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선더훈련과 고위급 정상회담 취소

in #kr7 years ago

남문희 기자님이 이번 맥스선더훈련과 남북고위급회담 취소에 대한 좋은 글 써주셨다. (https://www.facebook.com/bulgot/posts/1690099051027729)

이 글만 보면 우리와 북한, 중국의 입장은 대강 다 정리되는데 미국의 입장에 대한 내 의견은 좀 다르다.

우선 이번 회담 취소가 왜 벌어졌는지부터 살펴보자.

  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4월부터 예년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3/06/0200000000AKR20180306181051001.HTML?input=1195m

->김정은은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이 말은 바꿔말하면 예년 수준으로 해라. 확대하지마라 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전략 병기들을 새롭게 배치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있다고 봐야 한다.

  1. 맥스선더 훈련 자체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예년의 수준"을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맥스선더는 한미 공군이 연 2회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연합훈련이지만, 이번 훈련에는 미 공군의 최고 전략 자산인 F-22 전투기 8대가 처음으로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51610177620765

-> F-22 랩터가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했다. 이건 어떻게 봐도 '예년수준'이라고 말할 수 없다. 미국은 랩터를 어떤 나라에도 팔지 않고 있다.

  1. 당초 계획됐던 한미일 공중훈련에는 괌에서 날아온 2대의 B-52가 참여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한일 관계를 고려해 미국 폭격기는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와 별개의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또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과 별개로 비슷한 시기에 열릴 예정이었던 '블루 라이트닝'(Blue Lightning) 훈련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것이어서 B-52는 한국 공역(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은 최소한도로 할 예정이었다.

http://news1.kr/articles/?3321871

-> 게다가 B-52 까지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다. B-52는 미군의 보유한 최고 수준의 전략 병기다. F-22는 보기에 따라 전략 병기가 아니라 볼 수도 있지만 B-52는 어떻게 봐도 전략 병기다. B-52와 F-22 두 기체 다 핵무기 발사가 가능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 4일 후 미국은 한반도에 B-52를 전개해 북한을 압박한 적이 있다.

  1. 조선중앙TV(어제) : 미군의 B-52 전략 핵폭격기와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한 100여 대의 각종 전투기들이 동원돼….]

http://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6741

-> 이에 대해 북한은 B-52와 F-22를 콕 집어 비난하며 고위급 회담을 취소했다.


김정은의 빡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예년 수준으로만 진행해달라는 자신의 부탁(난 부탁이라고 생각한다)에 침을 뱉은 격이 되버렸으니까. 영 모냥이 빠지게 됐다. 독재가에게 제일 중요한건 모양새이니 고위급 회담 취소 정도는 해줘야 했다.

F-22랑 B-52를 배치할 것을 결정한 사람은 이걸 몰랐을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의라고 봐야한다. 이렇게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김정은이 모양이 빠져 남북 고위급 회담이 취소되는 등 갈등이 커지는 것처럼 보이길 원했던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흘러가기를 원했던 사람이 누구냐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남문희 기자님은 이 사람이 북핵 폐기 국면에서 완전히 소외된 일본쪽과 남북 냉전을 통해 이득을 보던 무리들 일꺼라고 분석하셨는데 난 좀 다르게 본다. 현재 일본에 판을 흔들만한 큰 영향력은 없다.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자. 트럼프다.

나는 이 문제가 국제문제가 아닌 미국 국내문제라고 본다.

트럼프의 관심사는 크게 세가지라고 봐야한다.

  1. 노벨상
  2. 지지율
  3. 재선

노벨상을 받아 지지율을 올려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어찌보면 한가지로 꿰어지는 실이긴 하지만 어쨌든 트럼프의 관심사는 외교가 아니라 국내정치라고 본다. 외교에서 성과를 내서 궁핍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는 도구로 쓰겠다는게 트황상의 생각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협상가인 동시에 판 키우는 귀재다. 사업스타일도 그랬다. 늘 항상 판을 키워왔다.

만일 고위급 정상회담 취소 정도의 사건도 없이 매끄럽게 흘러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1등 공신은 당연히 문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고, 트럼프는 그저 매력적인 조연 정도의 역할 밖에 못하게 된다.

북핵폐기,한반도 종전이라는 초대형 판돈이 걸린 도박판에서 겨우 잔돈푼이나 먹고 떨어지는건 트럼프에게 영 재미가 없는 상황이다.

판을 키우는데 판을 흔드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한미 군사훈련을 이해하겠다며 저자세를 보인 김정은이 굳이 콕 집어 얘기한 전략무기들을 배치함으로써 판이 흔든 것이다.

게다가 매파 강경론은 언제나 일정 수의 사람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트럼프의 지지자들 중엔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봐야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중요 전략 병기들을 전개해두는 지도자의 모습이 얼마나 믿음직해 보일 수 있겠는가? 트럼프에겐 일타쌍피다.

트럼프의 의도대로 판은 흔들렸고, 긴장이 고조되(는 것처럼 보이는)었다.

트럼프는 생각할 것이다.

'판이 흔들렸으니 이제 주인공이 등장할 차례다.싱가포르에서 내가 모든 걸 해결해주마. 이 하찮은 놈들아 이 트럼프님을 찬양해라.'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판을 만들어 본인이 들러리가 아니라 오야가 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본다. 때문에 북미정상회담 전에는 긴장이 더 고조되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꽤 높다.

이렇기 때문에 결국 미북 정상 회담 전에 이러쿵 저러쿵 해봐야 다 쓸데없고 거기서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한줄요약 : 물론 이건 다 내 뇌피셜이므로 전부 틀리고 개판이 벌어질 것이다...

추신 : 중국 얘기도 해야되는데 귀찮으니 김현성 (Hyunsung Brian Kim)에게 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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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재밌네용~

감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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