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기웃5] 입시지옥, 학원천국
고3, 그리고 재수 시절… 수험서와 문제지, 자기개발 도서…
그렇게 가방에 한가득 담아, 버스를 타고, 새벽에 일어나, 밤 12시가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나마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누군가의 성공담들을 열거 해 놓은 자기 개발 도서들이었고, 수학 공식처럼, 성공한 자들이 말 하는 소위 “이렇게 살아라”라는 명언 아닌 명언을, 명언으로 삼으며, 수험생 시절을 보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살면서, 가만히 돌아보면, 그들의 성공담은, 그저 그들의 성공 방식일 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만능 치트키가 아님을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을 모르던 학생 쟈니에겐 그것은 충분한 힘이 되어 주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보다 먼저 살아본 사람들이, 보편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서로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예전에 나는 그렇게 해서 성공을 했지만, 그건 나의 주어진 환경과, 선택이 만든 결과 물일 뿐, 여러분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좀 더 넓고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암튼, 음식 장사는 내게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또, 회사생활을 이어가면서, 해외든 국내든 출장도 많이 다니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여전히 또 바쁘게 지냈다.
몇 년이 흘렀고,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쟈니.
점점 더 뭔가 큰 일을 결정하는 것에 신중함이 더 해질 수밖에 없다.
직장에 뿌리를 내려, 안착을 하고, 평생 직업으로 여기고, 열심히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고. 뭐가 그리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건지, 이도 저도 아닌 그 중간쯤인 부류도 당연히 많다. 나 역시 뭐가 그리 불안했는지, 한동안 잠잠하던 탈출을 꿈꾸며 그렇게 또 기웃거린 곳이 학원.
하지만 이곳은 여느 다른 학원과는 좀 달랐다.
“자기 주도학습”
이 생소한 이 문구가 나의 호기심을 건드렸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든 후, 학원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었기에, 알아보기로 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알아 본 후에도 하지 않았는데, 아니, 못했는데, 그 후 1,2년이 흐른 뒤엔, 너도나도 이 문구를 앞세워 그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역시 이쪽도, 잘된다 싶으면 Copy를 막 해대는 구나 싶었다. 생존과 직결된 냉혹한 현실에 뭔들…
(돈만 된다면, 미투상품이 줄줄이....연구는 니가해, 난 따라할테니...)
입시지옥인 대신 학원은 천국이단 말이 있었다.
자기개발서에 나오는 주옥 같은 말들 엔, “원하는 것을 하라” “시련은 잠시 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등등 좋은 말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현실엔 그것이 먹혀 들지 않는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과연 원하는걸 마음껏 할수 있을까?
시련은 잠시만 머물다 갈까?
정말로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까?
너무 삐딱하게 세상을 보는 걸까? 아니면 너무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보는 걸까?
긍정의 강요와, 의심 없는 수용은 위험하다. 당연히 그 반대도 위험하다.
뭐든 너무 모자라거나, 도가 지나치면 항상 탈이 난다.
그래서 음식도 골고루 먹어라고 하고, 책도 편식을 하지말라는 이야기가 있나보다.
묘하게 얽혀 있는 지옥과 천국의 현실.
아무튼, 대한민국은 치킨집과 커피점과 학원들의 공화국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자기 주도학습”을 타이틀로 걸고 운영하던 학원 프랜차이즈.
시스탬은 대충 이렇다.
원생이 등록을 하면, 거기 가서 공부는 혼자 하는 건데, 옆에 코칭(선생님)이 그 학생의 성적이나, 스타일을 분석해, 자신에게 맞는 공부 법을 지도 해 준다.
단순히 문제지 몇 장 풀라고 해 놓고, 몇 개 맞고 틀렸는지 확인해서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주고 집으로 보내는 것과는 다른 개념으로, 현재의 위치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목표를 스스로 정하게 끔 지도해주고, 조금씩 성취감을 고취시켜 주며, 자신감과 공부하는 재미를 들게끔 해주는 것이 이 학원의 전매특허 인 샘이다.
이것을 만든 사람은(고승재 대표) 서울대학교 졸업생으로, 과외 시절의 경험을 시스템화 시켜, 자기 주도학습법을 만들어 냈고, 프랜차이즈화 해서, 전국에 많은 원장(가맹주)들과의 네트워크도 강화해서, 정기적인 모임과 소통으로 같이 커 나가고 있었다.
돈 내고, 신청만 한다고 해서 아무나 원장 타이틀을 주지는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이 맘에 들었다.
인터넷을 뒤져, 원장들이 올린 글들과 원생들이 올린 글들을 읽으며, 운영자와 사용자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학부모인 척, 몇 군데를 찾아가, 당장 내일이라도 아이를 보낼 것처럼 상담을 받아 본 후, 본사를 가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어렵사리 약속 시간을 잡았다.
(자...기...주...도...학...습...)
토요일 오후에 찾아간 가산디지털 단지에 위치한 본사.
직원 분의 창업설명... 창업 비용과 코칭 스태프와 매니져 채용, 오픈 가능 지역과 최소 원생 수 대비 수익구조 등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후 에야,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아무나 가맹점주(원장)가 될 수 없는 이유는, 학생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일이기에, 희망자의 인성과 교육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검증받아야 하는데, 그것이, 대표자와의 개인 면접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보습학원과는 차별을 분명히 하는 곳이었고, 공부에 대한 맞춤형 코칭으로, 습관화되면, 자기 삶에 대한 계획과 실천도 해 나갈 수 있게끔 하는 일종의 라이프 코칭 시스템이다.
직장 생황을 하면서, 현장 교육을 많이 다녔던 나는, 그것이 즐거웠고, 내가 아는 작은 지식을 누군가에게 알려줘서, 그것이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꼈다. 시간이 맞질 않아 무료 야학 선생을 할 수는 없었지만, 칼 퇴근만 보장되면, 무료 봉사 활동으로 야학 선생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때 이기도 했다.
대표와의 1:1, 20분 면접은, 어느덧 1시간이 넘어가고 있었고, 마음은 이미 무장 해제한 채, 생각하는 그대로를 내 뱉고 있었다.
(이 학원의 끝판왕 고승재 대표)
“그런데, 수많은 학원 중에, 왜 저희를 찾아오셨어요?”
“저도 어디선가 들은 이야긴데…. 책에서 인지, 라디오인지, 너무 오래 돼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그 내용은 확실히 기억합니다.”
“어떤 내용이죠?”
“요양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섞어,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면적의 조그마한 화단에 각각 꽃을 키우게 했답니다. 한 그룹에게는 정해진 시간에 물을 주고, 정해진 시간에 잡초를 뽑고, 정해진 시간에 비료도 주고, 그렇게 시키는 대로 가꾸게 했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반드시 어떤 꽃이든 키워야 하는데, 원하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는 말과 함께 알아서 키워보라고 했다네요. 당연히 결과는 자율에 맞긴 화단이 해를 거듭할수록 화사해 졌고, 열매가 열리기도 했으며, 가꾸는 사람의 행복지수도 많이 올라 갔다고 합니다.”
“오…재밌는 이야기네요”
“전 학원을 싫어 합니다. 공부하는 걸 싫어 해서, 학교든 학원이든 다 싫어합니다. 틀리면 벌을 받아야 했고, 직, 간접적으로 비교를 당했고, 좋으나 싫으나, 정해진 시간에 화단에 물을 줘야 했고, 잡초를 뽑아야 했고, 뭔지도 모르는 비료를 시키는 대로 뿌려가며 공부를 강요당한 느낌이 제 학창 시절이었습니다. 하기는 했지만, 결코 즐겁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다른 학원들엔 관심 없습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면, 모건 프리먼이 가석방을 받기 위해 면접관 앞에서 어떻게 든 말을 잘해, 가석방을 받으려고 하지만, 번번히 거절당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가식이 아닌 본인이 생각하는 그대로를 이야기하게 되고, 면접관들은 그를 가석방시켜주게 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학원 원장 타이틀을 따 내기보단, 그동안 조사하면서 상상해봤던, 이 학원의 원장으로써 삶을 산다면,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까에 대해 말을 했고, 직장과 사회생활의 경험, 거기서 내가 무엇에 신이 났으며, 보람과 만족감을 얻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그 자리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고, 타 지점과 지리적 중첩만되지 않으면, 전국 어느 지역이든 좋으니, 준비가 되는 대로, 연락을 달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최종 면접을 마치고, 각종 서류를 들고, 집 방향과는 정 반대인 서해안으로 그냥 달렸다.
기분이 좋다기 보다, 더 막막했다. 답답한 마음만큼이나 바다가보고 싶어서…
아무리 학원이라고 하지만, 창업비용이 만만치 않았기에, 집을 팔고, 대출을 또 받아야 하고, 그러면 내 가족은 친가든, 처가든 얹혀 살아야 하고, 난 주말 부부로 떨어져 살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또 다른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돈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다.
결국 그렇게, 또 몇 달을 고민만 하다가, 밀려드는 회사 업무에 정신없이 일을 하며 바쁘게 보냈다.
하지도 않을 것을, 아니, 못할 것을, 나는 왜 그리 알아 보고만 다녔을까?
얼마전 TV에서 운과 능력에 대한 방송을 잠깐 보게 되었다.
(찾아보니,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전부 다 보진 못했지만, 인도네시아 작은 마을의 고래 사냥 부분이 나왔다.
“고래를 만나는 건 운, 그 고래는 잡는 건 능력”
...이라는 멘트가 나 왔는데, 그 프로를 한 문장으로 정리 해주는 멘트가 아닌가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고래를 이미 만나며 살아가고 있다. 때론 자신의 능력으로 그 고래를 잡기도 하고, 혹은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능력은 출중하나, 아직 고래를 만나지 못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 역시, 내가 볼 때, 고래로 여겨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쟈니의 기웃거림에서 언급된 사람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며, 나 또한 그들처럼 고래가 되려고,
또는 어떻게 하면 그 고래를 잡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 비 바람치는 날에도 배를 띄워 바다로 나갔었는지도 모르겠다.
돈도 없고, 용기도 없고, 능력도 없이 바다에서 작살 하나로 고래를 잡겠다며 작은 나뭇배를 타는 것은 위험하다.
명확한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확고한 명분, 그리고 인내하며 지속해야할 노력.
시간이 걸리고, 능력을 키워야 하고, 때(운)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혹은, 먼 바다의 고래 따윈 관심없이, 지금 바로 내 어깨위의 파랑새를 보고 행복해한다면, 그 또한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 반드시 고래를 잡아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용기가 없으면 없는 대로, 능력이 안되면 되는 만큼이라도 현재에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그 또한 괜찮은 것이다. 한걸음 더 천천히 간다해도, 그렇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며, 돈이며, 능력이을 쌓아가고, 그렇게 준비를 해가다 보면, 어제 그 고래는 더 이상, 고래가 아닌 작은 물고기로 보이기도 한다.
세상도 변해가고, 나도 변해가기에, 그 고래도 변해간다.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자연의 이치이다.
친구들은 “언제까지 알아보기만 할래? 그러다 무사히 정년 퇴직하겠다”라며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뭐 어떠냐며 시크한 척 웃어 넘겨버린다.
돈 많이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만은, 자신만의 고래가 무엇이든, 그 고래를 만났을 때, 잡을 수 있는 능력을 잘 키워 놓고, 스쳐지나갈 때 그 고래를 놓치지 말기를….설령 놓친다 하더라도, 드 넓은 바다엔 또 다른 고래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기를….
기회란 물고기와 같아서, 왔을 때 대가리를 잡아야 한다.
지나간 후 뒤따라가 꼬리를 잡으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간다.
(그 전에, 그 기회가 공정한 사회가 되었으면...)
이 학원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니, 본사도 그대로고, 전국에 130여개가 운영중이다.
낮아지는 출산률에, 학생 수도 점점 감소하여, 학원 시장도, 예전의 호황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입시지옥이 존재하는 이상,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학원 천국이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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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재대표? 자기 주도학습법? 허허~ 전 하나도 모르겠네요!
쟈니님을 보면 삶을 참 열시히 사시는것 같아요!
정말 다양한 방면에 많은것을 알아 보시려 하시고... 물론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ㅎㅎ
명심하겠습니다~ 대가리!!
저도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 쟈니님 보면,, 참 열심히 사시는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더 열심히 사시는데, 그저 부끄럽습니다.
짧은 식견이지만, 늘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진정한 꿈은 안 열심히 살지만 잘사는 인생 이랍니다... ㅠ ㅠ
그래보려고 여기저기 기웃 거리면서 "뭐 없나..." 하네요...ㅎㅎㅎ
저도 그 대가리를 잡으려고, 안테나 바짝 세우고 두리번 거립니다. ^^
너무 멋진 쟈니님. 쟈니님 글 읽다보면 정말 좋은 어른이시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들어요. 쟈니님과 가족을 위해 스스로 찾고 파헤치고 분석하시고 그렇게 쟈니님을 스스로 더 깊게 바라보며 알게 됨으로써 가장 행복한 결론으로 가시니 존경 스럽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던지 그 선택이 가장 용기있는 선택이 되실 것 같은 생각도 살짝 들어요. 그리고 그 모든 선택에 진심을 담으시니 더 아름답게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ㅎㅎㅎ 저도 요즘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생각이 많다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쇼생크탈출 이야기. 그런가봐여. 진정성이란것 만큼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건 없다고 봐여.
이 부분을 읽고, 쟈니님은 정말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을 아시는 분이 아니실까 생각했습니다. :)
멋지세요~^^
부끄럽게 왜 그러십니까... ^^; 그냥 먹고 살려고 여기 저기 기웃 거린 내용인데요 뭘...
원하는 삶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직장생활에 만족을 못하는 바보같은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닌지...하는 생각도 들곤 하네요. 세상엔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라며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보려는 작은 바람들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인도하게 하는 모양입니다. 감사하게도, 친절히 알려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네요. ^^ 여기 해피님과 같은 스팀잇의 좋으신 많은 이웃분들도 제겐 늘 힘이 되어주십니다.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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