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피엔스(4)]누구의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볼 것인가?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사피엔스의 마지막 챕터다.

현대과학과 전통지식의 차이점으로 시작한다.

'전통지식'이라..

이책에서 유발하라리는 단어 선택을 통해 뉘앙스를 결정한다.

유발하라리는 처음부터 현대과학은 전통지식과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걸 전제한다.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유발하라리가 '누구의 관점'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이 책 초반엔 마치 관찰자인 것처럼 접근한다.

하지만 4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전혀 관찰자스럽지 않다.

아니다. 관찰자스럽다는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아무튼 차이점의 핵심은 '무지'를 인정했던 '유럽인'이다.

그리고 유럽인과 비유럽인은 생각자체가 달랐다고 말하고 있다.

그 생각이라는 건 '호기심'이라는 오묘한 단어로 표현된다.


유발하라리가 비유럽인과 전통지식을 비판하는 방식은 이런 식이다.

일단 지역에 관계없이 현대과학과 구분되는 전통지식은 '무지'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리는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고, 자신이 당장 모르더라도 훌륭한 스승을 구하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이게 왜 무지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걸까?

사실 나는 어딘가에 진리가 있다는 식의 생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훌륭한 스승을 만나서 배우는 일이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나는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뭔가 배우겠다는 태도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나?

유발하라리는 이런 예상가능한 반박에 대한 해명없이 얼렁뚱땅 그냥 넘어간다.



또한 유럽인과 비유럽인은 사고방식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뭐..사고방식은 사회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생각이라는 게 '호기심'으로 표현되었다.

네이버에 호기심이란 단어를 검색해보자.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이게 비유럽인에게는 매우 부족했고, 유럽인에게는 특별하게 많았다는 얘기다.

나는 이 주장이 명백하게 '틀렸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호기심을 설명하기 위해 현대과학과 제국의 결합을 예로 들고 있다.

만약 그가 솔직했다면, 호기심대신 '욕망'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어야 했다.

탐험이라는 단어도 인정해줄 수는 있지만, '정복'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했다.

이런 부분을 본다면, 그가 어떻게 욕망과 정복을 미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처구니 없는 예를 들기도 한다.

유럽인과 비유럽인을 '사고방식'을 비교하면서 지도를 꺼내든다.

유럽의 지도는 비유럽에서 그린 지도와 달랐다는 주장으로 시작한다.

대표적인 차이점은 공백에 대한 해석이다.

그는 이 공백이 '무지'에 대한 인정이며, 호기심이 작용하여 탐험하러 갔다고 말한다.

이 주장만 듣고 보면, 그럴듯하다.



그런데 그가 주장하는 탐험은 누구의 돈을 받고, 누구의 이익을 위해 출발했는가?

콜럼버스가 자기돈으로 항해했나?

과학기술과 탐험에는 막대한 돈이 투입된다.

그런데 투입된 돈을 모두 선의로 해석할 수 있을까?

유발하라리는 결국 정치적,경제적,종교적 목적이 있다고 고백해버린다.


그렇다면 호기심, 탐험을 결정하는 것이 현대과학의 발전을 위한 순수한 마음은 아나지 않을까?

유럽이 행한 제국주의적 행동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선의로 해석하는 그가 비유럽에 대해서는 뭐하나 좋게 말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00년간 유럽이 비유럽을 역전하고, 지배한 것에 대한 통쾌함마저 느껴지는 그의 태도는 나의 기분탓인가?


왜 그가 1~3부에서 제국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4부에서 본격적으로 제국과 자본주의의 환상적인 결합에 대해 '전도'하고 있었다.

실제로 제국을 제국주의로 치환해도 맥락을 이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는 유사한 점이 많다.

게다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는 모두 현대과학의 서포트를 받는 입장이다.

왜 그가 굳이 현대과학과 전통지식을 구분했고, 현대과학을 혁명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가치중립적이고 건조한 것처럼 제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국주의자의 '노력'이 없었다면, 많은 지식과 역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섣부르게 그들이 선한지 악한지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유발하라리는 비슷한 입장을 자본주의에도 투영시킨다.

그래서 본심은 언제나 들키는 법이다.

제국과 자본주의의 결합은 나름 '윈-윈'이었다는 말로 입장을 정리한다.

실제로 유럽에서 성장한 자본주의가 세계를 제패하는 과정에서 제국과 결합되는 부분을 설명하는 것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노력','호기심','탐험' 등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미지를 희석시킨다.




사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다단계처럼 피라미드 구조이며, 명령체계는 전형적인 Top-Down 방식이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이 퍼져나가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은 역시 리더의 '욕망'이다.

리더의 성향에 따라 조직은 언제든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욕망'이 존재한다.

그 욕망이 좋게 발현되면 '성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탐욕'도 될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하는 구조다.

게다가 현대과학의 결합으로 트라이앵글을 형성하면, 언제든 '파멸'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유발하라리는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은 과감하게 생략한다.


고전학파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도 여러곳에서 확인된다.

이상하게 고전학파의 주장을 가져다 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담스미스만 거론하는 걸까?

맬서스,리카르도,세이 등 많은 학자가 존재함에도...

그나마 아담스미스가 주장한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지도 못하면서 가져다쓴다.

틈만 나면, '국부론'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다.

실제로 아담스미스는 공정거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고용에 대한 입장도 확고했다.

국부론은 고용이 뒷받침된 자유방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과학기술의 발달을 그의 이론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고용이 증가하지 않아도, 다른 요인을 통해 생산량을 '충분히 많이' 증가시킬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건 당시 아담스미스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다.

당시 사회에서는 아담스미스의 견해가 매우 '혁신적'일 수 있었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결국 수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유발하라리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유발하라리가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또 다른 힌트는 '폭력'을 보는 그의 시각에서 드러난다.

그는 '물리적인 폭력'이 줄었다고 말한다.

어? 전쟁이 줄은 것은 사실이잖아?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럴까?

그 주장에 반박되는 수많은 근거와 책들이 이미 존재한다.

게다가 그가 그렇게 물고빠는 현대사회의 제국인 '미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단 한차례도 전쟁을 쉬어본 적이 없는 나라다.

누군가 미국을 '전쟁국가'라고 말한다고 해서 이상할 게 전혀 없다는 얘기다.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을 CIA공작에 아직도 사용하고 있고, 그로 인한 사상자는 전쟁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그리고 만약 미국이 어떤 나라에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겠다고 선언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경제적인 폭력'이 물리적인 폭력과 뭐가 다른가?

지금처럼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겠다고 한다면, 희생자가 얼마나 될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건 폭력에 노출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걸까?

'공식적인 전쟁'이 줄었다고 '물리적인 폭력'이 줄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발하라리는 역사학자다.

역사는 수시로 반복되고,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는 중요한 학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역사학자가 미래를 예측할 때,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만을 고려하면,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피엔스는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솔직히 4부 중후반부터 재미가 없었다.

유발하라리의 필력이 갑자기 약해져서? 그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자꾸 모순되는 그의 주장 때문에, 내용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던 것 같다.

결국 유발하라리가 유발하라리를 막은 셈이다.


비록 내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긴 했지만, 기존의 딱딱한 역사책보다 재미있다는 단언할 수 있다.

또한 거시적인 인류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다면, 추천해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미시적인 섬세함을 기대하지 않은 것이 좋다.



[책-사피엔스(3)]모순은 문화와 질서를 변화시킨다.

[책-사피엔스(2)]역사상 최대의 사기, 그리고 덫

[책-사피엔스(1)]'모르겠다'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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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부활!
Kr-gazua태그에서는 반말로만대화한대요^^ 재미있는 태그라서 추천드려요

넵!
저도 글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반말로만 대화하는데..말씀주신 태그 활용해봐야겠습니다.^^
슬슬 벚꽃이 피기 시작한 주말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짱짱맨 부활 화이팅
감사합니다.

@minsky 님의 독서평 잘 보았어요~ 많은 생각이 드네요

방문과 댓글 감사드려요.
보보님. 주말 잘 보내세요^^

유럽이 여러면에서 선진문명을 이룩한것은 사실이나 무조건적인 맹신은 아니라고 생각하네요. 그들이 중세시절부터 어떤사회를 형성했는가에 대한 공부를 좀더 해봐야겠네요. 팔로 & 보팅 누르고 갑니다.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

반갑습니다.
댓글감사드립니다.
저도 팔로우했습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자주 소통하면서 스팀잇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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