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반 동안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긴 변화들

in #kr6 years ago

47693433_212501553032273_2472439038878105132_n.jpg

청소에 신경쓰게 되었다. 방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은 모두 고양이의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변신한다. 비닐, 택배 박스처럼 안전한 물건들도 있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건 아무래도 식탁에서 떨어진 음식물이다. 더구나 먼지 많은 곳에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구석구석 걸레질에 힘쓰고 있다.

전보다 웃을 일이 많아졌다. 우리 집 분위기가 우울하고 어두운 건 아니지만 적적할 때도 더러 있다. 그런데 고양이가 우리집에 오고나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때론 여우처럼 때론 멍청이처럼 고양이가 하는 행동들이 버라이어티 예능보다 재밌을 때가 많다. 말썽부리고 사고도 많이 쳐서 뭉치라 불리고 궁디팡팡을 당할 때도 있지만 사랑둥이 대접을 받고 있다.

지출이 늘었다. 사실 내 얘긴 아니고 얘를 데려온 내 동생 얘기다. 생후 2~3개월 내에 실시해야 하는 예방접종이 있었는데 총 3번의 예방 접종과 항체 검사를 실시하면서 비용이 꽤 많이 들었던 걸로 알고 있다. 참고로 항체 검사 비용은 6만원 정도.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수록 잔병 치레가 많기 때문에 지금보다 양육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 절대 그러면 안되지만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양육비용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반려동물이 단순히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없이 입양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하루 중 내 시간의 일부를 반려동물을 위해 쏟아야 하고 양육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반려동물 산업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몇년 전 지인으로부터 독일의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가 연 70조원 정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려동물을 위한 생수도 따로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말세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아무 물이나 먹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디테일하게 느낄 수 없나보다. 이마트에서 반려동물 코너로 들어간 나 자신을 보며 결국 나도 하나의 집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지말고 입양하라는 그 문구에 공감하게 되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명을 사고 파는 행위가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내 동생은 새끼고양이를 입양했다. 지인을 통해 길고양이 출신의 어미가 낳은 새끼를 입양했다. 생명은 선물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심지어 난 반려동물에 값을 매기고 매매하는 것이 과거 노예무역을 하던 시절 아프리카 흑인들을 사고파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그러면 소와 돼지는 매매 거래를 하는데 고기는 안 먹을거냐고 반론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고양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다. 사실 지금도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면 고양이 입양을 극구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함께하는 날까지 잘 지내는 수 밖에...

Sort:  

후회도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끌어안고
함께하는걸 선택하신 님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키우기 전에는 도저히 키울 엄두가 안나지만... 막상 키우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애정이 안갈수가 없더군요.
입양 잘 하신겁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Posted using Partiko iOS

Congratulations @jeongmin1017! You received a personal award!

Happy Birthday! - You are on the Steem blockchain for 1 year!

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Coin Marketplace

STEEM 0.21
TRX 0.20
JST 0.033
BTC 92484.28
ETH 3110.06
USDT 1.00
SBD 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