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gone.. To be frank with you..
고등학교 시절..
내 친구는 아버지의 실업 실패로 먼 미국땅 어느 친척집으로 떠나야만 했다.
지금이야 언제든지 연락하고 만날 수 있겠지만 그 당시는 아무 단서도 없이 헤어지면 만날 길이 없던 시절이기에 일주일째 결석하다 담임선생님이 종례시간에 언급한 '자퇴' '미국'이라는 단어 외에는 그에 대해 어떤 단서 하나도 못 간직한 채 세월이 흘러버렸다.
당시, 그와 오래 알고 지내진 못했지만 무슨 사정인지 그도 나처럼 자신의 어머니와 헤어져 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서 우리 둘 다 다른 친구보다 좀 더 친하게 지냈었던 것 같다.
우리는 팝송을 좋아했다. 나는 주로 팝, 샹송 , 깐쏘네 등 두루두루 얕은 지식으로 대중적인 것을 좋아했고 그는 팝 그중에서도 '하드락'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주말 방과후 각자 마이마이를 가지고 학교 스탠드에 앉아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가수의 이야기 노랫말 등에 대해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즐거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가 학교에 안보이기 시작한 날로 부터 약 일,이주일 전인가의 일이었다.
그는 자기네 집에 있던 대형 스트레오 카셋트를 가지고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놀자고 우리집에 찾아왔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던터라 들어오라고 했더니 자기가 아주 멋진 노래를 레코드가게에 해서 녹음해 왔다고 같이 듣고 싶다며 방에 앉자마자 방안에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크게 볼륨을 올려 놓으며 말했다. "이런 음악은 크게 들어야해. 그래야 모든 고민이 잊혀지고 기분이 좋아지거든."
그는 한참 집에서 나와 음악을 들으며 놀다가 우리집 식구들이 하나 둘씩 모일때쯤 자리에 일어섰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이 카셋트하고 테이프 여기에다 놔둘테니 시컷 듣다고 나중에 아무때나 생각나면 돌려달라고 하고는 자기 집으로 갔다.
그 다음주에 우리는 다시 만나 여전히 친하게 지내며 놀았지만 웬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그 이전 보다도 말수가 좀 줄어들었고 좀 우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가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돌려주지 못한 당시, 내 방 한켠에 있던 카셋트를 마주하며 비록 이성이 아닌 동성이었지만 한동안 그가 그립고 보고싶었던 때가 생각난다.
...
오늘 처럼 비오는 날, 그와 창 밖을 바라보며 들었던 이 노래는 지금도 비가오면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친구야!
너도 나처럼 살아있다면 반백의 중년이되어 어디에선가 네 가족과 잘 살고 있겠지?
보고싶다 친구야!
뒤뜰 담벼락 꽃잎사이로 흐르는 빗물처럼
잊혀진 친구의 얼굴 그리워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