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찾아주는 마음 주문 / 조유미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것을 접하게 되면 가정 먼저 가족을 생각하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 공유했으면 좋을 여행에서 만나는 풍경, 맛있는 음식, 뜻 모를 심연을 울리는 음악이나 영화 등. 특히나 김명 깊은 책을 접하거나 좋은 글귀를 만나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데, 나만의 생각일 뿐 아이들에게 책을 내밀어도 읽지 않습니다. SNS를 통해 좋은 문구를 보내도 읽는지 마는지 답이 없습니다.'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란다.'는 일본 속담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을 듣고 자라는 게 아니라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내가 어떤 등을 보여줬는지 잘 알기에 이렇게 아이들이 다 자란 후에 더 조바심이 쳐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와서 아이들에게 내 등을 보여주기에는 아이들의 머리가 너무 커버렸고 나는 너무 노쇠합니다.이참에 손에 든 조유미의〈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는 책도 한 꼭지 한 꼭지 읽어 내려가면서 내내 아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공감이 가는 글귀에 밑줄을 그으면서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삶의 디딤돌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전할 방법이 없어 이렇게 글로라도 정리해 그네들에게 보여주려 합니다. 못난 애비의 등 대신 이 글이라도 읽고 작은 발판 하나라도 마련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글·조유미 그림·화가율/허밍버드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게 나에게 1st 마음 주문/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임경욱
네 개의 장으로 이뤄진 마음 주문의 글 중 첫 장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나에게 전하는 글입니다. 작가가 젊은 날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인간적 갈등과 번뇌가 신경계통을 타고 온 몸으로 번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 아픔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가는 자신만의 요령을 글을 읽는 이에게 낮은 목소리로 전합니다. 글쓴이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 연습'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를 탓하지 말고,
나를 못났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그것부터 시작해 보자.
- 「나를 미워하지 않는 연습」중에서(p.32)
극심한 취업난에 결혼하랴, 집 장만하랴, 청춘의 모든 시간을 올인하고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해 작가는 대신 기도합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묵묵히 견딜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제가 포기하지 않도록,
힘든 상황 속에서꿋꿋이 견딜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제가 도망치지 않도록,
힘든 상황 속에서의연히 견딜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제가 약해지지 않도록,
- 「견딜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중에서(P.64~66)
늘 무언가에 쫓기며 불안해 안절부절 못하는 우리에게 그가 다정한 친구처럼 들려주는 위로의 말들은 큰 위안이 되고 에너지가 됩니다. 지향점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좌절하는 우리에게 좌표를 설정해 주고 삶의 가치를 깨우쳐 주는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가감 없이 바라보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사랑이 서툴고 힘겨운 나에게 전하는 글입니다. 우리는 매순간 가까운 사람과, 혹은 소중한 인연들과 이별하며 삽니다. 그런데도 그 이별에 익숙하지 않아 두려워하고 가슴 아파합니다. 작가에게 이별이 힘들었던 이유는 내 곁을 떠나는 모든 것들과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답니다. 한 사람을 만나 마음을 다해 사랑을 하고, 세월이 지나 성격과 생활방식의 차이로 갈등을 겪다가 헤어져야 했던 아픔을, 그리고 과거의 슬픈 앙금을 털어내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가 왠지 봄바람에 쏟아지는 꽃잎처럼 처연합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인연이었던 것처럼
너는 내 곁으로 다가왔고,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처럼 스쳐갈 수 있었는데
너는 나에게 확신을 갖고 곁에 머물렀다.
우연을 운명으로 만든 너였다.
그리고 너는 나의 세계가 되었다.
- 「이름 없는 계절」중에서(p.75)
온갖 의미를 부여하며 시작되는 사랑도 언젠가는 끝날 것을 알기에 우리는 그 슬픔을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청춘들에게 앞으로 찾아올 이별까지 준비하며 사랑을 하라는 건 너무 가혹한 주문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뜨겁게 받아들이고, 이별 또한 아프게 느끼며 빠져 나오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주 나중에 돌이켜 보면 그것이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 봄날 분분히 흩날리는 꽃잎처럼…
세 번째 장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는 날에는 오직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마음 주문입니다. 작가는 후회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았음에도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기지 못했다고, 꿈 많고 욕심 많던 아이가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먹고사는 고민에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청춘의 황금기를 흘려보냈다고,
나는 인생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찾고 싶다.
나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길이 무엇인지 꼭 알고 싶다.
나로 태어났으니 나를 위한 삶을 살 것이다.
시들지 않는 삶을 살 것이다.
- 「시들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중에서(p.193)
그렇게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잣대에 맞춰 살다보니 늘 위태위태하고 불안해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눈앞에 닥친 문제와 먹고사는 일에 급급하다보니 삶의 방향이 잘못되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작가는 다짐합니다. 이제부터는 마음 밭을 가는 일에 열중하며 시들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그리고 독자에게도 전합니다. 어제보다 오늘을 더 잘 보냈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니 의심하지 말고 가야할 길을 가면 된다고. 그 길의 끝에는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을 것이라고,
어제보다 오늘 한 뼘 더 자랐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한 뼘이 모여 큰 나무가 될 테니까,
- 「어제보다 오늘 더」중에서(p.174)
네 번째 장에서는 문득 주저앉고 싶은 순간 나에게 전하는 글입니다.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려울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면 리셋 버튼을 눌러 처음에 가졌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인생은 후회와 자책과 반성으로 점철되었습니다.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머뭇거리지 말고 리셋 버튼을 눌러라.
절대 한심한 행동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절망적일지 모르지만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기회는 또 찾아온다.
길을 선택하기 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 보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종료가 아닌 다시 시작」중에서(p.223)
꿈은 초조해할수록 더 멀리 달아난다고 합니다. 그는 무언가를 당장에 이루지 못해 조급증에 안달하는 젊은이들에게 당부합니다.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목말라하고 최선을 다했는지, 그 일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하라고요. 꿈은 오로지 나만의 꿈입니다. 경쟁을 해야만 얻는 게 아니기에 지금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이 되고 싶다. 앞으로 내 인생은 어느 곳에서든 빛날 것이라고 작가는 마지막으로 다짐하고 소망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응원합니다.
사람마다 봄이 오는 시기가 다르대요.
그러니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요.
봄이 안 오는 게 아니에요.
조금 늦게 오는 거예요.
붙잡고 있는 희망을 놓지 말아요.
내가 함께 잡아줄게요.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할 수 있어요.
- 「내가 당신의 봄이 되어 줄게요」중에서(p.256)
작가는 책의 갈피마다 본인이 젊은 시절을 지나오면서 겪은 삶의 희비를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감당하기 어려웠을 많은 고민과 고통이 밀려들어 아픔의 크기에 비례해 청춘의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을 것입니다. 고단한 일상을 작가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긍정의 메시지를 끄집어내 코끝 찡한 공감과 가슴 벅찬 위로를 독자들에게 건넵니다.그는 책 끝자락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은 훨씬 더 멋진 사람이다. 당신은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고 우리에게 용기를 줍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 망설이지 말고 스스로에게 인색하지 않았으며 좋겠다며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그의 따뜻한 기도가 꽃향기처럼 마음에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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