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도 저녁이면 노을이 진다 day9
아침에 일어난 시간이 다른 날보다 매우 빨랐다. 앙뚜앙은 웬일로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었고, 앙뚜앙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좀 일찍 일어나셨다. 쟌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좀 늦잠을 자고 있었지만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나를 기다려서 그런 것이리라.
식사를 하고 일찍 나서자 아스트리드의 어머니께서 차로 태워다 주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보는 프랑스의 거리라고 생각하자 아쉬움이 남았다. 동이 트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마치 내 또 다른 고향 같은, 열흘 밖에 안 있었는데도 그리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크로와상을 사러 가던 집 앞 빵집, 즐비해 늘어서 있는 약국들.. 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해서 작별 인사를 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앙뚜앙에게도 정말 재미있었다고 감사의 표시를 하고 한국에 놀러 오면 프랑스에서 우리가 즐겼던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다시 버스를 타고 첫 날 보아오던 풍경을 지나 공항까지 도착했다.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었다.
인천공항에 들어선 그 순간 거리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알던 그 익숙한 그대로였다. 그런데 또 여기서 신기한 기분이 들어버린 것은 나 혼자였을까. 거리에는 통화하는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고, 우리 집 앞의 빵집과 약국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록 건축양식이나 사람들의 피부색은 달랐으나, 영락없는 프랑스의 길거리문화였다. 내가 이국땅을 밟으며 처음엔 그 차이를 보고 놀라고, 재미있어 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결국 똑같이 사람이 사는 동네이다. 언어의 차이, 인종의 차이는 작은 것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자아내는 분위기. 그 분위기는 한국에서나 프랑스에서나,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이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한국에는 노을이 지고 있다. 프랑스에도 저녁이면 노을이 진다, 여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