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in #kr7 years ago (edited)

기술은 중립적이다. 진부한 비유이나, 물과 젓소 그리고 뱀의 이야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젓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것이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중립이나,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기술과 과학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철학적, 가치적 접근이 중요하다. 과학기술이 발달할 때는 더욱 그렇다.

과학기술의 힘과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과학과 기술을 중립이라고만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충분히 경청해야 하는 이야기이다.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기술을 이용하면 작은 실험실에서 치명적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 기술의 가능성은 매우 크나,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학과 기술을 중립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그 기술의 위험이 너무 크다.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어떨까?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탈중앙, 탈국가의 가능성은 플랫폼 이코노미에 대한 대항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을 더욱 높게 산다. 기술만으로 사회를 변혁한다는 것은 순진하다. 과거 전신이 등장했을 때의 전망과,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의 전망은 동일하다. 정보는 보다 자유롭고 실시간으로 유통될 것이고 이를 통해 국가간 평화는 높아지며, 부의 차별은 약화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과 이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현명함 즉, 철학적이가 가치관적 접근이었다.

블록체인으로 인증서를 대체하겠다고 한다. 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 기술의 문제와 사람의 문제가 모두 겹친다. 블록체인으로 인증서를 대체하겠다는 것은 고기 잡는 그물로 벼를 심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을 듯 하다. 블록체인이란 암호화된 분산 데이터베이스다. 여기서 암호화란 제3자가 읽을 수 없도록 암호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기 임의로 데이터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암호화 기술을 의미하며, 데이터는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저장된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블록체인과는 관련이 없다.

블록체인으로 인증서를 저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이를 통한 실익이 무엇일까? 알수가 없다. 탈중앙화? 민주적 의사결정? 인증서 유효기간? 블록체인 인증서를 위한 블록체인을 public 블록체인으로 할 것인가?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할 수야 있겠지만, 그 비용문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private으로 한다면 굳이 블록체인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인증서 등록에 민주적 의사결정이 필요한가? 인증서 유효기간은 정책의 문제이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굳이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본다면, 한국식의 인증서를 국제적으로 다수의 금융기업 등이 채용할 것에 대비하여, 인증서 플랫폼을 블록체인으로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는 가능할까?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인용 컴퓨터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앞으로의 금융시스템의 경쟁력에 필수 불가결한 것일까? 잘 모르겠다.

인증서가 금융기업의 면책에 활용된다는 점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정상 거래를 실시간 확인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성을 보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어떻든 금융기업의 세계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금융기업의 세계화에 대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마련하는 것이 고민의 화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 판단은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이 들어와 고생이 많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한 쪽에서는 투기의 대상으로 보고, 또 한쪽에서는 엉뚱한데 접목하려 하니 말이다. 한쪽에서는 기업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확장하자고 주장하고, 또 한쪽에서는 블록체인을 만능기술로 포장하니 말이다.

적어도 블록체인에 대해서 보자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로 보인다. 블록체인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상상력 부터 키우고, 블록체인이 가진 기술적 한계에 대한 대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일부 의사결정권자가 파도에 휩쓸려 오락가락하는 낙엽배 같아 영 못마땅한 하루다.

퓨처리스트 윤기영이었습니다.

(c) 윤기영,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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