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신과함께, 1987을 보고나서...
2017년에는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상당히 힘든 한해였기에...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세 영화를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망설이고 있었는데, 가장 친한 친구 녀석이 때마침 시간이 되어서 다 볼 수 있었네요.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 강철비
조금은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크게 기대하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남/북 관계 관련 영화들을 보면 늘 비슷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임팩트 있는 무언가가 그 영화 고유의 콘텐츠로 자리 잡히면 특색도 있고, 재미도 있을 텐데 말이죠.
북한의 핵 문제가 워낙 이슈다 보니 영화의 주요 내용은 여러모로 공감을 살만했습니다. 정우성-곽도원 콤비의 연기 궁합도 생각보다 잘 맞았고요.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면 덕분에 너무 긴장하지 않고 볼 수 있어 좋았네요.
특히 마지막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이 영화가 뻔한 영화로 끝나지 않은 아주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돋보인 장면이었지요.... ^^
개인적으로 전쟁이 난다고 난리가 난 상황에서도 건물 안에서는 다들 평화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제 모습일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어쩐지 심란해지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네 안전불감증, 남북관계에 대한 불감증을 표현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 신과함께 - 죄와벌
웹툰을 보긴 했지만,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사람이 죽고 나서 저승에서 진행되는 각종 심판들. 선한 이미지의 차태현 씨가 그 주인공으로 등장한 건 정말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죽음 이후에 어떤 풍경을 그려가며 '삶'을 이야기 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판타지스러운 영화를 엄청 좋아하기에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 영화 연출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딱히 나무랄 데가 없어 괜찮았는데, 전체적으로 판타지 취향이 아닌 분들에겐 조금 산만할 수도 있겠다 싶었네요.
눈물을 펑펑 쏟을까 걱정했는데, 한 줄기 주르륵 흐른 정도로 끝낼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본 날 집에서 한참 동안 제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 1987
6월항쟁을 다룬 영화. 개인적으로 10대 ~ 30대는 꼭 봤으면 하는 영화네요. 이 나이대의 분들은 대부분 이름만 아는 역사적 사실일 확률이 높습니다. 역사 공부 따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요? 이렇게 영화로라도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하네요.
박종철, 이한열, 그리고 6월 항쟁, 우리나라 민주화.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중요한 시점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 이렇게 흘러가지 않았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군부 독재속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뭐든 그냥 얻어지는 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시기에 거리로 나왔던 모든 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가져봅니다.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 왜 영화를 그렇게 만들어놔서 나를 이리도 힘들게 하는지... 그 여운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영화보고 나와서 바로 새해를 맞이했으니, 벌써 몇일이 지났는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랬습니다. 끝나고 잠깐의 시간 동안 사람들이 일어나질 못하더군요. 욕 한마디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는데, 동시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서 꽤나 당황스러웠습니다. ㅋ 아닌 척 하려다가 걸려버린 셈이지요.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그 무언가를 잠깐이나마 주체하기 힘들었네요.
2017년에 많은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올해는 좀 더 챙겨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만 더 있어도 혼영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여의치 않으니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ㅎ
신과 함께 - 뉴욕 극장에 있습니다. 주말에 보러 갑니다.
한국에선 천만 관객을 넘었네요.
즐거운 관람시간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