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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생각중독 18. 이국종 교수가 못 다한 말 -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이 죽는다
‘더 많은 이들의 혜택을 위해 어차피 죽을 사람은 죽이는 게 효율적이지 않은가’와 같은 끔찍한 논리
가치판단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아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 경우에 특히 그렇죠. 개개인의 목숨 하나하나 가치있고 소중한데, 그 가치가 상충되거나 둘 중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게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최소한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만큼은 우리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게 우리가 내는 세금을 받는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의 생각도 반대되는 입장의 사람이 효율성의 가치를 들이대면서 이의제기를 한다면.. 저는 원론적이고 도덕적인 이야기의 반복 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속상해요.
가벼운 병을 가벼이 여기는 것도 정답은 아니고, 중한 병이 드물다 해서 가벼이 여기는 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적어도 아플 걱정은 없어야 한다는, 의료 혜택을 받아야한다는 데는 저도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세금을 내고 국가라는 존재에 권한을 위임한 까닭이지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정된 예산으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향은 만들 수 없겠지만 서로가 이해할만 한 상황은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령 감기와 같은 질병이 너무 보장이 잘 된 나머지 지나친 항생제 사용이 유도되고 도리어 면역체계를 해치는 일도 발생하곤 합니다. 때문에 이를테면, 감기에 대한 보장을 조금 줄이고 그 몫을 중증환자들에게 나눠준다면 앞서말한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 같은 발상의 나눔을 병원들은 이익의 감소로 해석해 다른 부작용을 낳을 확률이 더 높겠지만요...(이국종 교수가 다른 의사들에게 '꼴통'소리를 듣는 이유기도 합니다) 참 여러모로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