 타자(타 팬덤과 일반인 등...)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도 있고, 누군가 욕을 하며 안티짓을 하고 싶은데 인물 갤러리나 팬카페에서는 타가수 언급이 아예 금지되어 있으니 흘러오기도 했을 것이다.
빠가 많을수록 당연히 충돌 많은데 가장 크게 싸우는 패거리가 빅뱅-엑소 패거리의 싸움이며, 그 다음으로 자주 벌어지는 싸움이 아이유-태연 패거리의 싸움이고, 최근 원더걸스의 부활과 함께 10년 전통을 자랑하던 원더걸스-소녀시대의 싸움이 최근 다시 벌어지는 추세다.
글쓴이 주: 이 글이 쓰여진 2016년에는 그랬고 지금은 주류 세력의 변화가 있는 듯 하지만, 싸움이 계속되는 것은 딱히 다르지 않은 듯. 깊갤이 어떤 곳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
이 싸움의 재밌는 점은 꼭 누군가의 빠 만이 적극적으로 싸움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는 흔히 '대딸'(...)이라는 표현으로 비하 되고는 하는데, 예를 들어 원더걸스의 팬도 아니면서 팬인 척하며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낸 소녀시대를 비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대딸(...)을 하는 사람은 예전에 소시 팬덤에게 굴욕을 당했던 아이유의 팬이 라던가, 에이핑크의 팬이 라던가, 혹은 듣도 보도 못한 누군가의 팬이 라던가...아니면 단순히 소시 안티인 경우도 있더. 하지만 그게 누군지 짐작만 할뿐 디씨의 특성상 누군가로 특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글쓴이 주: 이 익명성이 디씨가 흥하는 핵심이라 고 봐도 될 것이다. 최근 몇년 사이 가장 큰 커뮤니티 중 하나가 된 더쿠(theqoo.net)의 경우 가입 절차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모든 글과 댓글은 익명으로 처리된다. 심지어 팬사이트의 경우도 최근에는 익명제로 운영되는 추세이다. 극도로 익명성에 집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는것도 재밌긴 하겠지만 이 글의 주제와 관련 없으므로 일단 패스하겠다
이곳에서 가장 큰 권위를 인정받는 것은 온갖 지표들인데 그 중에서도 음원차트인 <멜론 차트>, 음반차트인 <한터차트>, <가온차트> 그리고 해외인기의 지표가 되는 <유튜브 조회수>이다. 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싸우다보면 결국 찾는 것은 객관적 지표이며 현재 한국에서 음원에 관련해 가장 높은 신뢰도를 가지는 차트가 멜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멜론 차트의 '순위'로 단순하게 줄세우지는 않는다.
진입순위-낙폭 추이-순위 대비 이용자수- 연간 집계 등등 1차 데이터를 가공한 2차 스탯을 기반으로 굉장 정교한 고급 정보를 토대로 싸움을 벌인다.누군가 1위를 했다고 칭찬하면, 반대편에서는 현재 음원 사이트의 총 이용자수가 성수기-비수기냐, 경쟁 음원의 이용자수가 높냐 낮냐, 누적 수치가 어떻냐, 그래프의 모양이 어떻냐 등을 따져 1위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갑론을박을 주고받는 것이다. 물론 밀리는 쪽도 순순하지는 않다. 그러다보면 그 끝은 온갖 루머와 외모 인격 비하, 패드립이 동원되며 마무리 되는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어쨌든 그 곳에서 '체감 인기'라는 말은 그저 비아냥의 대상일 뿐이다. 객관화 할 수 있는 수치와 분석만이 가치를 인정받는다.
출처: 기타프로그램 갤러리
깊갤에서 제작된 차트 분석 자료들의 예. 굉장히 집요하다. 이 수치는 따로 정리해 제공하는 기관(?)이 없으므로 매 시간마다 유저들이 직접 체크해서 수치를 채워 넣는 엄청난 노가다를 통해 만들어진다.
2.
어떤 스타를 좋아한다는 것이 숫자로 정리된 스탯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아닐진데 요즈음의 팬덤은 숫자싸움에 목숨을 건다. 가수가 앨범을 내면 음원의 순위를 위해 스밍(스트리밍)을 해야하며, 유지를 위해 무한 스밍을 걸어놓고 잠을 자고, 일가친척의 주민번호를 동원해 음악방송을 포함한 온갖 투표에 참여하고, 다운로드 수치를 높이기 위해 음원사이트에서 탈퇴-가입을 반복해가며 재다운을 받는다. 앨범을 구매할 때는 한터 차트에 적용될 수 있는 신나라 레코드만을 이용해야 하며, 앨범이 사재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공동구매의 경우는 영수증과 입금 내역을 인증한다.
대형 팬덤의 '무한스밍'(같은 곡을 무한 반복하는 스트리밍)에 의해 차트의 그래프가 독특한 특성을 띄는데, 멜론 차트 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전체 이용자수가 줄어드는 새벽에는 갑자기 치고 올라오는 팬덤형 그래프가 있고, 오전 8~10시와 오후 5~7시의 출퇴근-등하교 타임에는 신곡이 치고 올라오는 그래프가 그려진다고 한다. 보통 후자의 이 시간대에 강한 가수가 음원강자형 그래프라고 한다. 신곡임에도 불구하고 출근,하교타임에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면 그 음원은 망했다고 봐야한다는 말...
어쩄든, 팬덤이 아무리 크고 영향력있어도 절대 다수인 일반 대중(덕후들 용어로 '머글'이라고 한다.)이 선택한 대세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팬덤 간의 적극적인 정치행위가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이런식이다. 어떤 가수가 컴백을 하면 여러 갤러리를 돌며 컴백 떡을 돌리고 인사를 한다. 그럼 여러 팬덤들은 해당 가수의 음원 스밍을 인증하며 인사를 간다. 그렇게 우호적인 관계를 쌓다가 결정적인 순간 (주로 음악방송의 순위 투표)에 투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우호적인 관계가 쌓인 팬덤은 연말에 연합해 각종 시상식에서 서로 밀어주기를 한다.
디씨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밀어주기를 결정하고 나면 그 상황은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중국-동남아-일본으로 퍼져나가 해외팬들의 투표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한다. 연말 가요시상식 투표는 대형 팬덤끼리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는 시기인데, 이때가 팬덤의 온라인 지도층(?)의 정치력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타이밍이다.이렇게 쌓은 '숫자'들은 팬덤의 규모와 정치력이 크면 클수록 각종 순위, 지표, 수상 내역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아끼는 아이돌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아무튼 한국에서의 조금 하드한 팬질이라는 것은 그런식으로 흘러간다.단순히 내가 보고 즐겁자고 하는 것이 아닌 기필코 1인자로 만들고 말겠다는 이 욕망은 팬들의 과몰입과 과몰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 등이 뒤엉켜 한국식의 독특한 K-팬덤 생태계를 형성한다.
비교적 라이트한 팬들부터 몇년 사이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청장년 남성팬(=아재팬,삼촌팬)에 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제 누구의 팬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한터 초동, 5분차트, 음악방송 순위 점수 구성 정도는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 현재 이 양상은 해외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인데 그 분위기는 해외 인기가 높은 팀의 유튜브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음 글은 <뮤직뱅크와 음반판매의 은밀한 관계> 입니다...
문화 뒷면을 보고 있는 것 같네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무슨... 세력질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