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장미의 이름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하노이에서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움베르토 에코라고 다들 아시죠?
움베르토 에코도 추리소설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 중에 거의 유일하다 싶이?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장미의 이름이죠.
숀 코넬리 주연의 영화도 있지만, 책도 재미있습니다. 오래된 느낌이 안들어요.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면서, 제가 읽은 후의 독후감 포스팅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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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에 하나는 추리해 나가는 책을 가장 선호한다. 물론 수려한 문장과 깊은 울림이 있는 글도 좋아하는데, 움베르토 에코는 추리소설은 잘 쓰지 않았지만 장미의 이름, 이 소설은 추리소설로도 깊은 표현력으로 적힌 소설이라 좋아한다. 문장 사이의 호흡의 속도도 좋지만 한 문장 안에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그의 글이다.

수도사 윌리엄은 이탈리아에 있는 한 수도원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에 대해서 수사를 요청받아 방문하게 된다.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돌아다니며 고군분투하는 사이에도 수도원 내의 살인마는 살인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이것은 수도원의 비밀구역과 관련되어 저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수사도 진척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윌리엄은 저주라는 것과 금기사항이라는 부분에서 힌트를 얻어내어 이유이자 원인을 잡는 실마리를 쥘 수 있었다. 그는 계속하여 집중하여 지켜본 결과, 수도관의 도서관에 연관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하나의 책에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늙은 수도승 호르헤. 그는 수도원 안에서도 조용하지만 인정받는 수도사다. 그에게 있어서 종교는 신성한 그 자체이며, 경건하고 경외스러운 가치였다. 하지만, 종교라는 것이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가면서도 사회의 분위기가 점차 경건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기에 그로서는 세상이 말세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항상 상주하던 도서관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이 있었고 즐거움과 웃음이 세상에 긍정적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그는 세상이 더 이상 경박하지 않길 바랬고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뛰어난 위인이 쓴 가치 높은 책이기에 차마 태워 없애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그는 모든 수도승들이 가지고 있던 습관을 이용하여 그 책을 보는 사람들을 죽이기로 마음 먹었다. 책의 끝자락에 독을 발라 침을 묻혀가며 읽던 4명의 수도승들을 살해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 사실을 윌리엄에게 들키게 되자, 그는 자신과 함께 수도원의 도서관을 모두 불태워 없애버린다.

이것이 지금 바라보면 우스운 생각이기도 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면 호르헤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시간이 흐른 후에 후대의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이겠지만, 지금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치도 중요하다는 것이 동시에 틀릴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이 조금 겁이났다. 누군가가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용기있게 행동하는 사람이 위험하다고 했었다. 내 생각과 내 신념이 잘못되어 있다면 행동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내 자신에게 던져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내 신념이 틀리지는 않았는 가를 더 고민하는 것이 내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다.

세상은 보다 더 복잡해져가고 우리가 구분을 지어나가던 것들도 다시 구분되어짐과 합쳐짐을 동시에 하고 있다. 과거에 부르던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은 또 합쳐지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더 중요하거나 우리가 좋아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좋은 것이다. 호르테가 겁을 냈었던, 두려워했었던 사회는 그 책으로 말미암아 경건함이 사라질 수 도 있다. 하지만, 그가 두려워했던 것은 너무나 사소한 걱정이었고 그 책이 세상에 나왔더라 하더라도, 세상은 이미 변해져있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에게 이롭고 좋기 때문에 선택하였으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고쳐나갈 수 있는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그 스스로에게 중요한 가치가 세상을 위해 쓰여지기 위해서 사람을 죽였지만, 그것은 정의롭지 못한 미련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내 스스로 자문하고 자답하는 시간이 이 책을 읽었던 시간만큼이나 길었던 책이었다. 나는 호르세가 아닌가, 나도 호르세이기도 하면서 윌리엄이지 않은가, 아니 동시에 호르세가 혐오하던 경건함을 잃은 일반 민중은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호르세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최근에 어린 학생들은 성이라는 부분에서도 빠르게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넓게 퍼져 있으며 정보력이 높아지면 질수록 연령이 내려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 스스로는 그러한 행태, 상황이 그리 고깝지는 않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개념까지는 아니지만, 어린 나이라면 절제하기에 아직 어리지 않은가, 사회의 질서라는 것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내 스스로 호르세로 변화하는 것일까 라고도 생각을 했다. 마찬가지로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사상이나 새로운 생각, 또는 기술이 만연해지고 있을 때에 나 혼자 과거의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사고 기준조차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러한 사회 현상이나 생각들이 언제든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드릴 수 있어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다른 방식으로 연합하고 연계하여 살려나갈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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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사람의 변화는 왜 이리 더딘지??

아마도 변화가 두렵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익숙함을 떨쳐내기란 어려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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