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도 저녁이면 노을이 진다 day6
밝은 햇살과 함께 늦잠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창밖을 보니 날씨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아 보였다. 눈보라가 치고 있었고, 그 전날 떡하니 그 위용을 펼치며 자리하던 산봉우리는 중턱까지 밖에 보이지 않았다.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타기엔 무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자 앙뚜앙의 가족은 스키나 스노우보드가 힘들 것 같다며 대신 다른 일정을 준비하셨다고 말씀하셨다. Morzine 이라는 그 동네에서 장거리 리프트를 타고 옆 동네 알프스를 구경 시켜 주시겠단다. 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Avoriaz 는 엄청났다. 모르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는데 건물들의 건축양식이나 분위기가 매우 색달랐다. 럭셔리한 호텔들이 있었는가 하면 벽돌들이나 지붕이 쌓인 구조가 특이했다. 마치 우리나라 한옥의 기왓장처럼 나무를 얇게 만들어 한 장 한 장 겹쳐 놓은 듯 했다. 모르진과 아보리즈의 모든 눈은 천연 눈이라서 먹거나 만져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쟌과 바트는 저 뒤에서부터 눈밭을 뒹굴고 있었고, 보기만 해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눈이 쌓여 있는 곳에 누워 보았는데 웬만한 침대 매트리스보다 훨씬 편안하고 푹신했다.
아보리아즈를 둘러보다가 점심식사는 어떤 식당에서 하게 되었다. 간만에 보는 음식인 ‘밥’ 이 있었기에 난 바로 그 메뉴를 주문했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밥과 김치를 먹으며 살아야 된다. 비록 내가 생각하던 그 찰진 흰 쌀밥이 아니었지만 그것은 분명 좀 고들고들할 뿐인 밥, 쌀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앙뚜앙의 가족들은 내가 밥을 정말 맛있게 먹는 걸 보고 흐뭇해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음식이나 치즈 등도 괜찮지만 고향의 음식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점심을 먹은 뒤에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탔는데 전 날 부러진 발톱이 아파서 그리 즐기진 못했다. 심슨가족에 나오는 꼬마 바트처럼 악동 같은 이미지를 가진 앙뚜앙의 사촌 바트는 그 이미지를 그대로 실행해 나와 쟌을 넘어뜨리려고 하였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복수하려다 도리어 팔을 허둥거리며 넘어져 버렸다. 한국에 돌아가면 언제 또 이런 놀 거리를 즐기겠는가 하며 말이다.
원래 아보리즈에는 꽤 유명한 워터파크가 있었는데 내가 수영복을 못 가져온 관계로 그냥 구경만 하고 가기로 했다. 한겨울에 프랑스를 가는데 수영복이 필요하리라고 내가 어떻게 생각을 할 수가 있었겠는가! 아보리즈를 어느 정도 더 돌아본 뒤에 우리는 집에 돌아와 부랴부랴 모든 걸 챙겨 기차역으로 가야 했다. 테제베를 놓치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개인적으로 나는 파리보다 모르진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여행 하면 파리를 떠올리겠지만 난 이번 여행을 통해 겨우 이틀이었지만 서도 모르진에서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것 같다. 지금도 앙뚜앙의 가족에게 그런 멋진 곳을 여행시켜 주신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고 있다. 돌아갈 때는 이등석에 앉아서 갔는데 일등석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단지 조금 시끄러운 소음이 있어 잠자기에는 불편했다는 정도. 앙뚜앙과 쟌은 월요일 날 학교에 가져가야 하는 숙제를 하고 있었고 나는 찍은 사진들을 되짚어보며 여행의 잔잔한 추억을 느끼고 있었다. 그 여유도 이제 며칠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흑백이 아닌 컬러로 한번 보고 싶네요 프랑스 저녁하늘^^
멋집니다! ㅎㅎㅎ팔로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