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위빳사나 봉사활동, 인생의 진리에 다가가다.

in #kr7 years ago (edited)

지난 세계여행 첫 나라였던 인도를 여행할때 나는 위빳사나를 마주하게 됐어. 대략 1년 전.

그때는 뒷통수를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고 인생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느낌이었지.

드디어 두번째 수련을 결심했고 이번에는 봉사활동을 해보기로 했어.
(사실 10일 싯팅이 두려운 마음이 스물스물~)

봉사활동은 구수련생만 할 수 있어.
*구수련생 : 10일짜리 코스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

결론적으로 이번 수련(봉사활동)은 앞통수를 망치로 꽝 맞은 느낌이었어.

첫번째 위빳사나 수련보다 훨씬 많은 것을 느꼈고 성장했어.

감히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지' 않고 '성장했다'고 판단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게.

1. 태어나 처음으로 해본 '봉사(service)'

나는 살면서 몇번의 봉사활동을 했었어.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가봤지.

그런데 나는 이번에 위빳사나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이 태어나 처음으로 한 진짜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해.

이번 봉사활동간 코스매니져를 하게 됐어.
*코스매니져 : 남녀 봉사자 중 각 한명이 생활적인 측면에서 학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 선생님과의 가교 역할

인도에서의 첫번째 수련후 바로 코스매니져를 하는게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해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푹 빠져서 그들만을 위해서 10일을 살았어. 정확히 말하면 약12일.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어 오로지 남을 위해서 사는 것.

나는 늘 나를 위해서 살았지.

그리고 내가 무슨 행위를 할 때면 늘 무언가 보상을 바랬어.

예를들면 돈을 많이주길 바라고,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주길 바라고, 배우는게 있길 바라고.
(이게 당연하다고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나도 그랬었고. 하지만 진리는 그렇지 않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어)

고아원이나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에는 학교에 제출할 증명서가 필요했지.
(이것은 그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마음가짐의 문제였음)

이번 봉사활동을 하며 참 많은 고민을 했어.

'식당에서 정수기 옆에 앉은 학생이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느라 불편하지 않을까. 자리를 옮겨줄까. 어디로 옮겨줄까'를 고민하고,
'저사람이 이런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지금 이야기하면 저사람의 수련에 방해가 될테니 언제 이야기 하는게 좋을까'를 고민하고,
'화장실 입구에 계단에 놓은 수건이 거기 놓일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이 더 신경쓰이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담마홀(명상홀)이 춥지는 혹은 덥지는 않을까'를 고민하는 등.

매니져인 내 행동 하나하나가 그들의 수련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길 바랬어.

그저 그들이 담마의 길을 제대로 수련하기만을 바랬어.

나는 7년을 군인으로 살았어.

군복무를 영어로 하면 military service, 그리고 군인이 받는 월급은 봉급이라고 해.

즉 봉사를 하는 것이지. 봉사를 하고 받는 돈이고.

그런데 나는 과연 봉사를 했던걸까?

일단 월급을 받는 것에서부터 그것은 봉사가 아니게 되.

생업이니 돈을 받아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것이지. 불가피해.

그런데 돈을 받으면 거기서부터 봉사라는 것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기 시작하기 마련.

이 위빳사나는 모든 것이 봉사활동과 보시(기부)로 이루어져. 그 누구도 급여를 받거나 사례금을 받는 경우는 없어.

우리같은 매니져도,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지도법사님(assist teacher)들도 모두 봉사자야.

모두 본인들이 이 명상법에, 담마라는 진리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진리를 깨우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것이지.

나는 군인일 때 내 부하들을 위해서 내 상관을 위해서 배려심을 가지고 저런 비슷한 생각을 했었어.

그들을 위해서 내 시간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지.

그래서 나는 이번에 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고민해봤어. 군생활을 하며 배려했던 그것과 이 봉사활동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처음에는 나는 '선의'의 차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걸 마지막에 깨달았어.

군생활을 하면서 나는 군인정신으로 국가에 봉사한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면서도

실제로는 더 많은 봉급을 바라고, 명예를 바라고, 상관 부하 동료들의 인정을 바라고, 능력개발을 바랬어.
(내가 못나 이런 생각이 컸던 것이지 실제 군인들 중에는 권력의 하수인만으로도, 남에게 인정만을 받기를 원하는 파렴치한도, 능력개발을 원하는 자기계발자만으로도 살지 않는 진정 국민에게 봉사하며 나라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군인들이 있어)

그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이거였어. 위빳사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 그게 이것이 진정한 봉사가 되게 해준 핵심이었지.

사실 처음 이 봉사활동을 하러 갈 때 아마 이런것 정도는 바랬던 것 같아.

'좋은 일 하는구만', '저친구가 일처리를 참 잘하네' 라는 최소한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2~3일 뒤에 나는 깨달았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구나 내가. 이제 저것조차 바라지 않는구나.

이게 봉사활동이구나...

이게 바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 하나야.

그리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생각.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해 사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얼마나 벅차고 행복했던지.

수련생들이 내면의 갈등과 상카라와 싸우는 모습이 내눈에 보이는데, 그리고 그걸 이겨내고 얼굴이 환해지는 모습을 봤을 때 마치 내 일처럼 내가 어찌나 기쁘던지.

이 글에서 아쉬운 점은 그당시 내 마음을 글로 알맞게 표현할 수가 없다는 것.

2. 명상수련 그리고 평정심

사실 위빳사나 명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 평정심의 유지. 그저 바라보는 것.

지난 여행동안, 귀국 후 나는 평정심을 잘 유지했는가. 그렇지 못했어.

많은 일이 있었지. 돌이켜보니 나는 알아채지 못했고 평정심을 갖지 못하고 여전히 격하게 반응했더라구.

기쁨에 갈망했고, 슬픔과 잘못에 혐오를 불러일으켰어. 화를내며 반응했지.

무지한 사람들의 대응을 보고 답답해하며 각종 사회현상으로부터 혐오를 일으켜 스스로 힘들었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어. 아니 지식으로. 1년전에 배우고 직접 느꼈으니.

당시 직접 경험했지만 수련하지 않으니 그것은 다시 그저 내 머릿속의 지식에 불과했지.

이번 수련기간 동안 그랬던 상카라들이 올라왔어. 아 내가 제대로 적용하며 살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다시금 위빳사나를 수련하게 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봉사활동은 수련의 한 과정이야.

그저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명상시간에는 수련생들과 같이 명상에 참여하고

봉사활동하는 서버들만 참석하는 별도의 멧따(행복과 담마를 공유하는 명상) 시간이 있어.

그리고 봉사활동 하는 그 순간 순간도 알아차림과 평정심을 개발하는 아주 중요한 수련의 과정이지.

봉사활동 중간에 많은 역경이 있어. 수련생들이 항의를 하는 경우, 사고를 치는경우, 봉사자들끼리 마찰이 생기는 경우.

오히려 사회보다 조금 빈번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왜냐하면 굉장히 힘든 과정 속에서 감각을 지켜보는 과정을 거치는 모두의 마음이 굉장히 예민해져 있거든.

그래서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굉장히 큰 다툼이 되기도 한데.

나도 이번 봉사활동간에 힘든 몇가지 경우가 있었는데 잘 극복했던 것 같아.

한해동안 수련을 많이 하지 못했지만 이번 봉사활동간 싯팅은 참 잘됐어.

아딧타나(대결심)로 1시간을 앉는 것이 위빳사나 명상을 배우고 며칠째부터인가 시작되는데 작년엔 두세번정도밖에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매 단체명상시간마다 성공했어. 그것도 어렵지 않게. 몸도 조금 유연해졌는지 그 고통이 덜한 것 같고.

감각에 집중도 잘 되더라구. 평정심도 잘 유지되고.

중요한건 평정심이 잘 유지가 됐다는거지. 어떤 감각이든 어떤 상카라든 알아차리고 돌아오고 평정심을 잘 유지했던 것 같아.

3.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세계여행에서 돌아온 뒤 내가 집중 하고 있던 일은,

'어떻게 30대를 의미있게 보내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어.

나름 20대는 성공으로 포장된 실패와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 자체로 의미있게 보냈다고 생각해.

40대를 향하는 30대의 시작(이미 2년이 되어가지만..),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 것인가.

그래서 몇가지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며 사람들을 만나며 지냈지.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필요한 조건들이 조금 있지.
(금전, 직업 등등)

그 조건들의 범주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조건들보다 우선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가.

이것에 대한 답을 담마로부터 한번 더 찾은 것 같아.

인간은 누구나 고통받으며 살아.

인생 그 자체가 사실은 고통이야.

모든 사람이 담마의 진리를 경험하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진리를 깨닫고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났으면 좋겠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남들에게 고통을 주고 그로인해 스스로 고통받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람이 없길 바래.

일단 내가 먼저 진리 안에서 잘 살아가야겠다.

(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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