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THE DAY 42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던 사병후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사병후를 바라보고 있는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궁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박사님! 저희 위치가 발각된 거 같습니다. 홈페이지 관리하는 친구로부터 연락인데 정화재단 홈페이지가 누군가에게 해킹 당했답니다. 회원 명단을 모두 카피해 갔다니깐, 아마 여기 아지트도 곧 발각될 겁니다.”

사병후가 전화통화 내용을 모두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요?”

윤재룡이 사병후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렇게 계속 밀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망만 치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것 같아 윤재룡은 초조했다. 어서 안정된 곳에 자리 잡고 준비한 일을 하나씩 실천하고 싶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이미 대책을 세워놓았습니다.”

그때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는 회원 한 사람이 숨이 턱에 차 헐떡거린다. 밖에서 망을 보고 있던 이경호 회원이었다. 너무 숨이 찬 나머지 그는 말까지 더듬었다.

“수... 수상한 사람들이 이... 이리로 올라오고 있어요. 우리가 막을 테니 회장님과 박사님은 어... 어서 피하세요.”

경호는 숨을 몰아쉬며 겨우 말을 이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만으로도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 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경호 씨! 그럼 뒷일을 부탁해요.”

사병후는 경호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당부했다. 이제 다시 도피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어서 가시죠.”

사병후는 윤재룡을 재촉했다. 이미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미리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윤재룡 박사를 안전하게 도피시켜야 할 임무가 있는 그로서는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박사님! 옥상으로 올라가시죠.”

사병후가 앞장서고 윤재룡과 넬사와 파스파가 뒤따랐다. 일행을 이끌고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오른 사병후는 옥상에 놓인 나무사다리를 건너편 빌라의 옥상에 걸쳤다.

“제가 먼저 건너서 저쪽 사다리를 잡겠습니다.”

파스파가 몸을 훌쩍 날려 건너편 옥상으로 가볍게 뛰어넘었다. 2미터가 넘는 거리를 선 자리에서 간단히 건너뛰었던 것이다. 한 쪽 다리를 뻗었을 뿐인데 파스파는 어느새 저쪽에 건너가 있었다.

“대단하네!”

사병후는 파스파의 몸놀림에 감탄해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축지법을 쓰는 숨은 도인을 만난 것처럼 그는 얼굴에 홍조까지 띠었다.

“파스파는 오래도록 요가와 수련을 계속 해서 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날렵하죠. 요가와 수련을 통해 우주의 기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까지 익혔고, 무술도 상당한 수준이지요.”

“박사님도 파스파 만큼의 실력이 있으신가요?”

“나도 상당한 수행을 했지만, 파스파에 비하면 모래알 수준이지요. 자! 우리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사다리를 건너갑시다.”

윤재룡이 궁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병후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하였다.

건너편 사다리 끝에 올라선 파스파가 손을 내밀었다. 먼저 올라선 사병후는 사다리 위를 조금 걸어 파스파의 손을 잡았다. 다음으로 넬사가 올라와 사병후의 손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넬사의 손을 잡고 윤재룡이 올라섰다.

파스파가 서서히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자, 모두들 조금씩 몸을 움직여 무사히 사다리 위를 걸어 반대편 건물로 건너갔다.

“저쪽에 놈들이 올라오고 있군요.”

사병후가 아래쪽 골목을 손가락을 가리켰다.

한 무리의 사내들이 고개를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박사님! 어서 여기를 뜨시지요.”

사병후가 질린 얼굴로 윤재룡 일행을 재촉했다.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저들이 들이닥치면 남아서 아지트를 지키고 있는 이경호 씨 일행이 위험하겠지요?”

파스파가 다급해져서 서두는 사병후의 팔을 잡고 만류한 뒤에 옆에 있던 넬사를 손을 스스럼없이 잡았다.

넬사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에 파스파는 넬사와 잡은 손을 고개를 올라오는 무리 쪽으로 힘껏 뻗었다.

그와 동시에 허겁지겁 뛰어오는 사내들 앞쪽 바닥이 쩍 갈라지면서 땅이 아래로 푹 꺼져버렸고, 하수구에서 흘러나온 물이 사내들을 확 덮쳤다.

느닷없이 봉변을 당한 사내들이 하수구로 떨어지고 물을 뒤집어쓰며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대기하고 있던 이경호 씨 일행들이 몽둥이를 들고 사내들을 습격해 사정없이 후려치는 것을 보았다.

파스파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는 넬사와 사람들을 이끌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옥상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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