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길을 걷다.
길을 걸었다.
쉽사리 변하는 그림자를 피해 서둘러 걷지만 한없이 늘어지는 그림자는 내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림자를 뚝 잘라내어 둘둘말아버리지만 그림자 속에 숨은 추억은 쉽사리 잘라지지 않는구나.
넓어진 그림자를 들고 거리에 서있다. 둘둘말린 그림자의 무거움이 더해지고 땀에 얼룩진 얼굴에는 쉽사리 행복 하나가 새겨지지 않는다. 제각각 늘어진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 그 틈에서 난 다시 둘둘말린 내 그림자를 펴본다.
웃고 있구나. 나에게 손짓을 하는구나. 사랑하라고 말을 하는구나. 살아왔던 모든 세월은 나의 것이라고 때마다 날라오는 청구서처럼 채근하는구나. 그림자 속에 숨은 추억과 사랑과 슬픔과 행복과 걱정과 근심과 이별은 짊어져야하는 무게가 아니라 내 뒤에 따라오는 세월의 두께라고 나에게 위안을 주는구나.
세월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뒤에서 따라오던 그림자는 어느새 내 옆으로 자리잡는다. 뒤에서 채근하던 너는 이제 동반자처럼 내 옆을 지키는구나. 한없이 길어졌다가 서서히 사라질 너를 보며 잊어버리지 않으려 열심히 추억 하나를 길어 올린다.
서산에 해는 지고 강의 저녁놀은 빛나지만 내 인생의 찬란참은 시간을 놓친 차표처럼 빛바래졌다.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에 비춘 그림자를 보며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한다. 다시 내뒤에 선다. 다시 채근한다. 어느샌가 다시 내 옆에 서서 나를 바라 볼 너가 얄팍한 가로등의 불빛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구나. 다시 채근하는 너를 등 뒤에 세우고 세월 하나를 보내기 위해 길을 걷는다. 세월에 추억을 새기고 그 추억이 행복이라는 글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깜빡거리는 가로등 밑에 서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본다. 그림자는 정조없는 거리의 여자처럼 가로등 불빛을 따라 내 주위를 맴돈다. 내앞에 선 그림자를 앞에 두고 슬며시 바라본다. 한없이 늘어지는 그림자보며 내 살아온 날의 기억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언젠가 기억이 다하고 추억의 기간이 다하면 내 그림자는 앞에 서서 나에게 말하리라.
인생은 땅에 기대어 살아가는 그림자처럼 추억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날들이라고.
나 다시 거리로 나온다. 그 거리를 다시 걷는다. 술에 취한 발걸음은 비틀거리고 살아온 세월의 무게처럼 늘어진 그림자는 내 뒤에 있다가 서서히 내 옆으로 다가온다. 언젠가 그림자가 내 앞에 서면 추억은 내용물 없는 기억으로 떠오르고 절망은 행복을 먹으면서 솟구쳐 오르리니 서둘러 그림자를 다시 둘둘말아 주머니에 넣는다.
불룩해진 주머니에 무거워진 발걸음을 힘겹게 내딛으며 길을 걷는다.
내일의 태양이 나에게 그림자를 내어 놓으라고 소리치는 아우성이 내 귓가에 맴도는구나.
길을 걷다 참 좋은 글입니다 행복하세요
얼마나 삶을 영위하신 분이길래 이런 글을 쓰시나요... 세월에 추억을 새기고 그 추억이 행복이라는 글자가 되기를 저역시 소망합니다^^
짱짱맨홍보요원입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와, 시인이셨군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