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처리 단상
#1. 무단투기와의 전쟁
관악구는 무단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전쟁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주는 거부감을 차치하자면, 구청이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갖고 이 사안을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쓰레기 투기는 어쩌다가 무단이 되었으며 전쟁을 치러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된 것일까.
한국의 쓰레기 종량제
한국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다. 무려 세계에서 4번째로(스위스, 독일, 일본 순서). 동시에 환경처는 환경부로 승격되었다. 기존에 일정 금액(5천원 내외)을 가구별로 분담해서 폐기물 처리 비용을 지불하던 시스템에서, 오염자 부담 원칙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오염자 부담 원칙
쓰레기 종량제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pays principle)은 1972년 OECD에서 채택한 개념으로, 한국은 OECD 가입 기념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것 같다. 이를 통해 재산세의 일종으로 누진세적 성격을 갖고 있던 기존 폐기물 분담금에서, 비례세적 성격을 갖는 쓰레기 종량제로의 이행이 이루어졌다.
#2. 비닐, 스티로폼 수거 중지
각 지자체별로 수거를 담당하던 재활용품 중 비닐과 스티로폼에 대해 더 이상 수거하지 못한다는 공고가 각지에 하달되었다. 지역별로 2018년 3월 27일/4월 1일 등으로 시점에 차이는 있지만 내용은 같다. 업체측에 문의해본 결과, 수거 중지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 비닐과 스티로폼을 씻고 닦지 않아 음식물을 비롯한 각종 이물질이 많이 삽입되어 행정기관으로부터 각종 처분을 받은것이 누적되어 왔다
- 비닐과 스티로폼 소각시 발생하는 다이옥신류 때문에 환경공단에서 행정처분 명령 지속적으로 받은것이 누적되어 왔다
세계 재활용 현황
놀랍게도 한국은 재활용 측면에서 세계 수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자원 없는 나라 라는 수식어가 전국민의 마음속에 콕 박혀 있는것만 같다. 통계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재활용율에 있어 최근 10년간 한국은 세계 TOP5의 자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절약으로 유명한 일본보다도 높은 수치를 갖고 있다. 한국보다 우수한 수치를 보이는 나라는 독일, 스위스 등의 서유럽 부국 뿐이다.
한국(수도권)의 재활용 절차
한국의 폐기물 처리 과정은 서울시가 안내하는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알아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종량제 쓰레기는 인천의 수도권 매립지에 매립된다. 과거 서울은 난지도에 쓰레기를 매립하였으나,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공원화 되었다. 수도권 매립지는 김포시에도 그 영역을 갖고 있는데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고, 쓰레기 배출량이 줄고 있어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재활용 쓰레기는 쓰레기로 분류하지 않고 재활용품이라 칭한다.
시스템과 행동
사람의 행동은 시스템에 의해 구성된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고, 자유의지에 의해 행동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현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낸 시스템에 속박되어 행동한다. 현대 사회는 인간이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사회화라 부른다. 사회화된 인간은 법과 제도라는 이름하에 각종 시스템으로 스스로를 규정짓고 그 틀을 벗어나는 행동을 크게 제약한다.
쓰레기 종량제와 무단투기
쓰레기 종량제를 통해 오염자 부담 원칙이 실현되었다. 덕분에 쓰레기 배출량이 어느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그냥 막 버리던 시절과는 달리 어떻게 해서든 부피를 줄여본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당장 내 주머니에서 쓰레기 봉지값이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조금 덜 버리도록 유도한다.
그에 대한 부작용(side effect)으로 유발되는 것이 무단투기이다. 과거 폐기물 처리 절차에서는 그저 정해진 시간에 배출된 모든 쓰레기를 수거해 가면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담긴 쓰레기만 수거해 가도록 변경되었다. 맞는 쓰레기와 틀린 쓰레기가 생긴 것이다. 무단투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관악구는 돈을 더 들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감시/관리/감독의 방향.
비닐, 스티로폼
비닐과 스티로폼이 각종 오물과 함께 배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귀찮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을 제약할 어떤 시스템적 유인이 없기 때문에 귀찮은 일반인들은 그냥 버리게 된다.
따라서 수거 업체 입장에서는 세척 시스템을 갖추거나, 7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소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 다 고비용이다. 업체가 자발적으로 시스템을 갖출 유인이 없다. 오히려 행정처분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비용적으로 저렴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수거 중지까지 왔을 것이다.
신도시에 함께 건설되는 열병합 발전소에서는 고온 처리가 가능하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것 같다. 재개발이 답인가.
높은 재활용 비율
한국이 유독 재활용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던 자원 없는 나라에 대한 국민의 인식 덕분일까? 그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보다 더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것은 한국의 독특한 주거 시스템 덕분이다. 대단지의 아파트촌이 드글드글한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다. 한국인의 50%는 아파트에서 살며 나머지 20%도 공동주택에서 거주한다.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70%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40%, 영국 20% 등의 비율과 큰 차이를 보인다. 공동주택은 관리 주체가 명확하기 때문에 쓰레기 정책수립에 있어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 덕분에 대부분의 자원이 재활용되고 있다.
부차적 요인으로 하급 행정기관(주민센터)의 높은 접근성도 요인으로 꼽힌다. 생각보다 관이 가까이 위치한 현 체계는 관의 행정력이 말단 가정으로 미치기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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