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지금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 - 2편
4개월 전쯤에 앞으로 같은 제목으로 투자와 관련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당시의 급격한 자산가격 폭등은 실물경제의 회복과는 상관없는 유동성의 힘이며 이는 전무후무한 일로 앞으로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지속할 수 없으며 결국은 심각한 자산가격조정과 경제공황을 유발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이를 촉발할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 실제 경제 상황과 자산 가격의 불일치를 견디지 못하고 자산가격이 붕괴
- 지정학적 충돌, 신종코로나의 위협적인 재유행에 의한 충격으로 자산가격이 붕괴
- 급격한 자산가격 상승과 실물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자산가격 폭락을 촉발
이라고 예상했습니다. 1, 2번이라면 내년 2~8월 정도가 위험하고 3번이라면 2022~2023년 정도일 것이라고 봤습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실물경제와 상관없는 자산의 거품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코스피, 코스닥이 사상 최고를 연일 경신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폭등 중입니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과 비트코인 가격까지 현금 이외에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경제방송과 경제 유튜버에서 거의 비슷한 논조로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유동성 장세는 계속된다. 지금 주식(특히 성장주)에 투자하지 않으면 부(富)를 이룰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유동성 장세인 것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고 이때를 노려 세상을 바꿀만한 기술을 가진 회사에 투자해서 큰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음악이 끝날때 까지 춤을 추는 것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투자에 성공하려면 기회는 포착하고 위기는 회피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 어떤 위기와 기회가 있는지 소음과 감정동요를 넘어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내 생각에 음악이 끝나는 순간은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상방은 막혀있고 하방은 활짝 열려있는 상태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무제한 돈 풀기를 합리화했던 코로나 사태는 결정적인 해결책이 생겼습니다. 지금 엄청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코로나 사태는 투자 관점에서는 끝난 이슈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코로나는 투자 입장에서 끝난 이슈입니다.
오늘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넉넉히 백신이 공급되는 것은 내년 가을 정도는 되야 하겠지만 선진국의 의료인과 고위험군 환자가 일단 백신 접종을 마무리하는 데는 내년 상반기면 충분할 겁니다.
중국의 시노백, 시노팜 백신도 자기 국민들을 상대로 열심히 생체실험을 하고 있으니 그 결과가 어떨지 영원히 숨기지는 못할 겁니다.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이 확인되면 제3세계 위주로 곧 사용되기 시작할 겁니다.
신종코로나는 실제적 보건상의 위협과는 별도로 심리적으로 해결책이 있고 해결돼가고 있는 문제로 인식될 것입니다.
정부와 중앙은행(특히 미국과 유럽)이 비상조치를 지속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사태가 일으킨 피해를 원상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점점 세계 경제가 정상화될수록 정부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합니다. 앞으로 거대한 부양책은 시장의 기대만큼 나오기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 유동성 장세를 이끌고 있는 유일한 동력은 '정부가 시장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것이다'라는 믿음입니다. 믿음이 깨지면 시장은 급격한 조정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내년은 시장에 충격을 줄 지정학적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대선 문제에 우리의 정치 구도를 투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파는 트럼프, 좌파는 바이든에 자신의 입장을 투사해 마치 우리 선거라도 되는 듯 감정이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정확하고 소모적인 생각을 한국의 주류, 비주류 언론이 부추기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미국의 대선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아름답게 정리될 가능성도 없고 당분간 미국은 국민만 극렬하게 분열된 게 아니라 정치권도 어떤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분열될 것입니다. 우선 공화당 상-하원 의원 중 바이든의 당선을 인정하는 비율이 12%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전적인 협조를 얻어야 하는 하원에서는 그 비율이 더 떨어집니다.
그 내용을 천천히 뜯어 보면 저 비율도 과장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저 12%의 의원들은 "바이든이 선거인단의 과반을 확보하면"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는 말입니다. 법적 절차에 의해 바이든이 선거인단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둔 중의적인 발언이고, 억울한 면은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에 승복하겠다는 것이지 마음속으로 선거 결과에 승복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공화당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미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사실상 내전 상태인 것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은 국내 이슈에 상대편의 협조를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외교, 국방문제에 광범위한 자율권을 갖고 있지만 국내문제에 원래부터 자율권이 크지 않았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국내문제에 관해서는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권력에 관한 돌파구를 국외에서 찾으려 할 것이 확실합니다.
이란과 북한은 그 본성상 뭔가 군사적 행보를 할 것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국지적 충돌을 일으킬만한 갈등이 존재합니다. 이들이 볼 때, 내년은 자신의 외교적 주장을 주변국이나 미국에 강요하기 최고로 좋을 때로 판단할 것입니다. 국내외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이 극도로 약화할 것으로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행동은 울고 싶은 놈 뺨 때려준 상황이 될 겁니다. 아니면 상처 입은 맹수를 작대기로 찌른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겁니다. 간단히 말하면 내년은 산적해 있는 지정학적 갈등에 불꽃이 튈 가능성이 높은 해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기존 자산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입니다.
중국은 더 감출 수 없는 경제적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헝다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홍콩 상장으로 넘어보려 하고 있습니다만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재벌 길들이기 나섰나? 이번엔 “中 최대 부동산기업 헝다”
부동산 문제와 기업의 방만한 운영은 중국 최초의 은행파산을 불러왔습니다.
[올댓차이나] 중국 당국, 공적관리 바오상 은행 파산 승인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는 말이야 10년째 듣던 말일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운영의 유일한 장점은 위기를 안보이게 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을 둘러싼 경제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구의 경제봉쇄에 맞서 내수 위주의 성장책인 '내순환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중국의 내수 시장이 중국의 생산력에 걸맞다고 보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의 비결은 초과생산을 외국(특히 미국)에 수출한 것입니다. 어떤 파열음이나 고통 없이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중국은 경제 체질을 빨리 바꿀 수밖에 없게 주변국의 강요를 받고 있습니다. 내년은 아마도 중국 입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급격한 자산가격의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4개월 전에는 그 과정이 2-3년 후에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만 지금 생각으로는 1, 2번 시나리오처럼 내년 안에 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적립식으로 어떤 자산에 장기간 투자하는 분이라면 결과적으로 성공하실겁니다. 어떤 자산이든 결국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기준을 갖고 투자하시는 분은 이 글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겁니다.
최종적으로 실패하는 것은 명목화폐입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자산의 가치상승은 명목화폐의 타락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런 면에서 내년에 올 것으로 예상하는 단기적인 자산가치의 급락은 이런 흐름의 변주곡일 뿐입니다. 결국 자산가격이 폭락하면 다시 한번 마지막 돈풀기를 시작할 것이고 다시 한번 자산 가격은 폭등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오기 전 까지는요.
저는 여러 번 누차에 밝혔듯, 지금 일어나는 일이 명목화폐 타락의 말기적인 발작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에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보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실물자산과 연계된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분들이 아닙니다. 암호화폐와 금같이 가장 큰 축복을 받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우량한 회사의 주식이나 우량주들의 가치를 추종하는 ETF나 펀드, 물가연동국채도 결국 인플레이션에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정말 화폐가치의 타락으로 고통받을 분들은 명목화폐의 가치저장능력을 믿고 있는 수많은 소시민들입니다. 저축으로 사는 분들, 연금으로 사는 분들, 축적된 자산 없이 급여로 사는 분들... 이들은 삶의 터전이 서서히 파괴되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국가적으로도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중산층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 후 정치와 사회체제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자들, 마르크스부터 레닌, 슘페터까지 최종적으로 자본주의가 무너지는데 인플레이션이 필수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본주의 체제에 인플레이션이 치명적이라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이들은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끊임없이 낮게 평가해 왔습니다. 내 생각에 다음번 인플레이션으로 명목화폐에 관한 신뢰가 현저하게 깨져나갈 때 나타나는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화폐 시스템일 겁니다.
위 글과 다른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많은 서민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 교육을 못 받아서 그래요. 지금 투자해야 하는 시기인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역사가 뒤로 돌아간 적은 없지요. 잠시 반동은 있지만. 새로운 시대의 인플레이션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것도 장기적인 시계열에서 인류에게 좋은 경험이 될 듯 합니다. 물론 고통받는 당사자들에게는 지옥이겠지만..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이번에 올 인플레이션이 명목화폐가 유발하는 마지막 인플레이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