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수집-2] 영화 '오베라는 남자'
까칠한 원칙주의자가 삶의 끝에 남긴 편지
두 번째 유서는 영화 '오베라는 남자'에서 발견했다. 주인공인 오베는 자신의 삶에서 전부 같았던 아내가 죽고 나서 삶의 의미를 잃었다. 게다가 원리원칙을 중요시하고 예외라고는 인정하지 않는 괴팍한 할아버지라 친구도 없다. 오베는 자살을 준비한다. 목을 졸라맨 순간, 차량 진입이 금지된 도로에 이삿짐차가 들어온다. 원칙을 어기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오베는 문제를 해결하고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살을 유보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죽는 것도 마음대로 잘 되지 않자 부인의 묘지에서 오베는 이렇게 말한다.
죽 기 가 살 기 보 다 더 힘 들 어
오베는 이웃들이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화를 내면서 이삿짐 들어오는 걸 도와주는 것을 시작으로 이웃에게 운전을 가르쳐주게 되고, 아이들을 돌봐주고, 집을 잃은 고양이를 집에 들이게 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베는 마음의 장벽이 허물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아내가 죽은 이후로 처음으로 삶의 기쁨을 맛본다. 그 기쁨은 내가 행하는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기쁨 아니었을까?
오베는 이웃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가 만약 자살에 성공했더라면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을 수 있었을까. 원칙주의자인 만큼 구체적인 유서를 남겼다.
어리석은 짓을 한 건 아니니 걱정하지마.
의사 말대로 때가 된 거뿐이야.
내 심장이 너무 크다고 했잖아.
심장이 크다니 작은 것보다 낫지만
그게 몸에 부대껴서 난 곧 떠나게 돼있어.
장례식은 교회에서 조용하게
괜한 수선 떨지 말고 조용히 치러주길 바란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장례식에 부르고
고양이 먹이는 하루에 두 번 주고 똥 쌀 때는 쳐다보지 마.
우리 마을 차량 금지는 목숨 걸고 지켜.
오베의 유서를 따라 적다 보니 원칙주의자여서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세세하게 적은 것 같다. 장례방법, 초대할 사람, 아끼던 것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것들이 적혀있는 점이 그러하다. 오베의 생이 자살로 마감되지 않아서 내 마음도 흐뭇했다. 오베의 삶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 또는 영화로 보셨으면 좋겠다.
나는 요새 인생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찾아본다.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만큼 인생의 마지막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끝이 있다.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더 해볼까?라고 생각할 때 삶은 더 생생해진다. 그리고 그 끝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유서를 써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서를 써본다는 것은 삶의 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모습을 구체화해보는 것이다. 또 유서에는 내가 남기고 갈 것들, 내가 떠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게 되므로 내 인생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인생의 마지막에 어떤 말을 남기고 가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요새 브런치 조회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 신이 나고 있어요 :-)
저는 책으로 읽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스틸라이프' 라는 영화 혹 안보셨으면..
인생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화들을 보신대서 조심스럽게 추천드려봅니다 ^^
앗 추천 감사합니다! 아직 못 본 영화에요.
요새 그런 주제의 영화만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참인데 감사해요 :-)
브런치 작가명이 뭔가요?
https://brunch.co.kr/@1390619#info
우유님, 위에 링크로 오시면 되어요 :-)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올리고 다른 블로그에 똑같은 글을 올려도 중복 검열 안되나요?
브런치에서 제재하냐는 말씀이실까요? 브런치는 상관안하는 것 같고, 스팀잇에서는 치타봇이 중복된글에는 댓글을 달고 다니는것 같더라구요. 아직 달린적은 없어요ㅎ
그렇군요. 저도 한 번 해볼까 혹하다가도 심사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육아에 바빠서 열심히 하지도 못할 것 벌리지나 말자 싶어요.
제가 알기로 여기 스팀잇에서 글 좀 쓰신다는 분들 제법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네, 직접 해보니 뭐 그냥 조금 정리된 블로그정도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아직까지는 브런치해서 얻은 이점은 조회수밖에는 없네요ㅎㅎ
이런 글 보면 경아님은 나이가 가늠이 안 되요 ㅎ
세속적인 나이가 무의미...
그런가요ㅋ
인생에 현타가 한 번 오고 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ㅎ 그래서 그런걸까요ㅎㅎ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픽사 코코 가볍게 추천드려요. 눈물주의...ㅋㅋ
추천 감사합니다. 코코는 영화관에서 봤었어요.
울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엄청 찡했던 기억이...!
우리나라랑 비슷한 정서가 있는게 너무 신기했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