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인사] 안녕하세요, 저는 콜롬비아 치과 대학원생 입니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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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욕에 살고 있는 평범한 27살 대학원생 입니다. 친구의 소개로 Steemit 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초등학교 3학년때 미국에 와서 문법이 조금 어눌할수 있으니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학창시절때 공부를 딱히 잘하는 편도 아니였고, 유별나게 잘하는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장난꾸러기 였습니다. 저와는 반대로 키도크고, 얌전하고, 공부도 너무나도 잘했던 저보다 두살 많은 친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코넬대에 입학 했습니다. 엘리트인 형과는 다르게 저는 간신히 뉴저지 주립대에 붙었고 대학교를 들어가고 나서야 조금씩 정신을 차렸습니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은 없었지만 일단 부모님 말대로 대학교 때부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말 하나만 믿고 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성격이라 4년 동안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말 그대로 "놀땐 열심히 놀고, 공부할땐 열심히 공부하자" 라는 다짐으로 대학생활을 펼쳐 나갔습니다. 어쩔때는 새벽 4시까지 놀고 집에 들어와서 술에 취한채 공부를 몇시간씩 하고 자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제 자신이 놀라웠습니다. 옆에서 부모님이 그렇게 '제발 공부좀 열심히 해라' 할땐 그토록 하기 싫던 공부가, 아무 간섭 없이 혼자 대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고 나서부터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사람 심리라는게 참 웃기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일학년 첫 학기를 마치고 3.80 이라는 GPA를 받고 자랑스럽게 가족 단톡방에 올렸을때 제 형은 너무나도 냉정하게 그 GPA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다음부터는 4.0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유독 성적 받기 힘들다는 그 코넬 대학교 에서도 거의 4.0 GPA를 유지하던 제 형은 말 그래도 괴물 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지 아직도 신기하네요. 제가 기억하는 형의 모습은 항상 컴퓨터로 드라마를 켜넣고, 랩탑으로 게임을 하면서, 게임에서 죽을때 잠깐씩 앞에 펴놓은 책 보고 공부하는거 같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마 제 형은 아빠를 닮아서 공부 머리는 타고 난거 같네요. 여러모로 좋은 유전자는 다 몰빵으로 가져간 제 친형이 참 얄밉네요 ^^

비교적으로 너무나도 잘난 제 형 탓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저에게 성공에 대한 제일 큰 자극이 되었던 것은 어른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 이었습니다. 새로운 어른들을 만날때마다 들려오는 그 지긋지긋한 질문... "넌 어느 학교 다니니?".
명문대를 다니는 형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과 주립대를 다니는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오로지 '학력' 이라는 기준 하나로 아이들을 판단하는 몇몇 한국 어른들의 시선과 생각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전 그때 다짐 했습니다, '아, 진짜 성공 해야겠구나. 다시는 어디가서 무시 안 당할만큼'.

대학교 3학년 부터 졸업 전까지 평생 받아보지 못한 올 A를 꾸준히 받아내고, 결국 3.85라는 GPA로 졸업을 했습니다. 이쯤되면 제가 왜 치과의사 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 궁금 하시죠?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별 생각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이 입에 달고 사셨던 말, '너는 똑똑하고 특히 손이 너무 섬세해서 커서 꼭 치과의사가 되어야해~'. 솔직히 말도 안되죠. 손이 섬세하다고 치과의사가 되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 때까지 꿈이 없었던 저에겐 어쩌면 그게 유일한 선택 이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랑 형을 위해 평생 고생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게 맞다고 생각 했습니다. 이게 그나마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효도 였으니까요. 하지만 치대 입학 과정이 그렇게 쉽진 않았습니다. 주변 선배들 중에서 치대를 다니는 사람도 없었고, 혼자 인터넷을 보면서 1부터 10까지 치대 입학 과정을 다 알아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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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치대를 들어가기 위해선 DAT (Dental Admission Test) 라는 시험을 봐야합니다. 기초적으로 과학, 수학, 영어, 그리고 아이큐 테스트(?)와 매우 흡사한 perceptual ability라는 섹션이 있습니다. Perceptual ability 라는 섹션이 특히 공부하기 재밌었는데요, 여러분들을 위해서 제가 대충 어떤 느낌인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예) 이걸 접으면 어떤 모형이 완성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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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몇개의 큐브가 3개의 면을 보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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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일 작은 각도부터 큰 각도 순서대로 진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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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 모형이 들어갈수 있는 구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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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감이 오시나요? 되게 쓸때 없는거 같지만 치과의사 라는 직업상 중요한... 부분인가.. 봅니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ㅎㅎㅎ. 그래도 이 섹션 덕분에 공부하면서 지루하진 않더라고요. 아무튼! 대학교 4학년이 되기 전 여름방학 2개월 동안 이 시험을 위해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 했습니다. 하루에 대략 6-10시간을 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엔 먹고, 자고, 운동하고, 가끔 지루할땐 영화도 많이 봤습니다. Subject 마다 점수가 따로 나오기도 하지만, 30점 만점중 미국 학생들 평균 점수가 17~18점 입니다. Academic Average (총 평균 점수)를 대부분 보는데 저는 24점이 나왔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분명 연습 문제들은 되게 어렵고 점수도 잘 안나왔는데, 막상 시험 문제들은 쉬웠고 점수도 생각보다 잘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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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평균 24점이면, 상위 2%를 넘는 말도 안되는 점수이고, 하버드 치대 입학생들의 평균 DAT 점수는 당시 23점 이였습니다. 첫 인터뷰는 10/31일 콜롬비아와 잡혔고, 12월 1일날 합격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 하버드 치과 대학원 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왔지만 뉴욕에 살고 싶었던 욕심 때문에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버드 인터뷰 안간거는 지금 좀 후회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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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는 결론적으로 뉴욕을 선택 했습니다! '드디어 내가 듣기만 했던 뉴요커 가 되는 건가..?' 딱히 뉴욕에 살아보고 싶다, 라는 로망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뉴욕에 살면 최소한 지루한 학교 생활에서 언제든지 벗어날수 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뉴욕에 사니까 재미있는 것들도 많고, 구경 할것도 많고, 맛있는 음식들도 많고, 하루하루가 정말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치대생' 을 생각하면 매일 공부만 하고, 나가서 놀 시간도 없을거 같다고 생각 하시는데 전~혀 아니에요. 1,2 학년때는 일주일에 거의 2~3번 정도 꼭 가야하는 수업들 위주로 골라서 가고, 시험 기간이 되면 1주일 전부터 슬슬 시작하고, 이틀 전부터는 거의 하루종일 공부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머지 시간엔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놀러 나가고, 하루종일 게임도 하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 술도 한잔 마시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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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까도 말했지만 전 절대로 똑똑한 사람이 아닙니다, 머리가 유별나게 좋은것도 아니고요. 결론적으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거는 꼭 공부머리가 좋아야 치대를 갈수 있는게 아닌거 같습니다. 제일 중요한건 마음다짐, 그리고 그 다짐을 이루기 위한 끈질긴 노력, 그리고 어느정도의 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3학년이 되고나서 부터 환자들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요즘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아픈 환자들을 치료 해주고, 그분들이 웃으면서 집에 돌아갈때가 제일 행복한거 같네요. 저같은 사람도 남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수 있다는게 정말 큰 축복인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봉사활동도 많이 참여하고 더욱 더 의미있게 살아가고 싶네요. 그리고 제가 치과의사 라는 길을 선택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네요ㅜ 그럼 오늘은 이만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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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어제 쓴 제 가입인사 글이 무색해지네요. 긍정 에너지가 내내 느껴집니다. 성공한 인생은 스스로 행복을 느낄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환자에 대한 사랑까지~ 응원합니다! ^^

환영해요!! @환영해

감사합니다~ 👋🏻

@jueunchong 인상깊은 자기소개 글이네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저도 뉴욕라이프가 궁금하네요! 앞으로 좋은 재미난 소식 많이 전해주세요! 구독하겠습니다 ㅎㅎ

@jueunchong님 안녕하세요. 겨울이 입니다. @easysteemit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환영합니다!^^ 소통하면서 지내요!

반갑습니다!! 뉴욕에서 치대를 다니시는군요!! 저는 여행기를 공유하려고 스티밋에 가입했어요! 팔로우할께요!!

Welcome..... to the new world. Cheers.

환영합니다~!
소통하면서 지내요!

반가워요!! 한국말 문법이 전혀 어눌하지 않은데요?!
팔로 하고 종종 구경올게요!~🤠👍🏻

반갑습니다 :) 스티밋에 오신걸 환영해요!!
미국에 관심 많은데, 앞으로 포스팅들이 기대됩니다
팔로우하고 갈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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