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ssay] 다시 쓰는 루돌프 이야기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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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딸은 그림 그리기를 제일 좋아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어린이집에서 캐롤을 배워서인지 요즘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 루돌프 사슴을 많이 그린다. 엊그젠 빨간 코를 가진 루돌프 사슴을 잔뜩 그려왔다. 이 그림을 보고 뿔색이 제각각인 사슴들에게 반해버렸다.

한때 따돌림 당했다던 빨간 코 사슴은 이제 우리 딸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주인공으로 기억된다. 오랫동안 루돌프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성공 스토리였다. 타인에게 멸시의 요소였던 코를 가진 사슴이, 그것 때문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이건 모두가 꿈꾸는 역전의 스토리다. 크리스마스에 걸맞는 기적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난 그 이야기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다시 쓰고 싶다.

크리스마스마다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산타 코퍼레이션'이라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의 창업자인 니콜라우스는 1인 기업으로 일을 시작했다.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하던 그는 더이상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늙자, 자신의 후임을 들이려고 결심한다. 자신의 프로젝트를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면서, 선물을 운반할 배달원 산타를 대대적으로 채용하기로 한다. 주변 기업가들은 니콜라우스에게 좋은 채용 기준들을 조언한다. 대부분의 조언자들은 건장하고, 웃음 소리가 크고, 성격 좋은 배달원들을 모집하라고 한다.

하지만 채용 공고를 내기로 한 날, 니콜라우스의 생각은 바뀐다. 아침에 들른 마트에서 한 남자가 배가 고파서 우유와 빵을 훔쳤고, 들킨 남자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마트 주인과 경찰들에게 배가 고파서 나쁜 짓을 했노라고 한 번만 봐달라고 빌기에 이른다. 다급하고 힘 없는 남자의 몸짓, 그 옆에서 울먹이는 어린 아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를 비난하기보다 안타까워한다. 니콜라우스는 출근해서 채용 공고를 다시 작성한다.
-채용 기준 : 자녀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은 사람, 배가 고픈 사람, 삶의 낙이 없는 사람, 노인 대환영.

채용 공고를 내자, 채용 기준에 알맞은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니콜라우스는 면접에서 마트에서 배고파서 물건을 훔쳤던 남자도 만났다. 니콜라우스는 남자에게 최고의 점수를 주고 그를 채용한다. 그들이 얼굴에 흰수염을 붙이자, 그들이 갖고 있던 부끄러움, 우울함, 빈곤 등이 얼굴에서 모두 사라지고 즐거움만 남았다. 빨간 산타복을 입자,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예전에 가졌던 아픔들은 온데간데없었다. 새로운 직원들과 새로이 출발한 '산타 코퍼레이션'은 활기차게 크리스마스를 준비했다. 산타가 늘어나자, 이제 썰매와 그것을 끄는 사슴도 늘려야했다.

산타들의 첫 번째 임무는, 자신의 썰매를 끌 사슴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니콜라우스는 수많은 이들의 조언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슴 채용 기준을 정했다.
-건강한 사슴, 다른 사슴과 관계도 좋고 불평 없이 일할 수 있는 사슴. 어린이를 상대해야 하므로 친근감을 주는 사슴 환영.

사슴 섭외 마감일이 되어, 모든 산타와 그들이 데리고 온 사슴들이 회사 앞 정원에 모였다. 니콜라우스는 사슴 하나하나와 악수를 나누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사했다. 채용 기준에 잘 맞는 사슴들이었다. 니콜라우스는 마트에서 물건을 훔쳤던 산타가 데리고 온 사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코는 빨갛고,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소심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벌써 주변의 다른 사슴들은 빨간 코의 사슴을 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니콜라우스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서있었다. 그때 마트의 산타가 말했다.

"대표님이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압니다. 이 사슴은 평범해 보이지 않지요. 바로 그때문에 뽑아왔습니다. 어둠이 내리면 이 사슴의 코는 밝게 빛이 납니다. 밤에 썰매를 끌기에 적합하지요. 평범하지 않아서 다른 사슴들에게 따돌림도 많이 받았지요. 그래서 자신감도 없고 소심하지만, 전 누구보다 이 사슴이 잘 해낼거라 생각합니다. 이 사슴은 선물이 진짜 필요한 아이들을 잘 알아낼 거예요.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아이들 말이죠."

니콜라우스는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들었다. 자신이 설정한 사슴 채용 기준이 부끄러워졌다. 니콜라우스는 바로 그 날, 사슴 채용 기준도 변경했다.
-채용 기준 : 특별한 일에 도전하고 싶은 모든 사슴. 특별한 개성을 가진 사슴 대환영.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 중 하나인 '산타 코퍼레이션'은 은퇴를 넘긴 노인, 배를 곯던 노숙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들이 모여 일하는 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특징을 가진 '특별한' 사슴들도 일할 기회를 얻는 회사가 되었다.

*

이 세계에 필요한 루돌프 사슴의 이야기는 소외된 루돌프에게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아니라, 소외된 루돌프도 배척하지 않는 '크리스마스의 정신'이 사회에 구현된 이야기다. 사회 전반에, 시스템에 크리스마스의 정신, '병든 자를 구원하러 왔노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구현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에게 많은 기적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딸이 그려온 그림을 보며, 또 아침에 본 '마트의 장발장' 뉴스를 보며 떠올려본 이야기다. 이 줄거리로 동화를 쓸 작정이다. 그리고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겠다.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선생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색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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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 가족분들과 따뜻한 크리스마스되셔요

좀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멋진 새해 맞으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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