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뜨문뜨문 전해드려 죄송한 마음에 열심히 끄적거린 일상 글
2021.04.10
톤 앤 매너 ‘tone & manner’ 라는 용어를 최근에서야 알았다. 이는 색감이나 색상의 분위기, 방향에 대한 전반적인 방법론을 말한다. 즉 전체적인 하나의 컨셉을 뜻하는 것이다. 이는 내 주변에서 SNS 피드에 적용되어 쓰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들어 이 브랜드 인스타 피드는 톤 앤 매너가 괜찮네, 컨셉이 확실하네 같은. 정확한 뜻을 몰라 대충 감으로만 인지하고 있다가 특정 지역에도 적용해 쓸 일이 있었다. 하루는 차를 타고 이대 부근을 지나가는데, 1층 지상 상가들에 가득 붙어있는 ‘임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대만큼 온갖 프랜차이즈 카페, 소상공인, 단란 주점(이라고 해야하나 뭔지), 나이트, 음식점 등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고 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지역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렇게 톤 앤 매너가 되지 않는 지역이 또 있나, 하는 궁금증 마저 살며시 든거다. 지역의 정체성은 그 지역만의 문화와 사람들로 구성되며, 사람들이 이루는 가게들 또한 그 지역만의 특성이다. 이대에 거주해 본적은 없지만 주민이라면 왠지 씁쓸할 것만 같았다. 한 다리 건너 많은 가게들이 임대 가능 이라는, 서럽게 펄럭이는 노란 플랜카드를 걸고 울고 있었다.
문화평론가 손희정님의 페북 글을 보다 문득, 한 잡지사의 2010-2020 베스트 영화 선정하기에 원픽 영화를 꼽자면 (물론 제한적인 선택사항 중에서) 월터가 된다고 하시는 글을 읽고 감격을 해버렸다. 그녀의 원픽 영화가 나와 같기 때문이다. 손희정님은 ‘다시, 쓰는, 세계’와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을들의 당나귀귀’ 등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현재는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다. 그녀가 뽑은 원픽 영화 월터는, 내가 그나마 잘 보지 않는 TV에서 채널을 돌리다 틀어져 있으면 그 자리에서 끝까지 또 시청하고야 마는 최애 영화라는 사실. (인셉션과 매트릭스도 마찬가지) 왠지 나의 취향이 그녀에게 간접 인정(?)을 받은 듯한 착각이 들어 감격이... 물론 아니겠지만 쨌든 그녀의 팔로우이자 독자로서 높은 친밀감을 가지고 있는데, 혼자 내마음속에 저장 했던 순간이었다. 그 김에 월터를 한번 더 시청했다. 아,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원픽 영화기도 했다. 부녀가 영화취향이 비슷하다. 아니지...내가 아버지의 영화사랑에 영향을 받으며 자라서 그런건가.
늘 아침으로 국물 요리를 찾는다. 샌드위치나 파니니에 곁들인 에스프레소 같은 외국스러운 아침은 정중히 노. 뜨끈뜨끈한 뚝배기에 담긴 맑은 국물 요리류 원츄하는 찐 한국인. 때문에 파리에 사는 5년의 매 겨울 내내 부엌 한 켠에 소꼬리뼈가 담긴 솥이 끓고 있었고, 아침은 늘 한식이었다. 아주 가끔 귀찮을때 집 앞 불랑제리에서 크로와상을 먹었던 때를 빼고.. 지금도 최애 아침메뉴는 황태콩나물국 또는 닭곰탕 같은 국물이다. 때문에 나와 아침을 함께 하는 파트너는 강제 한식을(?)-안그래도 늘 한식을 찾아다니는 나때문에 고생을 할텐데-감행해야 한다. 고될것이다. 그러나 난 나만의 길을 간다. 점심 저녁은 얼마든지 파트너의 입맛을 따라줄 수 있다. 원한다면 점심에 삼겹살도 괜찮다. 그러나 아침만은 양보 없음.
생각해보면, 나는 늘 네비와 일방적인 대화를 해왔다. 예를들어 ‘보행자 사고다발 구간입니다.’ 하면 “그러네요, 여기 도로가 사고 날 만 하게 생겼네요” 라던지. ‘300미터 앞, 좌회전 입니다. 이어서 우회전입니다’ 하면 “아니 여기서 좌회전이라고요? 누가봐도 우회전이 먼전데??? 어 아니네” 라던지. 은근 재미있다. 가끔 운전 막하는 사람을 만나면 욱하는데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나름 티키타카가 잘 맞으니까. 아, 네비는 무조건 여성의 목소리로 설정한다 (시리도 마찬가지고)
웨딩밴드로 일하던 20대엔 시절에 예식장 또는 호텔 부페밥을 참 많이도 먹었다. 서울 시내 왠만한 곳은 다 돌아다니며 부페만의 특성을 대충 파악하는 재미가 참 쏠쏠했다. 보통 결혼식 식당에 가면 사람들은 샐러드로 시작해 국수, 초밥, 취김 그리고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40분만에 얼른 먹고 올라가서 그 다음 식을 뛰어야 하는 밴드에게 그런 여유따윈 없음. 늘 실패하지 않고 금방 먹을 수 있는 나만의 메뉴를 찾아 간단 명료한 식사를 마쳐야 한다. 동선을 파악해 사용하는 접시도 최소한으로, 음료까지 양손에 들고서 한방에. 그러다 하루는 부페에서 신님이 가져온 접시와 음식 초이스를 보고선 놀라고 말았다. 코스요리처럼 접시마다 음식이 겹치지 않게 깔끔하게 플레이팅을 해 자리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초밥과 깐풍새우와 도가니 등이 겹겹이 쌓여있는 혼란스러운 나의 접시에 비해 그의 접시는 마치 레스토랑에서 서빙 나온 것 마냥 기품이 있었다. 순간 조금은 부끄러웠달까, 사실 놀라웠다. 그동안 음식 매너를 잘못 배운건가 싶기도 하고. 부페에서 이런 여유를 가지는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먹은 부페음식은 여전했고.
톤앤매너 라는 새로운걸 알게되었네요
월터 영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젊은시절 웨딩이벤트라는 작은 비즈니스를 했던 추억이 .........
ㅎㅎ 그런 추억이 있으시군요. 왠지 공감대가 같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는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