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트래킹 말고 산책 (2)

12.1 - 제2일
오전에 공항으로 갔으나, 포카라 날씨 때문에 출발이 2시간 정도 연기되었다. 그러나 일단 이륙하자 그 기다림을 상쇄하고도 남을 어마어마한 풍경이 펼쳐졌다. 보통 비행기 타면 구름의 바다 위로 아무 것도 없는데, 여긴 히말라야가 우뚝 솟아 있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힐링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DSLR 카메라도 안 가져 왔지만,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찾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포카라에 도착해서 호텔 체크인 하고 보니, 늦은 오후라 별달리 할 건 없고 해서, 그냥 페와 호수를 걸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수많은 현지인들이 쏟아져 나와 장이라도 열린 분위기였다.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만약 조용한 날 왔다면 그때는 또 그때대로 호수의 매력이 살아 났을 거 같다. 병풍 같은 산들에 둘러 싸인 호수가 매력적인데다가, 어둠이 내려 앉으면서 호수 주위에 식당 불이 하나둘씩 켜지는 것이 마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오르게 했다. 거기선 호수가 아니고 강이었던가? (하루 정도는 호숫가에 즐비한 카페 중 하나에 앉아 이 시간대를 감상하고 싶었으나 끝내 못 하고 돌아왔다.)

12.2 - 제3일
거의 1주일을 포카라에서 쉴 것이라서 호텔은 신중하게 골랐다. 너무 싼 곳은 피하고, 하루 5만 원대의 4성급인 ‘호텔 아이슬란드’란 곳을 선택했다. 와서 보니, 객실 청소 측면에서 썩 훌륭하지는 않다. 역시 한국의 4성급 호텔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될 거 같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방 넓직하고, 직원들 친절하고…

여기 포카라의 개들은 전부 수면부족이 심한 거 같다. 대낮에 이렇게 길바닥에서 자는 얘들이 많다.

어제 보니, 페와 호숫가에서 해질 무렵 아르띠 뿌자(Arty Pooja)를 하는 것 같길래 오늘 다시 가봤더니 진짜 한다. 아르띠 뿌자는 힌두교 종교 의식이다. 인도인이 성스럽게 여기는 갠지스강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애당초에는 바라나시에서 하는 아르띠 뿌자를 보려다가 포기한 건데… 여기서 보게 되다니, 기쁘다.

세 명의 사제가 등에 불을 붙여서 정해진 동작으로 허공에서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