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법률 : 몰수냐 추징이냐

in #kr7 years ago

스팀잇에 처음 쓰는 글입니다.  앞으로 암호화폐와 법률, 남녀 문제, 성과 자유 등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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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가상화폐)와 관련, 정부의 규제방침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법원에서도 암호화폐의 성격과 관련된 첫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비트코인도 법률상 '재산'에 해당하므로 몰수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같은 사건에서 1심과 2심 판결이 다소 엇갈리고 있어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범죄에 거래된 암호화폐, 몰수할 수 있을까

A씨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회원 1백만 명이 넘는 음란사이트를 운영해왔다. 그는 광고수익과 유료회원들의 사용료로 거금을 벌어들였다. 유료회원들은 전자문화상품권이나 비트코인 등으로 결제하여 사이트 내 포인트를 적립한 뒤, 그 포인트를 차감시키는 방법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내려받았다. 

A씨는 수사기관에 적발돼, 법의 심판을 받았다. 법원은 주범인 A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문제는 A씨가 회원들에게 사용 요금 명목으로 받은 비트코인의 처리방법이었다. 검찰이 일단 압수한 상태였는데, 물리적 실체가 없는 암호화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암호화폐는 몰수해야 할까, 아니면 실체가 없으니 몰수 대신 해당 금액을 추징해야 할까.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먼저, 몰수와 추징에 대해 알아보자. 몰수란 범죄행위와 관련된 물건의 재산권을 박탈하여 국고에 귀속시키는 처분이다. 형법(48조)에 따르면,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 한 물건,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범죄의 대가로 취득한 물건 등이 몰수의 대상이다. 예컨대 마약사범의 마약이나 마약자금, 범행에 사용한 칼 등이 대표적으로 몰수물이다.

그렇다면 추징은 무엇일까. 몰수할 물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없을 때 몰수에 갈음하여 가액의 납부를 명하는 처분이다. 예를 들어 뇌물죄로 받은 돈을 모두 써버린 경우 범죄자에게 그 액수만큼 국가에 납부를 명하는 것이 추징이다.        

1심 "물리적 실체 없어...범죄수익 추징이 타당"

비트코인은 어떨까. 이 사건에서 1심인 수원지법(반정모 판사)은 몰수 대신 추징을 택했다.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돈을 추징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1심은 ▲비트코인의 객관적 가치를 상정할 수 없고, ▲A씨가 비트코인에 다른 수익금도 포함되었다고 주장하는 등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므로, 범죄수익을 추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현재 암호화폐의 몰수와 관련된 법률규정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점을 볼 때 비교적 엄격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2심 "물리적 실체 없어도 거래가능한 '재산'" 

하지만 2심은 "몰수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인 수원지법 8형사부(재판장 하성원 부장)는 지난달 30일 1심 판결을 일부 파기, "A씨가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취득한 비트코인을 몰수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암호화폐에 대해 "가상화폐는 '자연인 또는 법인이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제적인 가치의 디지털 표상으로 그 경제적인 가치가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또는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앞서 개별적인 거래 내지 '채굴' 작업을 통해 획득하는 것 외에도 거래소를 통해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며, 거래소의 중개를 통해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인 규모에 의해 정해진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통화로 비트코인을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있고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 온라인 게임업체가 발급하는 '게임머니'도 법률상 '재화'에 해당하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비트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일정한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것이 가능하고 ▲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는 비트코인 가맹점이 존재하는 등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몰수의 근거가 됐다. 

암호화폐, 법률과 판례 정비가 필요하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음란물유포죄를 중대범죄로 간주, 이로 얻은 재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도 법률의 취지를 의식한 듯 "비트코인을 몰수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환부하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도 법률상 '재산'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몰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항소심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미 압수한 비트코인 중 음란사이트 운영으로 취득한 재산으로 판단되는 부분을 몰수한다고 판결했다.

몰수한 비트코인의 처리방식도 관심거리다. 2014년 미국 뉴욕지방법원에선 마약밀거래에서 취득한 비트코인을 몰수, 경매를 통하여 국고로 귀속한 사례가 있었다.    

그동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사기사건에 연관되거나 마약밀매 등 범죄에 거래되어 법원으로 온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암호화폐 자체가 판단의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아직 대법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판단이 나온 적도 없다.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정부의 입장뿐 아니라 관련법률, 법원의 판례 등도 정비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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