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도 저녁이면 노을이 진다 1

in #kr7 years ago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프랑스, 파리는 피곤함도 잊게 만들 정도로 색달랐다. 우리는 전부 버스를 타고 프랑 부루주아 고등학교로 향해서 각자의 홈스테이 파트너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고등학교로 가는 길 내내 한국 기업이나 한국 회사 마크를 찾으려고 유리창에 기대어 있었다. 모두들 너무나도 설레는 가슴을 부여잡고 들떠 비행기에서의 피로는 잊은 듯 했다.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그 거대한 중세시대의 성 같은 위엄에 나는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 내부는 비교적 소박하고 일반 학교와 별반 차이 없다는 것에 또 한편으로 김이 샜다. 들어가서 기다리니 많은 프랑스 학생들이 환영한다는 플랫카드를 들고 반기며 우리들을 맞이해주었다. 난 사실 말이 많고 낯가림을 별로 안하는 성격이어서 아무런 걱정이나 긴장 없이 프랑스에 왔지만 확실히 다른 인종, 다른 사람들을 보니 위축되는 느낌이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파트너에 대해 기대와 걱정을 하고 있을 무렵 내 파트너 Antoine Marullaz(앙뚜앙)과 그 어머니께서 먼저 나를 찾아주셨다. 한국 친구들과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기분은 뭐랄까.. 서로 잘 해보라는 암묵적인 격려와 응원이 있었던 것 같다.

앙뚜앙 어머니의 차를 타고 파리의 밤거리를 지나가는데 풍경이 마치 화폭에 물감을 방울방울 적신 듯 했다. 주황빛 어지러운 조명들과 거리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해 나가며 밤을 지키고 있었다. 도착한 곳은 우리 집의 것과 비슷한 작은 빌라였다. 내심 부잣집이 아니길 바랐는데 다행히 우리 집 같은 느낌이 물씬 나서 부담감이 덜 했다. 친구들은 다들 부잣집이길 원했는데 난 한국에 부잣집 이라던가 개인 요트 뭐 이런 호화 악세서리들을 갖고 있지 않아서 그냥 평범한 중산층 가정을 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앙뚜앙이 보여 줄 게 있다며 옥상에 데려가더니 손가락으로 저 멀리 무언가를 가리켰다. 에펠탑이었다.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에펠탑을 진정한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앙뚜앙과 그 가족을 보자 내가 우리나라의 남산타워나 경복궁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어떠한가 에 대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문화 사대주의 적인 발상이랄까? 집에 들어가자 앙뚜앙의 여동생이 있었다. Jeanne(쟌) 이라 하는 귀여운 14살 꼬마 아이인데 내가 꿈꿔왔던 프랑스의 쭉빵미녀는 아니었더라도 앙뚜앙의 형제는 남자만 있을거라는 우울한 기대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날은 그냥 샤워만 하고 잠에 들었다. 피곤하기도 했고, 프랑스 에서는 밤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잔다는 이야기에 나도 별말 없이 잠에 들었다. 간만에 침대에서 자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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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갔을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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