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공의 가설]소셜댓글이 악플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가설을 가지고
창업에 나선다.
창업은 그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
성공한 가설도, 실패한 가설도
스타트업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어떤 가설을
어떻게 검증해 왔을까.
멋진 스타트업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이른바 '스타트업 성공의가설'이다.
시지온은 소셜댓글 서비스 '라이브리'를 국내에 도입, 정착시킨 창업 8년 차(법인설립 기준) 스타트업이다. 라이브리는 현재 3만여 개 사이트에 설치됐으면 누적 사용자는 약 2735만 명에 이른다. 김미균 대표는 국내 대표 여성창업자로 대학생 시절 김범진 대표와 함께 시지온을 시작했다. 시지온은 창업 후 총 12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18년 2월 기준 라이브리 성과>
가설 1. 온라인 토론이 올바른댓글 문화를 만들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처음 댓글 문제에 관심을 가진 2008년도 악성 댓글은 큰 사회적 문제였어요. 저는 댓글 문제를 토론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댓글에 대댓글 달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잖아요. 그것도 일종의 토론인데 제대로 된 토론 서비스가 있으면 사람들이 댓글보단 토론을 통해 자기 의견을 표출할 거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온토론'이라는 토론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 by 김미균 시지온 대표"
<김미균 시지온 대표>
토론 서비스로 악성 댓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시지온의 믿음은 단단했다. 그렇게 '온토론' 개발을 시작했다. 게임처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2 대 2로 편을 먹어 토론하고 중재자가 심판을 보는 방식이었다. 1년여의 개발 후 프로토타입을 출시했다. 당시 대학생답게 학교에서 서비스를 적극 홍보했지만 기대와 달리 반응은 저조했다. 친한 후배들에게 써달라고 부탁해도 잠깐 쓰고 말뿐,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었다.
<시지온이 개발했던 온라인 토론 서비스 '온토론' 서비스 화면>
이유를 알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어떻게 해야 온라인 토론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온라인 토론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등등 토론에 대해 물었지만 사용자들은 의외로 댓글을 얘기했다. ‘토론을 한다고 댓글을 안 쓰지 않을 거 같아요’, '댓글에 찬성 반대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댓글 서비스는 이런 게 불편해요' 등등
"온토론에 대해 물었는데 답변은 온통 댓글에 관한 것들이었어요. 설문 결과를 보고 가설이 잘못됐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댓글은 댓글이고 토론은 토론이었어요. 댓글 문제는 토론이 아니라 댓글로 해결해야 했어요. 대중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저희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든 거에요. 그 사실을 서비스 개발 후에야 알았어요.1년 동안 개발한 온토론은 그렇게 끝을 내야 했어요"
가설 2. SNS 계정으로 댓글을 달면 악플이 현저히 줄어든다.
"온토론을 포기하고 피벗(Pivot)을 고민하던 중 트위터가 나왔어요. 프로토타입부터 써봤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죠. 트위터 계정으로 쓴 댓글은 악플이 거의 없는 거예요. 내가 쓴 댓글을 내 지인이 본다는 이유였죠. 관계 중심적인 SNS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필터링을 하고 있었어요. 이거다 싶었죠. 당시 트위터 사용자가 많지 않았고 SNS가 지금처럼 대세가 아니었지만 악플을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일 거라고 판단했어요. 관계 중심 서비스로 사람들의 댓글 쓰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거란 가설을 얻었죠. - by 김미균 대표"
처음 시지온도 트위터 같은 서비스 개발을 잠시 고민했었다. 하지만 곧 트위터가 API를 공개했고 다른 SNS 서비스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지온은 이 API를 활용해 소셜댓글 '라이브리'를 개발했다. 개발은 간단했다. 이미 개발한 온토론에서 텍스트 입력창만 남겼다.
개발이 끝났으니 가설을 검증할 차례. 하지만 검증 작업은 쉽지 않았다. 댓글이 많이 달리는 사이트에서 라이브리을 설치해줘야 하는데 어느 곳 하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 2009년 8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무려 10개월 동안 라이브리을 설치할 사이트를 1개도 유치하지 못했고 자연히 가설에 대한 검증도 미뤄졌다.
<창업 초창기 김미균 대표(가운데)와 김범진 대표(오른쪽) 모습>
"참담했죠. 온토론을 포기하고 어렵게 라이브리로 넘어왔는데 10개월 동안 써주는 곳이 하나도 없으니... 계속 온토론을 했어야 했나, 그런 후회도 들고. 다행히 이 어려운 시간을 팀원들이 잘 버텨줬어요. 그러다2010년 7월 드디어 블로터닷넷에 처음으로 라이브리를 설치하게 됐죠."
당시 블로터닷넷은 일 방문자 10만 명 이상 사이트로 분류돼 제한적 본인 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해야 했다. 블로터닷넷은 아예 댓글 창 폐쇄 결정을 내렸다. 김 대표는 블로터닷넷을 찾아가 라이브리 설치를 제안했다. '어차피 없앨 거면 소셜댓글 한번 달아보고 결정하자'고. 3달 설득 끝에 드디어 블로터닷넷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2010년 8월 드디어 라이브리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댓글창 폐쇄를 공지한 블로터닷넷(출처:블로터닷넷)>
결과는 대박이었다. 전체 댓글이 늘면서도 악플은 현저히 줄었다. 처음 트위터에서 목격한 현상이 그대로 재현됐고 'SNS 댓글이 악플을 줄인다'는 가설이 옳았음이 단박에 증명됐다. 가설은 조금의 수정도 필요도 없을 만큼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성과는 숫자로 보면 더 드라마틱하다. 매일경제는 2010년 말 라이브리을 설치했다. 라이브리 설치 전 매경 사이트에는 악플이 정상 댓글보다 12배가량 많았다. 악플의 기준은 논리 없이 일방적 공격만 쏟아내는 것. 라이브리 설치 후 매경 사이트 내 악플은 크게 감소했고 현재 전체 댓글 중 악플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이런 성과가 소문이 나면서 라이브리는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2011년에는 한 달에 설치 사이트가 100개 이상 늘기도 했다.
<초창기 라이브리 서비스 화면>
가설 3. "문제를 해결하면 시장이 창출된다"
"처음 댓글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시장이 없다', '돈 벌기 힘들다'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면 고통받는 사람들이 가치를 지불할 거라고 믿었어요. 결국은 저희가 악플 문제를 해결하고 소셜댓글 시장을 만들었죠. 어느 스타트업이든 시장보다 먼저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 by 김미균 대표"
라이브리가 세상에 나왔을 무렵 악플에 가장 고통받던 곳은 언론사였다. 당시 언론사 기사 댓글창은 한 마디로 악플 대잔치. 언론사들은 라이브리에 환호했다. 이들에게 라이브리는 악플이란 오랜 고민을 해결해주는 서비스였고 기꺼이 가치를 지불했다. 단순히 돈을 내고 쓰는 정도가 아니었다. 라이브리를 계속 쓰기 위해 정부를 설득한 것도 언론사였다.
<창업 초창기 김미균 대표>
"블로터닷넷 설치 이후 고객사가 빠르게 늘고 있었는데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서비스를 제재하려고 했어요. 소셜댓글이 인터넷 실명제를 우회하는 서비스란 이유 때문이었죠.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였는데 고객사인 언론사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줬어요. 고객들이 라이브리가 꼭 필요하다고 정부를 설득한 거죠."
라이브리가 막 성장을 하던 그 시기, 생각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방통위는 라이브리를 위법으로 판단했고 소셜댓글에 대한 법적 제재를 발표했다. 시지온이 대응책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할 때 고객사인 언론사들이 나섰다. 라이브리를 설치한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이 '소셜댓글 운영 협의체'를 만들어 방통위와 소셜댓글 간담회를 열었다. 정작 시지온은 들어가지도 못한 간담회 자리에서 언론사들이 소셜댓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소셜댓글의 인터넷 실명제 위반 논란을 다룬 당시 기사들>
'인터넷 실명제보다 소셜댓글 효과가 더 크다', '실제 경험한 소셜댓글의 악플 감소 효과가 엄청나다', '소셜댓글이나 인터넷 실명제나 어차피 악플을 줄이자는 목적은 같은데 효과 있는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건 말이 안 된다' 등등
방통위와 협의체의 간담회는 총 3회 진행됐고 현장 의견과 실제 소셜댓글 효과를 인정한 방통위는 법 적용 유예로 사실상 서비스 유지를 허용했다.
"보통 고객이 돈은 내고 쓰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대신 싸워주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그것도 정부를 상대로. 고객사에서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라이브리는 그때 없어졌을지도 몰라요.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있는데 시장이 없을까봐 고민이라면 라이브리 사례를 보고 문제 해결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시지온 구성원 단체 사진>
1.온토론 이후 시지온은 서비스 기획 전 반드시 사용자 조사를 실시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서비스와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 리스트를 구성해 교집합에 해당하는 것만 개발한다.
2.라이브리 성공은 SNS의 특성을 초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적용한 덕분이다. 시지온은 차세대 SNS로 인스타그램을 주목했고 지난해 인스타그램 콘텐츠 큐레이션 솔루션 '어트랙트'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현재 라이브리 유료 고객사는 1,149개이며 시지온 전체 매출(2017년 기준)의 75%에 이른다.
Well done. I like your article so much @j-pd 。◕‿◕。
thanks^^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데, 이렇게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