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도 저녁이면 노을이 진다 day7
거리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앙뚜앙과 함께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많은 생각을 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인종도 생긴 것도 모두가 한국과 달랐다. 그런데도 그 거리에서 한국의 그것과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왜였을까. 가게의 간판이나 통화하는 사람들이 쓰는 생소한 언어가 내 귓가를 때렸음에도 나는 그 느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사람 사는 곳이란 다 똑같은 것이라서 그런 거였을까.
그날은 에펠탑에 올라가는 날이었다. 운이 나쁘게도 날씨가 좋지 않아서 에펠탑에 올라갔는데도 파리 시내 전부가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남산타워처럼 정상에는 동전을 넣으면 멀리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망원경들이 즐비해 있었고, 여러 간식거리들이 비싼 가격으로나마 판매되는 중이었다. 많은 이들이 에펠탑 이라 하면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로맨틱한 분위기와 함께 연상하게 되는데 가까이서 본 에펠탑은 그저 짓다 만 철골 구조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쩌면 내 감수성이 메말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올라가서 둘러보는 내내 특별한 기분은 느끼기 힘들었다. 그래도 나와 동석이를 비롯한 몇몇은 에펠탑 밑에서 많은 사진들을 찍었고 나중에 그 사진들을 보며 내가 에펠탑을 직접 보았었지 하는 등의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엔 센느 강에서 유람선을 탔다. 처음엔 조금 춥다가도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다보니 추위도 잊어버렸다. 유람선을 탄 것은 잘했다고 생각되는 게 파리에서 보았던 노트르담 성당이나 오르세 미술관 등을 모두 돌아보며 기억할 수도 있었고 배에서 찍는 사진들은 모두 한 장 한 장이 명화처럼 나왔다.
그 유람선이 프랑 부루주아 학교에 가까워 졌다가도 에펠탑으로 한 바퀴 돌아 다시 가자 짜증스러웠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유는 루브르 박물관 관람이 그날 일정에 있어서였는데 오르세 미술관에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던 나는 그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여행가는 것의 장점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지만 신체적으로 매우 힘들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운 나날이었다. 난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모양 건축물 내에도 무언가 그림이나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나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었다. 그건 그저 조형물이고 안은 텅 비어 있어서 뭔가 예술적인 조형미를 제외하면 쓸데없어 보이기도 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답게 그 위용과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이번에도 가이드가 같이 있었는데 나와 경모는 설명을 다 듣기보다는 그 방에 있는 그림들을 다 보기에도 힘이 벅찼다. 교과서나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많은 작품들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너무나도 작아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겨우 어린아이의 곰 인형만한 크기여서 위엄이나 대단함 보다는 진짜 작고 여린 여성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루브르 박물관을 나오니 저녁이 다 되어 있었다.
우리 모두들 예상대로 매우 피곤해했고, 파트너들을 만나러 학교에 간 뒤에 각자 저녁식사를 했다. 나는 이번 기회에 프랑스 밤거리 문화를 체험해보고 싶어 앙뚜앙과 아스트리드를 설득해 스타벅스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창선이나 진우가 너무 수줍어하는 탓에 나 혼자만 대부분의 이야기를 전담했고,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으나 나름 우리나라에서 친구들끼리 커피 마시러 갈 때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해 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