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만...더 나빠지지 않기를,,,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보름나물과 5곡밥을 해서 드셨는지 궁금해서 친정 엄마랑 통화를 했다.
설날 만나고 왔지만 하루가 다르게 건강도 약해지시고
기억이 없어서 지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해서 말이다.
설날에도 아들 둘, 며느리, 그리고 손자들이 왔다 갔건만
딸인 내가 친정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너희 오빠들은 설날에도 안 왔다."그러셨다.
"엄마, 어제 왔다가 갔잖아~~~"내가 짜증을 내자 "그랬어?"하신다.
그러더니 며칠 뒤 또 전화가 와서 "너희 오빠들이 설날에 왔어?"하신다.
"엄마!!! 아빠한테 물어봐. 설날에 왔다니까~~~"
"그런데 너희 오빠들은 용돈을 안준것 같다~~~"
"어이구, 어이구, 그것까지는 내가 모르지..."
오빠들이 나에게 엄마께 용돈을 드렸는지는 일일히 말해 주지 않았으므로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당연히 드렸을 거라서 엄마한테 오빠들도 줬다고 말해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엄마를 생각해 봤다.
여러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오면서 마음이 아파온다.
수난 2대를 거친 다른 부모들만큼 나의 엄마도 많은 사연들을 안고 살아왔다.
가난한 삶 속에서도 2남 2녀의 자식들을 가르쳐야만 한다고...
그래야 자기처럼 설움받지 않고 살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고된 힘듦을 마다하지 않고 대학교육을 시키셨다.
이제는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지만 건강이 허락되지 않나보다.
몇 년 전부터 기억을 잘 못하신다.
젊은 나도 깜빡 깜빡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다.
아주 중요한 일들도 생각해 내지 못하고 말을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 유명 병원에서 매 달 검사를 하고 있지만
치매는 아니라고 한다.
자식들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지만 병원에서는 간단한 치료만 하고는 두고 보자고 한다.
2년 전 엄마가 더 기억이 없기 전에
나의 버켓리스트 중에 하나였던 엄마와 단 둘이서만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엄마와 내가 둘 다 당황하지 않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제주도로 정했다.
엄마도 막내딸과의 둘만의 첫 여행을 좋아 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엄마와 막내딸과의 좌충 우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제주공항에 도착을 해서 렌트카를 빌리는데서부터 시작 되었다.
오후 5시,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유명한 흑돈집을 찾아 나는 렌트카 네비게이션을 조작을 하기 시작을 하는데 쉽게 잘 되지가 않았다.
내차가 아니라서 어렵게 한 참 만에 터득을 한 후에나 움직일 수가 있었다.
엄마의 투덜거림이 조금 시작이 되었지만 괜찮았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향하기 위해 주소를 네비에 쳤고, 비는 더 거세졌다.
호텔로 안내해줘야 할 네비가 안내해 준 곳은...
허걱~~~
깜깜한 산 중턱 허허 벌판이 아닌가???
다시 네비를 조작해서 시도했지만 여전히 뱅글뱅글 돌다가 역시나 그 위치로 데려다 주는 것이 아닌가?
이 와중에 비는 더 거세졌다.
엄마의 투덜거림은 여기서 끝장이 났다.
"역시 여자들끼리 여행을 오면 안된다. 위험하고... 기계도 잘 다루지도 못하고...아이고... 무서워라. 아들이랑 와야 하는데...남자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고, 엄마야~~~!"
드디어 제주여행 이틀 뒤 큰아들이 나타났다.
제주 출장이 잦던 큰오빠가 여행 일정에 맞춰서 출장을 제주로 왔다.
엄마는 얼마나 반가워 하는지...
2틀동안 맛난거 사 드리고 온천과 관광지를 모시고 다닌 공은 없다.
"역시 아들이 있어야 든든하다. 가지 말고 같이 자자. 침대도 2개나 되네. 막내랑 나랑 같이 자면 되니 같이 자고 가라."
헐... 싱글 침대에서 엄마는 나랑 같이 자자고 한다.
어쨌거나 숙소를 따로 예약해 논 오빠랑은 오빠의 거절로 그날 밤 같이 잠을 자지는 않았다.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엄마의 기억속에서 막내딸과의 제주의 추억은 지워졌다.
몇 번을 설명해 줘도
"그랬어? 그런데 기억이 안나..."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목이 메인다. 요즘은 이런 말을 더 자주 하신다.
이러다가 엄마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언제 태어났는지... 이름이 뭔지... 고향이 어디인지... 자식이 몇 명이 있는지... 남편이 있는지...
오늘밤 대보름달이 뜨면 소원을 빌어봐야겠다.
우리 엄마 기억이... 기억이...
지금처럼만... 더 나빠지지 않기를...
보름달이 제발 소원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ㅠㅠㅠ
제 지인 분 중에 연세 많으신 분이 있는데 한번씩 기억을 잃어버리는 증상이 있으셔서 검사 받았는데 치매는 아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말을 많이 하면 그런 증상이 올 수 있다고 하셨대요..부디 어머님도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ㅠㅠ
스트레스로 일시적인 증상이면 좋겠는데,
몇년간 계속 심해지시고, 병원가봐도 별 치료법이 없고 그래요.
더 나빠지지 않도록 가족들이 관심과 사랑으로 기억을 되살려 드려야겠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 소원 꼭 들어주실거에요!
둥근 달을 보고 빌어 봤답니다~
그 소원 꼭 이루어지길 바래요 ;) 영화 코코가 생각나네요. 기억이라는 참 소중한 것...
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엄마를 보면서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함께 했던 일들이 기억속에서 사라진다는 것도 모를고 살아갈까봐서요.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입니다.
몸 건강, 면역력을 바짝 올리면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요...? 올해 나아지실 수 있는 계기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걱정해 주셔서 좋은 기운을 받아서 건강해 지시길 바래야죠.
면역력을 높여서요. ^^
함께 사진 많이 찍으시고..계속..계속 상기시켜 주세요.
어머님이 잊어도 다시 기억하실 수 있도록요.
그리고..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방법인것 같아요.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을
친정에 갈 때마다 보여 드려야겠네요.
치매는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 하지만 대학병원에서도 뚜렷하게 찾아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 부디 악화되지 말고 호전되시길 바랍니다 . ㅠㅠ
자주 전화도 드리고 찾아 뵈야 하는데
워낙 거리가 멀어서 자주 찾아 뵙는 것은 힘들고
자주 전화를 드려야 겠습니다. 감사해요~
하아.... 저희 어머니도... 지금 알츠하이머 병 진행중이십니다... 올리신 글 보니 남일 같지가 않네요.... 기운내세요....
이 정도에서만 진행이 멈춰도 생활하시는데는 무리가 없어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용기 주셔서 감사해요~
가슴아파요.. 엄마의 기억이 없어진다는게.. 올해는 더 건강하시길 ^^
저도 어젯밤 보름달 보고 더 나빠지지 않기를 빌었답니다~
hallo innole이 (가) steemit에 참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잘 지냈어요?
관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