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으로
어느 날 갑작스레 공기가 변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느껴지던 무언가 자유롭고 경쾌했던 리듬이 깎여 나갔다. 대신 두려움과 불신이 묻어났다. 그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었고, 이내 모든 것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이름이 입에 오르내릴 때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한 톤 낮아졌고, 마치 숨을 죽인 듯 작아졌다.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권력이 사람들의 목을 죄어오는 그림자가 된 것이다.
비상 계엄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무겁다. 그것은 하늘이 낮게 내려앉고, 땅이 더 단단해져서 움직이기 힘들게 만드는 감각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 단어를, 그는 서슴없이 꺼내 들었다. 이 조치는 마치 전염병처럼 퍼졌다. 그것은 우리의 공기를 더럽히고, 우리의 목소리를 질식시켰다. 그는 무엇을 두려워했던 걸까? 아니면 두려움을 자신의 무기로 삼고 싶었던 걸까? 그 의도는 결코 선명하지 않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거리에는 침묵이, 사람들의 가슴에는 억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묻고 싶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몰아붙였는지,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무모하게 만들었는지를. 역사는 언제나 반복되었다. 권력자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했을 때, 그 끝은 언제나 허무했고, 비극이었다. 그것은 그 자신만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 속으로 밀어 넣었다. 우리는 그러한 역사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그가 이끄는 권력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
사람들은 점점 조용해졌다. 길거리에서 들리던 웃음소리, 친구와 주고받던 농담,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들. 그것들은 점점 사라졌다.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낄 때, 그들은 침묵을 택한다. 침묵은 가장 큰 복종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는 이 침묵을 기뻐했을까? 아니면 그 역시도 이 침묵이 뿜어내는 무언의 저항을 느꼈을까?
한강은 언제나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물결조차도 무겁게 느껴졌다. 이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한강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지만, 그 흐름은 어느 때보다 느리고, 어느 때보다 지친 듯 보였다. 마치 우리 모두가 지금 그렇듯이. 이 나라가 다시 한번 숨을 쉴 수 있을까? 이 공기에서 다시 자유로운 숨을 들이마실 수 있을까? 나는 두렵다. 그러나 그 두려움 속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서로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침묵의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억압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의 손에는 촛불이 들려 있었다. 거리는 점점 축제의 장이 되었다. 서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자유를 갈망하는 외침이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노래하며 걷는 모습은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 되어 억압의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사람들은 그 두려움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었다.
윤석열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권력은 거대한 강철 같은 무게로 사람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기억하자. 강물은 결국 그 어떤 강철도 부식시킬 수 있다. 그것은 더디고 느릴지라도, 끝내는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이다. 우리는 이 흐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목소리는, 그 누구도 지울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희망이기에. 그리고 그 희망은 이 축제 속에서, 이 촛불 속에서, 서로를 붙잡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