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인생영화 찾기 #3 ‘트라이브’
대사가 생략된 화면을 몸짓이 채워
비극이 더 강렬하게 전해지는 영화 ‘트라이브’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듯 시종일관 거리를 두고
장애인 소년과 그 주변을 관찰 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농아학교이며 대사는 없습니다.
이들이 선천적으로 지닌 핸디캡은 정상적인 사회인의 삶과
자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학교는 장애인에 한정된 기술 터득과
생존만을 강요합니다.
철저한 계급 질서에 따라 학생개인들에게는 역할이 배당되는데
농아학교에 갓 입학한 주인공 소년이 순응해 나가는
과정은 처절합니다.
지나가는 행인을 덮치거나 돈을 훔치는 일
여학우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의
돈벌이가 학생들의 주요 일과입니다.
각자에 할당된 수금액에 못 미치는 날이면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지고 그것이 이들 세계 생존 질서를 유지케 합니다.
그런데 공고하게 유지되던 세계에 균열이 발생합니다.
주인공 소년이 학우 소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 것이죠.
학교는 그들 방식대로 소년을 즉각 제거하려 합니다.
이들 사이에 잔인한 폭력이 난무하고
무시무시한 아비규환으로 치닫게 됩니다.
최소한의 인간적 욕구와 생존방식간
섬광과 같은 충돌이 비극적입니다.
학교가 외부세계와 단절되고 타락해갔던 원인이
그들 내부만의 문제 였을까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층 더 치열한 삶의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일체의 음향 대사가 없음에도
화면 가득 생존 본능이 들끓고
욕구해소를 위한 격렬한 몸부림을 체험하고 나면
무던하던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