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당선, 합격, 계급'

in #kr6 years ago (edited)

Steemit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네요. 제가 군복무 중이라 활동하기도 여의치 않았네요.

게다가 제가 군대에 있는 동안 암호화폐 가격도 말이 아니게 내려가는 바람에 더더욱 활동할 의욕이 없었네요.

하지만 군대에 있으면서 무언가 기록한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 생각해보게 되어서 다시 활동을 시작해보려합니다.

부대 안에서 그래도 나름으로는 책을 읽고 짧게 짧게 감상평을 썼었는데, 당분간 이 감상평에 살을 조금 붙여서 스팀잇에 올려보려고 합니다.

책에 대한 서평보다는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위주로 중구난방하게 글을 쓸 예정입니다.


    장강명의 '당선, 합격, 계급'을 읽었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고시형 시험(ex. 수능, 공채, 행시, 자격증 시험, 공무원 시험)에 대한 책이었다. 시작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한국사회 구성원 모두가 '시험'이라는 시스템에 속해있기 때문에 객관적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자랑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사실 본인은 대학입시를 재수없이 합격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어느 정도 입시라는 시스템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수혜자라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이러한 고시 시스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승리자 또는 수혜자의 입장인 내가 그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이 모순적이지 않은가하는 자아비판적인 생각을 항상 해왔다. 작가가 말했듯이 이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객관적인 분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 의견은 다른 사람들에게 단지 참고용으로 쓰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오히려 안심시켰다. 남들 앞에서 아무런 부담없이 이 문제에 대해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고시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왜 이 시스템이 문제인지 언급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으나, 일단은 내가 느낀대로 한번 언급해보겠다.

     첫째로, 고시형 시험은 한 번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 성공해 서울대 xx학과에 들어온 학생 A가 있다고 하자. 입시에 실패해 B대학 xx학과에 들어온 C가 있다. 대학에 있는 약 4년이 넘는 시간동안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A와 C의 역량은 바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A는 평생 서울대 출신이겠지만, C는 평생 B대학 출신이다.
     이는 사회의 공정성이라는 측면에도 큰 문제이나, 사회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회가 한 번 이후로 제한되다보니 A는 자신의 역량을 강화시킬 유인이 없다. 마찬가지로 C의 입장에서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A보다 더 성공할 자신이 없다보니 자신의 역량을 강화시킬 유인이 없다. 물론, 세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이러한 경향이 많이 약해졌으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둘째로, 고시형 시험은 선발한 인원의 역량을 보장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시형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의 성실도가 평균적으로 높다고들 한다. 물론, 이런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의 성실도가 불합격한 사람들의 평균보다 분명히 높을 것이다. 하지만 선발인원의 상위 2~3배수의 평균 성실도와 합격자의 평균 성실도를 비교했을 때 얼마나 큰 차이가 날까? 그 정도가 되면 역량을 결정하는 요인은 성실도 이외의 다른 요인들(Ex. 지능, 사회적 능력 등)도 충분히 중요해지지 않을까?
     더 나아가,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는 다는 것은 해당 시험을 잘 보는 능력이 좋다.라는 것이지 역량이 좋다는 사실은 아니다. EBS 수능특강을 달달 외워 수능 영어 100점을 맞았다고 한들, 그 사실이 영어권 외국인과의 소통능력을 전혀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 말고도 문제점들이야 생각할라면 언제든 더 생각이 날 것이다. 굳이 다 아는 사실들을 더 이상 언급하지는 말고 한국에서 왜 이러한 시스템이 고착되었는지 생각을 해보자.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가 중국에서 들여온 과거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항을 한지 20년이 자난 갑오개혁 이전까지만 구한말 조선은 과거제도를 시행했다. 시대는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었는데, 나름 사대부란 작자들이 입신양명을 위해서 사서삼경만을 달달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제도는 일제강점기 이후 그 이름을 바꿔,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의 고시로 바뀌어 존속해왔다.
     사람들이 왜 고시형 시험에 집착했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 그 이유는 합리적이다. 조선시대에 성공하는 방법은 과거에 급제해 관리가 되는 방법 뿐이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도 관치경제 시스템을 유지했기에, 서울대-고시패스가 전형적인 출세가도였으니까 말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IMF이후 대한민국이 개방경제체제에 편입되면서 이런 고시형 시스템(여기서는 공채도 포함)이 글로벌적인 경쟁을 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아직도 시스템의 관성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안정성 면(물론 합격했단 전제하에)에서 고시(또는 시험)을 패스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합격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과 낙방하였을 때의 리스크를 계산해보면 딱히 합리적인 방법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까지가 나의 생각이고, 작가는 소설가이다 보니 이런 사회경제적인 문제보다 등단(문학상 입상)이라는 제도에 주로 문제를 제기한다. 나는 소설가가 아니기에 등단이라는 제도보다는 좀 더 포괄적으로 바라본 것 뿐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고시 시스템의 원인을 조선시대 때부터 시작되어온 관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작가는 한국사회가 이런 공채, 고시와 같은 한방형 시험에 집착하게 된 이유가 정보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여태까지 법률시장에서 어떤 변호사의 승률이 어느정도인지, 수임료는 어느정도인지 공개된 시장에서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이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주변 인맥을 통해서 어느 변호사가 이혼 사건을 잘한다더라, 어느 의사가 허리디스크를 잘 치료한다더라 하는 식의 입소문을 통해서 정보를 얻었다. 서울대를 다니는 사람들은 서울대 출신끼리 정보 교환을 하다보니 비서울대 출신은 불리한 시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는 있으나 나는 이 주장이 사태의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서양이라 해서 정보의 불균형이 없을까? 서양도 당연히 학벌주의가 존재하겠지만, 공채 시스템으로 사원을 선발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서양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인강을 듣고 학원을 다니며 수 년을 메달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런 현상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정도 면에서 분명히 한국에 비하면 미미할 것이다.


     책의 아쉬운 점은 작가가 지나치게 문학상, 문학공모전 쪽으로 책의 전개를 진행해나갔다는 점이다. 사회 전체의 문제를 다룰 것처럼 시작한 이 책은 이러한 전개로 인해 용두사미로 끝이 나버란다. '정보의 불균형'이라는 부분적인 원인 말고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이 책이 끝나버린다. 이로 인해 이 책은 남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에서 아주 조금 더 나아간 동어반복으로 채워져버리고 말았다. 이 점에서 상당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평점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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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나요! ㅎㅎ

올해 여름은 특히나 더웠다는데 잘 지내셨나보네요 ㅎㅎ

아는 분은 군대에 있을 때 계산해서 그거 가지고 논문도.. ㅎㅎ

덕분에 장강명씨 한번 검색해보네요, 중국인인줄 알았는데 한국인 신진 소설가였군요

ㅎㅎ저는 그럴만한 실력은 아닌지라 마음이 아파오네요.

개인적 내공을 쌓는 시기라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장강명 작가의 책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작가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이 제일 유명한 저서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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