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볼래요] 독서의 기술 / 헤르만 헤세

in #kr7 years ago

'데미안', '싯다르타' 등으로 유명한 헤르만헤세의 독서에 대한 폭넓고 깊은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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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통찰을 독자들과 자유롭게 나누고 있다. 독서란 아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님을, 독서란 삶과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그 무엇 이상임을 알게 해준다. 정해진 원칙을 제시하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여느 독서법 관련 서적의 어떤 법칙이나 정해진 방법이 아니라 내 안의 나와의 소통, 문자와 소통, 작가와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독서의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온다.
어떤 단계적 표의 형태가 아닌 자신의 경험에서 느꼈던 위대한 작품과 작가를 추천한다. 동서양의 작품들을 두루 추천했지만 가장 강조했던 작가는 괴테와 셰익스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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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보다 관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들을 자유롭게 택해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 타인들이 생각하고 추구했던 그 깊고 넓은 세계를 감지하고 인류의 삶과 맥, 아니 그 총체와 더불어 활발하게 공명하는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하다.]
[올바른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존재와 사고방식을 접해 그것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그를 친구로 삼는 것을 뜻한다.]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작가의 방식과 기질, 내면의 풍경, 나아가 작풍이나 예술적 기법, 사고와 언어의 리듬까지 접하게 된다.]

어떤 독서법 서적은 다독을 권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온전히 각 개인에게 달려있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독을 하기도 하고 한 권에 책에만 집중하기도 하고 균형을 이루는 독서를 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강조하는 바는 책을 하나의 관계맺는 측면에서 접근하라는 것이다.

개성을 존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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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친구나 연인을 대할 때처럼 각각의 고유성을 존중해주며, 그의 본성에 맞지 않는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무분별하게 후닥닥 해치우듯 읽어서도 안되며, 받아들이기 좋은 시간에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읽어야 한다. 섬세하고 감동적인 언어로 쓰여서 무척 아끼는 책들이라면 때때로 낭독하도록 한다.]

돌멩이? 돌멩이!

[길가의 돌멩이 하나가 괴테나 톨스토이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 단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머물러 보라. 그러고 나면 그대는 괴테와 톨스토이와 다른 모든 시인들에게서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욱 무궁무진한 가치를, 풍성한 젖과 꿀을, 자신과 인생에 대한 더 큰 긍정을 이끌어내게 될 것이다.]
[무엇을 대하건 이 셋째 단계에 있을 때 당신은 독자이기를 멈추고 문학도 예술도 세계사도 해체되고, 오직 당신 자신으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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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만 오래 머무른 경우 쉽게 체험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문구를 마음에 품고 가끔씩 자연과 주변을 보며 시도해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순간이 다가온다.

성급하고 어설픈 독서의 유혹과 위험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온갖 문학작품을 기웃거리며 오늘은 페르시아의 동화, 내일은 북구의 전설, 모레는 미국의 그로테스크 현대문학을 탐욕스럽게 전전하는 것은 실속 없고 위험할 따름이다.]

예전에 이를 무시하고 막 손에 집히는 대로 책을 읽었던 때가 있다. 그 당시는 기분이 좋은데 실은 남는 게 적다.

[이런 성급함과 끝없는 사냥질을 하느니 차라리 정반대로 한 작가, 한 시대, 한 사조의 작품들을 오랜 시간을 두고 섭렵하라.]
[다만 수준 높은 사상가나 작가의 작품 하나라도 속 깊이 이해한다면, 이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의식과 이해를 접하는 하나의 성취이자 행복한 경험이리라.]

한 권의 독서로 백 권 독서를 한 만큼의 효과를 낸다고 했던가.

독서의 마음자세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의지이며 완전무결한 판단이 아닌 수용성과 진솔함, 선입견 없는 마음자세이다.]
[독자가 꼭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편견이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도야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데는 오직 하나의 원칙과 길이 있다. 그것은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이다.]

사랑으로 걸어가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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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세계문학과 생동적인 관계를 맺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떤 정해진 도식이나 교육과정보다는 자신에게 특별히 와 닿는 작품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길은 사랑으로 걸어야지, 의무로 걷는 길이 아니다.]
[끌리지 않고 저항감이 일어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작품이라면 억지로 인내하며 애써 읽으려고 하지 말고 도로 내려놓는 편이 낫다.]
[애정이 결여된 독서, 경외심 없는 지식, 가슴이 텅 빈 교양이란 정신에게 저지르는 가장 고약한 범죄 중 하나다.]
[자기가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수준 높은 '독서훈련'은 신문이나 떠도는 유행문학들이 아닌, 오직 양서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작품들은 대개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책들만큼 달콤하지도 맛깔스럽지도 않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길 요구하며, 힘겹게 익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랑이란 참으로 기이하니, 예술에서도 그러하다. 사랑은 모든 교양, 지성, 비판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낸다. 가장 멀리 있는 것을 서로 묶어주며, 최고로 오래된 것과 가장 최신의 것을 나란히 둔다.]

두 번 읽기의 경이로움

[두 번째 읽을 때 비로소 그 책의 진수를 발견하게 되고, 표면적인 것에 불과했던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글 고유의 힘과 아름다움이라 할 내면의 가치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얼마나 경이로운 경험인지 모른다.]

독서의 목적??

[책은 오직 삶으로 이끌어주고 삶에 이바지하고 소용이 될 때에만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에게 불꽃같은 에너지와 젊음을 맛보게 해주지 못하고 신선한 활력의 입김을 불어 넣어주지 못한다면, 독서에 바친 시간은 전부 허탕이다.]
[한 권 한 권 책을 읽어나가면서 기쁨이나 위로 혹은 마음의 평안이나 힘을 얻지 못한다면, 문학사를 줄줄 꿰고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더 의식적으로, 더 성숙하게 우리의 삶을 단단히 부여잡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뒤집기

[진리를 뒤집어보는 건 언제나 유익하다. 한 시간 동안 내면의 그림을 거꾸로 걸어두면 사고가 더 유연해지고, 다채로운 착상이 좀 더 활발하게 떠오른다.]

가능할까 싶지만 해보면 내 사고가 신선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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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연상능력이 최고조에 이를 때 우리는 종이 위에 인쇄된 것을 읽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읽은 것을 타고 떠오르는 충동과 영감의 물결 속을 헤엄쳐 다니게 된다. 텍스트에서 나오는, 어쩌면 오로지 활자화된 모습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는 그런 충동과 영감이다.]

활자에 머물러 무한의 상상의 나래로 펼쳐가는 것. 괴테를 읽으면서 그와 그의 작품과 전혀 다른 상상을 펴고 사고를 확장시켜나가는 것. 결국 그 책의 텍스트는 상상을 열어주는 단초의 역할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독서 중 들어오는 잡생각에 대해 조금은 더 편안해진다.

창작해보기

[자기 자신과 세상을 더 명확히 알아가고 체험의 힘을 고양시키고 양심의 날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한은, 문학창작을 계속 하십시오. 그러면 장차 작가가 되건 안 되건 상관없이 당신은 맑은 눈으로 깨어 있는 유용한 정신의 소유자가 될 것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형편없는 시를 지어보면 안될까? 그렇게 해보라. 그러면 곧 알게 되리라. 최고로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보다 형편없는 시를 짓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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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편없는 시가 내겐 엄청난 의미를 갖는 시로 변한다.

독서의 운명

[진정한 독자가 그런 울창한 책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압도될지, 제대로 길을 찾아 자신의 독서체험이 진정으로 스스로의 경험과 삶에 소용되게끔 만들지는 각자의 지혜나 운에 달려 있다.]

운명이라 표현했으나 그 안에 결국 '내가 기대하는 바'를 포함한 것이 아닐까? 긴 호흡으로 볼 때, 독서는 목표하고 기대하는 만큼 얻어지는 것 같다. 마치 우리 삶처럼...

긴 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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