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자, 입을 벌려 봐라.>
자, 입을 벌려 봐라.
어린 세차매가 햇살이 따사로운 문턱에 나란히 앉아 있다. 등을 약간 꾸부린 자세로 엄마가 주는 것 받아먹는 어린 동생을 바라보는 두 언니가 인형을 껴안은 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젊었을 때는 무심히 지나쳤던 이 그림이 요즘 마음을 끄는 것은 어쩌면 한 세기 전 지구 저편 프랑스 화가 밀레가 자신의 가족을 모델로 한 정겨운 모습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 친근감이 느껴져서이다.
18세기 후반에 시작한 산업형명과 근대 과학의 발전 등으로 19세기 유럽은 도시 중심 시민계급 자본주의 사회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밀레는 그들의 시선과 관심을 인간과 사회에서 자연현상으로 옮겨 자연속의 인간생활을 그대로 보여주어 당시에는 사회적 충격을 불어 이르켰다고 한다..
회화와 조각의 거장인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는 교육 잘 받은 부농의 아들이었다. 진실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리를 떠나 농촌(바르비죵)에서 어렵게 생활 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농민의 참된 모습을 그렸다. 얼마 전까지 학교 교실이나 우리네 거실에 걸려있던 "씨 뿌리는 사람" "만종" "이삭 줍기"등 그의 작품들은 수천 년 농경사회로 농사를 근본으로 살아 온 우리에게 친숙함을 주었다. 자연에서 일하는 인간의 고귀한 노동을 상기시키며 그대로 충실하게 표현하여 당시 억압 되엇던 농민계급의 사회적 힘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특히 밀레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도 많이 남겼다. "라 시리테"(동정심)", "오리주"(천등)를 비롯해 첫 아내를 모델로 한 "풀린 오노의 초상" 최고 수작으로 꼽히는 "어머니와 아들"등이 남아있다.
한 세기 전 밀레 가정의 모습이나 반세기 전 나의 모습이 어찌 이리 같을까.
오 남매 중 막내가 태어나고 수유를 하며 우유와 암죽을 동시에 먹여야했다. 의사선생님은 모유가 아기에게 좋다하시니 나는 억지로라도 식사 양을 늘려가며 수유하였다. 그런데 노산에다 다섯째 출산이고 너무 몸이 쇠약해 힘들어하니 두 어른들이 말리섰다.
"자, 맘마 먹자"
한입 받아먹은 막내는 맛있는지 오물오물 씹었다. 암죽은 야채 우린 국물에 새우젓으로 간을 하여 입맛 다시게 구수한 내음이 스물 스물 퍼져 두 딸이 바라보며 입맛을 다신다.
"원이도 줄까" 간절히 바라보고 있던 셋째 딸이 냉큼 받아먹는다.
우리는 6. 25전쟁의 참화가 채 가시기도 전 서울에 환도해 첫 아들에 이어 내리 넷째 딸을 출산하였다. 바로 1953년부터 1964년까지 1차 베이비 붐 시대가 우리 집에서 열린 것이다. 시모님은 "집안엔 기둥이 둘이 있어야 하느니라" 하시며 아들을 더 바라셨지만 넷째로 태어난 손녀딸에게 서운한 내색은 않으셨다. 첫아들 때와 같이 삼신할머니가 점지하셨다고 말씀하시며, 첫아들 태어나며 자신이 다니시는 서울 동구 밖 청량사에서 공양해 받아 오셔서 장롱 속에 고히 모셔두었던 그릇을 꺼내 정성으로 손수 미역국을 끓여 주시며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축원 해주셨다.
"사람은 다 제 먹을 것 갖고 태어나느니라." 하시며...
그간 출산의 변화를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1960년~70년대~ "한 자녀 갖기 운동"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허나 열 아들 안 부럽다."
1990년대~ "엄마 건강, 아기 건강 잘 키우자."
1994년대~ 산아제안 포기. 노령화 시대로 진입.
이제 한국은 인구의 축소를 우려하는 시대가 되어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선거 때 마다 난무한다. 출산이 후 보육의 문제가 사회적인 뒷받침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가 되고 있다.
결혼하고 만드는 새 가정의 의미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부모에게 사랑 받고 새 삶을 열어주는 아기의 탄생은 경이로운 잠재력을 가진 미래의 희망이다. 바보들이 사는 세상에 떠밀려 올지라도 아기들이 많이 태어나 부모와 사회전반의 축복을 받으며 잘 먹고, 잘 자라 웃음 꽃 피우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2017.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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