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래의 인문학 강의[016]: 제1장 역사 || 사회와 개인 4

in #kr6 years ago

제1장 역사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 그렇다면 오늘날, 역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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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란 무엇인가를 묻는 이유
▷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 사회와 개인 1 : 객관적일 수 없는 역사의 객관성
▷ 사회와 개인 2 : 개인은 그가 속한 사회의 대변인이다
▶ 사회와 개인 3 : 몸젠이 로마사를 더 쓰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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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란 무엇인가를 묻는 이유
  •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 사회와 개인
    1. 객관적일 수 없는 역사의 객관성
    2. 개인은 그가 속한 사회의 대변인이다
    3. 몸젠이 로마사를 더 쓰지 않은 이유
    4. 『로마인 이야기』 속의 몸젠




  • 『로마인 이야기』 속의 몸젠

    시작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였습니다(여기서는 더 이상 다루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마지막은 콜린 매컬로의 『로마의 일인자』(전4권)이었어요. 시오노 나나미의 픽션 같은 논픽션과 달리 분명히 픽션이지만 역사학자들에게도 대단한 찬사를 받았죠). 역사책이라 주장하는 역사소설이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이라 비판적인 평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카가 말했던 방식으로 규정하면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역사를 ‘우익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현실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지식인을 혐오하는 일본인의 관점’[1]에서 쓴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을 비판했던 김경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로마사 속에서 일본사를 읽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자유와 평등의 이념과 그를 위한 투쟁보다는, 집단과 지도력에의 순응을 제1의 덕목으로 삼아 군사대국, 경제대국의 길을 모색해온 일본의 선택을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정당화하려던 것이 아닐까?[2]

    이 글의 목적은 서평이 아니니 한 가지만 짚으려 합니다. 이 점이 이 책의 허구를 짚어보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어서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제1권에서 자신이 아마추어이고 그래서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소설’처럼 쓰는 것이 허용된다고 ‘장담’합니다.

    확실한 사료의 뒷받침이 없으면 다룰 수 없는 학자나 연구자와는 달리, 우리는 아마추어다. 아마추어는 자유롭게 추측하고 상상하는 것도 허용된다.[3]

    그렇지만 『로마인 이야기』는 우선 ‘소설’이 아닙니다. 작가도 인정했듯이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에요. 실제로 로마의 역사를 일반인을 위해 쉽게 쓴 통사입니다. 게다가 마치 로마사를 연구한 학자와 같은 평가도 서슴지 않아요. 그러면서 꽤 방대한 참고문헌을 제시합니다. 적어도 역사를 쓰겠다는 태도를 보이기는 했다는 거지요. 그런 참고문헌을 제시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역사(이야기)를 쓰려고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사료를 정리하고 조합하는 단계에서 이미 상상력에 호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상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픽션을 쓰는 것이 아닌 한, 역사 그대로와 역사 초탈은 명쾌하게 딱 잘라 결론지을 수 있는 명제는 아니다.[4]

    시오노 나나미는 교양을 위한 통사를 쓰면서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 형태로 쓰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료에 맞게 쓰려고 하겠지만 가끔은 마음대로 상상해서 쓰기도 하겠다는 것이지요(그런데 완간된 이후에는 자기가 쓴 글은 ‘여러 가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른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했어요. 입장이 좀 오락가락합니다). 그렇지만 로마사 전공자의 관점에서 보면 “책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오류들을 시시콜콜 따질 생각은 추호도 없을”[5]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 점은 일본의 역사학자도 마찬가지입니다.[6] 이 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비판 내용에 관심을 가진다면 역사학자인 주경철의 책,[7] 로마사 전공자인 김경현이 『역사비평』에 썼던 글,[8] 그리고 나무위키에 정리된 것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9]


    [1]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서가 아니라 이런 정도로 제 의견을 정리합니다. 물론 제가 읽고 나서 가진 판단입니다. 언젠가 필요하다면(요즘 누가 관심을 가지겠어요?) 쓰긴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미 제기된 비판의 글을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 이후에 언급하는 세 글을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2] 김경현, <‘시오노 나나미 현상'과 역사 바로 읽기>, 『역사비평』, 1997년 여름호. p. 174.
    [3]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김석희 역), 한길사, 2015. 146쪽.
    [4]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2』(김석희 역), 한길사, 471쪽.
    [5] 김경현, 앞의 글. 166쪽.
    [6] 일본어판 위키피디아에서 ‘ローマ人の物語#評価’ 항목 참조.
    [7] 주경철,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 인식 1, 2>, 『테이레시아스의 역사』, 산처럼, 2002년.
    [8] 김경현, 앞의 글.
    [9] “나무위키/로마인 이야기”와 “나무위키/로마인 이야기/비판” 항목 참조.


    (C) 강창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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