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지구에 와줘서 고마운 그 얼간이

in #kr7 years ago



이번 영화의 제목은 'PK' 다.

한국어 부제는 '별에서 온 얼간이'로 되어있다.

부제를 만든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다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다.

주연배우가 '아미르 칸'이다.

사실 이 배우는 '세 얼간이'로 한국팬들에게도 나름대로 익숙한 인도 배우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홍보효과를 위해 그런 부제를 달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든 다른 나라든 마케팅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돈이 된다 싶으면 다 가져다가 쓰는 경향이 있다.

뭐..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경향이 꼭 욕먹을 일만은 아니다.

다만 너무 대놓고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은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유쾌하다.

아미르 칸이 웃기기로 작정했다면, 그 영화는 오락영화로 충분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볼리우드 무비나 아미르칸의 많은 작품이 그러하듯, 넌지시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이 영화의 '떡밥(??)'은 나름 무거운 편이다.

'종교''편견'에 관한 떡밥을 던져줬고, 나는 그 떡밥을 물어버렸다.


1.종교


피케이의 목적은 굉장히 단순하다.

그는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이다.

그런데 우주선을 호출할 수 있는 리모콘을 도난당하고 말았다.

피케이는 그 리모콘을 찾아서 잠시 머물던 지구를 떠나길 희망한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리모콘을 찾는 여정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무리 외계인이라 해도, 미지의 땅 지구에서 리모콘을 찾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했다.

피케이는 전지전능하다는 신을 통해 리모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필이면 리모콘을 잃어버린 곳도 신의 나라, 인도였으니 말이다.

피케이 입장에선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신에게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피케이의 수많은 노력과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고, 피케이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과연 신은 있긴 한가?


만약 이 질문에서 머물렀다면, 솔직히 재미없었을 것 같다.

신의 존재에 관해 다룬 작품 너무 많았고, 약간 뜬구름 잡는 이야기의 연속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조차도 나의 '편견'에 근거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신을 다룬다.


인간을 만든 신(진짜신) VS 인간이 만든 신(가짜신)


사실 이 영화가 인도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하고 교과서적인 선택에 가깝다.

아무리 인도 국민배우를 주연으로 했다고 해도, 인도에서 '신' 자체를 부정하는 건 위험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래서 훌륭하게 스탠스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만든 신을 통해 현존하는 종교들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종교인들과 논쟁하고 싶지 않아서 마음 속에만 두고 있던 말들을 '피케이'와 '자구'의 입을 통해 시원하게 뱉어주고 있다.


종교는 '두려움''불안'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종교는 사제(대리인)을 통해서만 신과 소통하며, '돈벌이'를 최우선시 한다.

결국 사제가 신에게 거는 전화는 '잘못된 번호'다.


한국에는 '무신론자'가 제법 많다.

그래서 당당하게 무신론자라고 말해도 눈치볼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런 한국에서도 방송이나 언론에서 종교 관련해서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하는 것이 쉽진 않다.

현실에서 수많은 무신론자가 존재하겠지만, 방송과 언론은 종교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인도는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피케이의 주장에 사제는 '신이 없는 공허함'은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묻는다.

신의 존재 때문에 행복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빼앗을 거냐고 피케이를 압박한다.

그런데 이 사제는 피케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논점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피케이는 신이 없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피케이는 "인간을 만든 '진짜신'과 인간이 만든 '가짜신'이 다르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스스로 신의 대리인이라고 말하는 사제들이 신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을 따름이다.

그런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사제는 이걸 모르지 않지만, 논점을 다른 주제로 비틀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제는 더 나쁜놈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신이 없는 공허함', 결국 이건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

이 영화에서 정확하게 두가지 예가 등장한다.

어떤 남자가 아픈 아내를 걱정하며, 사제에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묻는다.

사제는 멀고 먼 고산지대로 아내를 데려가서 신에게 기도하라고 조언한다.

이건 무슨 개소리인가?

아내가 당장 오늘내일하는 상황인데. 그 힘든 곳까지 어떻게 데려가란 말인가?

차라리 아내의 남은 여생을 옆에서 함께하면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해주는 게 남편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 아니겠는가?

고산지대까지 가서 신에게 기도하면 아내가 건강해질 수 있는 건가?

현대의학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그 사제의 말은 그냥 '사기'일 뿐이다.

사람의 빈자리는 사람으로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이 사제라는 작자가 하는 말이 하나같이 개소리다.



2.편견


또 하나의 사례는 편견의 강력함과도 관계가 있다.

바로 주인공 자구의 사랑이야기이다.

벨기에에서 만난 자구와 사파라즈는 우연한 기회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자구는 인도인, 사파라즈는 파키스탄인이다.

심지어 자구는 힌두교, 사파라즈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국가, 종교, 문화 갈등이 모두 모였다고 볼 수 있다.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자구와 사파라즈는 망설인다.

자기들이 사랑한다고 해도, 비극적인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요즘 젊은 사람들은 안그러지~" 이렇게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서 유학까지 갔던 사람들도 결국 인도와 파키스탄의 문화적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런 종교적인 환경에서 살았다면, '결정론적 세계관'에서 빠져나오는 건 정말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구와 사파라즈는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한다.

결정론적 세계관을 탈피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의 문을 연 것이다.

그러나 아직 여러 단계의 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간단한 의사소통의 문제만으로 그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결혼이라는 힘든 결정까지 한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국가,종교,문화적 편견의 힘은 강력하다.

편견에 사로잡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역설적으로 그런 편견을 이겨낼수 있는 것도 '사람의 힘'이다.

자구는 사파라즈와의 전화 한통화로 너무나 쉽게 오해를 풀수 있었다.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진심을 느끼고, 현재와 미래를 함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 신이 인간에게 절대로 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3.볼리우드 무비


사람에 따라서 볼리우드 무비의 뮤지컬적인 요소가 거슬릴 수도 있다.

영화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거나, 때로는 심각한 상황에서 다소 경박해보인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뭐..어느 정도 일리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 5분 안에 영화를 담고자 노력했다면, 약간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5분짜리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들이 표현하는 가사에 집중하면, 그 영화의 이야기가 보인다.

경박스러움이 유치해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유치함을 살짝 걷어내면, 탄탄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개인차는 폭넓게 존재한다.


종교와 편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다면, 영화 'PK'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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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편견에 대한 생각. 세얼간이 참 감명깊게 봤었는데 말이에요. PK 도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 )

세얼간이도 무척이나 재미있죠.
세얼간이에서 라주가 마지막부분에서 종교에 대한 의존과 두려움을 벗어나는것과 결을 같이 한다고 말씀드려도 될 것 같아요.
생각보다 볼리우드 영화들이 찾아보는 맛이 나는 작품들이 제법있습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루 잘 마무리하시고,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괜히 발리우드가 아닌가봐요 ㅎㅎ 네. minsky님도 하루 마무리 잘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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