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맨스시리즈(1)]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유 달의 강박증 극복 여정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1.혼자하기 어렵다면, 기꺼이 도움을 받자!


농구하다보면,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어차피 같은 2점이지."

맞는 말이다.

1:1 상황에서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방을 제친 후, 나보다 큰 상대방 센터를 상대로 더블클러치로 멋있게 득점에 성공한다고 하여 4점이나 5점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만약 1:1에 자신이 없는 선수라면, 빈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오픈찬스를 살릴 수 있도록 슛정확도를 올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팀 포인트가드가 찔러주는 어시스트를 잘 받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NBA에는 그런 캐치앤슈터가 많이 있다.

또한 그들은 팀에서 중요한 롤플레이어로 인정받는다.


영화 초반, 고독하고 독선적인 부분이 유달을 화려한 에이스 타입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유달은 에이스 타입이 아니다.

에이스는 힘든 상황을 홀로 책임지며,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유달은 굳이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자신이 만든 성안에서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을 에이스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유달은 입체적인 인물이다.

영화 초반과 후반의 유달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다.

그 증거는 캐롤,비숍과의 관계의 변화로 판단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유달은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로 묘사된다.

그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이부분에서 유달이 캐치앤슈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 캐치앤슈터가 되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빈공간을 찾아서 이동했을 때, 패스해줄 수 있는 훌륭한 포인트가드가 있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는 캐롤의 아들(스펜서)와 비숍의 반려견(버델)이 그런 역할을 맡고있다.

유달은 차별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동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현재 한국사회로 치면 '개저씨(??)'에 해당된다.

강박에 시달리고 있으니, 성격도 좋을 리가 없다.

그런 유달도 캐롤 앞에선 순한 양이 된다.

캐롤은 유달에게 유일한 안식처다.

하지만 캐롤은 아픈 아들 때문에 연애하기조차 쉽지 않은 여자다.

천식에 시달리는 아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아들이 어떻게 포인트가드 역할을 해줄 수 있었을까?

스펜서는 유달과 캐롤이 마음을 나누고 확인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줬다.

유달은 아픈 스펜서 때문에 힘들어하는 캐롤이 걱정된다.

스펜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유달과 캐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유달은 자기 작품 편집인의 남편이 의사라는 점을 활용해서 스펜서를 치료해준다.

금전적으로 힘들어 할 캐롤를 위해 치료비까지 모두 부담한다.

그렇다고 그 흔한 생색 한번 내지 않았다.

유달이 캐롤에게 호의를 베푸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계속 캐롤을 보고싶기 때문에..



그렇다면 비숍과의 관계는 어떻게 개선될 수 있었을까?

비숍은 유달의 옆집에 산다.

화가이자 게이다.

차별적 발언을 입에 달고 사는 유달에게 비숍은 절대 가까워지기 어려운 사이이자 놀림감이다.

그런 비숍에게 강도가 들었고,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기간동안 유달이 비숍의 반려견(버델)을 보살피게 되었다.

유달은 자신만의 성에 버델이 들어온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

하지만 산책 중, 자신처럼 선을 밟지 않는 강아지를 보면서 이유 모를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느낀다.

강아지가 유달의 집에 들어온 이후, 글까지 잘 써진다.

시간이 지나 비숍은 퇴원했고, 버델과의 짧았던 동거도 끝이 났다.

유달은 이상하게 심리적으로 다시 불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비숍이 좋아서가 아니라, 버델을 보기 위해 비숍을 먼저 찾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스펜서와 버델이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캐롤,비숍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 없었다는 건 명백해보인다.



2.사랑은 언어


영화 속 캐롤은 참..답답한 인생을 살고 있다.

아빠 없이 천식에 시달리는 스펜서를 키워야 한다.

거기에 친정엄마도 부양해야 한다.

스펠링도 잘 몰라서 사전을 찾아가며 유달에게 감사편지를 써야 한다.

그만큼 배운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식당 종업원 정도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돈도 많이 벌지 못한다.


이런 캐롤은 항상 칭찬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본질은 칭찬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캐롤에게 유달은 작가답게 명대사를 날려준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


최고의 칭찬이라며 감동받는 캐롤의 모습을 보면서, 캐롤은 칭찬이 아닌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멘트도 인간관계에게 서툰 유달로 인해 분위기는 다시 엉망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볼티모어로의 여행에서 돌아온 유달은 새벽에 캐롤에게 찾아간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새벽에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유달에게 캐롤은 집을 허락한다.

하지만 유달은 산책과 대화를 선택했다.

여기서 유달은 캐롤에게 다시 한번 최고의 감동을 선물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당신의 장점을 알고 있지.

그들이 보지 못하는 당신의 진짜 모습을 말이야.

그런 당신을 알고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행복이거든.


결국 유달과 캐롤은 서로에게 달콤한 키스를 선물한다.

키스하면서 유달은 자연스럽게 도로의 경계선을 넘어가버린다.

강박증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때 막 문을 연 빵집에 유달과 캐롤이 들어가는 장면이다.

유달은 아직 강박증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면서 빵집에 들어간다. 

변화는 그런 것 아니겠는가?

변화된 상태가 아닌,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3.여행이 주는 변화



비숍의 사정때문에 유달,캐롤,비숍은 볼티모어로 여행을 가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의심의 여지 없이 유달과 캐롤이다.

하지만 여행으로 인해 비숍도 당당하게 주인공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비숍은 유달 못지 않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 비숍은 여성적이고, 나약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잘못된 편견이지만, 보통 사람이 게이를 보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지만 여행에서 화가로서의 영감을 회복한 비숍은 달라졌다.

캐롤에게 갈까말까 고민하는 유달에게 비숍은 거침없이 조언한다.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누구를 사랑하는지 정확하게 아니까..

당장 그녀에게 달려가서 좋아한다고 말해라.

당장!


비숍은 도전적이고 강력하게 말하고 있었다.

게이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편견을 자신의 말로 부숴버리고 있는 것이다.

20년이 지났지만 촌스럽지 않은 영화

벚꽃과 함께할 로맨스를 꿈꾸고 있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minsky 블로그 영화 리뷰

"[영화-전쟁시리즈(1)]허트로커(The Hurt Locker), 전쟁에 중독된 한 사람의 이야기"

"[영화]지구에 와줘서 고마운 그 얼간이"

"[영화] '더 포스트'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프리퀄이다.(2)"

"[영화] '더 포스트'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프리퀄이다.(1)"

"[영화] 빅쇼트, 인간의 탐욕"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20
JST 0.038
BTC 96240.27
ETH 3591.45
USDT 1.00
SBD 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