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의 '소설극장' - 보이는 소설, 느끼는 소설
피크닉의 '소설극장' - 보이는 소설, 느끼는 소설
피크닉이란 문화 복합공간에서 열린 한강 작가의 단편소설 '파란 돌'의 낭독회에 다녀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전에 예약을 받아 진행되었고 금방 매진이 되었다. 최근 책 관련 행사를 꽤 다녀봤지만 이렇게 열기가 느껴지는 곳은 처음이었다. 시작하기 20분 전 도착했는데 이미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입장을 하고 객석이 빼곡히 채워진 후 둘러보니 남성 비율이 높아서 또 놀랬다. 남자들의 참여도가 갑자기 어떻게 높아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할 수는 없지만 이전에 참여해본 책 관련 10개의 행사에서 여성 비율이 99% 정도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트렌디하면서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감각의 합주
처음에 '소설극장'이란 말을 듣고 '낭독회'같은 것이겠지 하고 대략 짐작했을 뿐이었다. 시작하기 전 스크린에는 공연 시 유의사항에 대한 공지와 함께 소설극장의 콘텐츠가 '공연'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공연... 이란 말을 곱씹고 있을 때쯤 연극이 시작될 때처럼 장내에 엄숙함이 흐를만큼 어두워졌고 한강 작가가 등장했다. 파란색의 하늘을 담은 영상도 함께 시작되었다. 바람이 스치는 파란 하늘 영상 위에 '원작, 낭독 : 한강, 파란 돌'이라 적혀있었다. 인사말 없이 바로 낭독이 시작되었다. 저자의 손을 붙잡고 소설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한편으로는 이거 완전 변태적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는 소설 속 한 장면을 암시하는 빗소리가 내리는 풍경이 있고 귓가에는 작가가 소설을 읽어주고 있다. 감각이 총동원되고 있었다. ASMR로 말하자면 빗소리와 서정적인 목소리를 믹싱 해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느낌도 들었다. 이런 생경한 감각의 합주를 느끼며 나는 영화 아가씨의 한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아가씨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을 초대해 소설을 낭독하고 경매로 해당 책을 판매한다.
영화 '아가씨'의 낭독회의 한 장면
소설극장의 시도를 뭐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었다. 좋다 싫다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없는 처음 느끼는 변주였기 때문이다. 한 시간 여정도 낭독회가 끝나고 난 뒤에는 공연이라는 말을 납득할 수 있었다. 이 공연에 왔던 사람들은 이 날의 소설 '파란 돌'을 텍스트도 음성도 아닌 영상의 형태로 머리에 저장했을 것 같다. 내 머릿속에는 다소 침착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푸른빛의 영상으로 저장되었다.
이야기를 소비하는 방식
소설 극장에 다녀오는 길에 '이야기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경험한 공연의 형태에 촉감이 더해진다면 소설을 영화의 4D의 형태로 소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머지않아 이런 형태에 향까지 더해질 것이다. 쾌락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해외에서 이미 'Reading theater'라고 불리며 연극을 하듯 오디오북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연극의 무대처럼 출연진들이 둥글게 서서 연기에 가까운 낭독을 한다. 특정 이미지나 목소리를 들으면 소설의 이미지를 그리는데 방해가 되고 상상력을 해친다는 의견도 많지만, 이미 온라인에서 영상을 보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포용하려면 이런 방법도 모색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의 소설은 이미지가 생생 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이미지화될 수 있어서 영상으로든 오디오북으로든 확장해나갈 수 있는 이야기의 형태로 발전해나갈 것 같다.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바뀌면서 무료로 제공하는 초반 1분에 공을 쏟고, 이어폰으로 들었을 때 더 좋게 들리도록 베이스를 더 강조한다든지 하는 형태로 음악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설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면 형식이 바뀔지도 모른다. 텍스트로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라 느낄 수 있는 형식으로 말이다. 소리, 감촉, 풍경의 묘사가 더 실감 나고 섬세해질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나의 이야기는 어떤 방식으로 전해야 할지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밤이었다.
*메인 이미지는 피크닉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가져왔습니다
피크닉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iknic.kr/
결국은 그 어떤 방식을 쓰던
읽고 보는 이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야 하는 거겠지요.
네네ㅎ 어떤 방식이냐 보다는 감동이 있냐 없냐가 중요한거죠.
새롭게 시도되는건 눈으로 보고 많이 느껴보려고 해요.
언젠가 베어나오기를 바라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