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투자일기(12-2)

in #kr7 years ago

-난 아무래도 안되겠다.
개팅이 형은 쓰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남자는 가난한 유부남 회사원이었고, 대부분 회사원이 그러하듯이 회사 동료라고 불리우는 이들도 주위에 제법 존재하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명품과 자동차를 좋아하는 개팅이 형은 한 시간 넘는 출퇴근 시간에 지쳐 부모님 집과 회사 중간에 원룸을 얻은 후로 재테크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터였다. 게다가 술을 마실 때마다 성공한 사장 친구가 생각나는 통에 부자에 대한 동경은 언제나 그와 함께할 수 밖에 없었다.
형이, 요즘 어떻냐고 물을 때마다 코인이 폭락했던 것 같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요근래 들어 누가 무슨 말을 하든 현재의 하락 추세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서도,
처음 코인에 대해 물어본 그 날에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는 것이, 어쩌면 형의 말과 코인의 가격에 영 좋지 못한 관계를 맺어버린 것은 아닐까하고 남자 역시 씁쓸하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 때, 손실 복구하려면 삼개월은 걸릴 것 같다고 그랬잖아요. 그래도 반등할 때도 있고 떨어지기 전에 코인을 현금으로 팔아서 손실 피하기도 해서 괜찮았는데 말이죠. 구천불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값이 만삼천불이 되었을 때 다시 샀는데, 그게 지금은 육천오백불이에요. 반토막 났어요.
-반토막? 진짜? 왜 그런거야?
-이유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만, 떨어질만하니 떨어지겠죠. 전 모르겠어요.
-그래서 계속 존.버. 하는거야?
-형, 그래도 언제가 오를 것 같단 생각이 사라지진 않더라구요.
-야, 역시 난 아무래도 안되겠다.
개팅이 형은 쓰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형의 옆자리에는 계좌도 만들기 전에 코인으로 부자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여직원이 앉아있었다. 둘이 더이상 코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이월육일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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