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느낌
커피숍에서 책 읽거나 내 마음에 대해서 글 쓸 때가 가장 (아이와 이것저것 대화할때를 제외하고) 편안한 시간이다. 누군가 나를 공격하지 않는 곳.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 무언가 열중해서 공부하는 곳. 나를 방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 곳.
그래도 왠지 이 행동을(커피숍에서 책 읽거나 글을 쓰는) 자주 하는 것에 알게 모르게 죄책감을 느낀다. 좀 더 남을 위하는(요리를 더 한다거나) 일을 이 시간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혼자 외골수로 (사람은 많지만 혼자 있으니) 이렇게 지내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만나서 소통해야 내 정신건강에 더 이롭지 않을까? 등등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게 나의 행복한 삶의 방식이긴 하지만, 더 나은 삶의 방식이 있을지 의심하는 것이다.
배우 류승수의 책 제목처럼,
”나 잘 살고 있는걸까?“
사실 요리하면서 집에만 있는 것이 싫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으쌰으쌰 기분 좋게 할때도 있지만 그 기간이 오래 되면 허한 느낌이 든다. (허한 느낌이 들때 비로소 말썽꾸러기 아들의 손을 꽉 잡거나 이제 많이 커 번쩍 들어 안아주기 힘든 딸을 갑자기 안아주게 되긴 하지만)
핑계 같지만, 내가 정리된 집보다 너저분하게 뭐가 늘어져 있는 집상태로 있게 되는 이유도 어느날 갑자기 알게 됐다. 빨래거리라도 뭐라도 옆에 이것저것 있어야 안정이 된다고 느꼈다. 정리되어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상태는 뭔가 허전함을 느끼게 했다.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그제서야 비로소 너저분한 상태가 아닌 비워진 (허한 느낌을 줬던) 상태를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늘 너저분하게 지내서 그게 그냥 내가 게을러서인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상태조차도 나를 위한 것이었다니.
커피숍과 헬스장은 나를 공격하지 않는 곳이다.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지지만 그 열정으로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곳. 그들의 북적북적한 열기를 빌릴 수 있는 곳.
그러고보니 나는 안전함을 추구하는구나. 사람을 만나도 나에게 절대 공격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 상대만 골라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다.
지금은 누가 나를 공격하거나 하는 일이 없는데도 나는 안전한 관계를 추구하는구나. 그래서 가족 말고는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어렵다. (하긴 가족도 가까이 지낸다고 말하긴 어렵다)
나는 안전한 느낌이 드는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안전함을 추구한다는 말씀이 저에게 참 와닿네요...
저도 딱 그렇거든요...
두려움이 제게 너무 많은게 아닌기 싶습니다.
때로는 깨고 싶습니다.
맞아요.. 때로는 깨서 두려움이 있는 영역을 안전하게 느껴지는 영역으로 저의 좁디좁은 안전한 영역을 더 넓히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