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코인과 거래소 거품의 모순

'퍼블릭 블록 체인은 암호 화폐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 맞는 말이다. 다만 관점에 따라 틀린 말일 수도 있다.

'퍼블릭 블록 체인 운영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주려면 암호 화폐 거래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 이건 틀린 말이다.

블록 체인 프로젝트 따위의 초기 기여자는 대게 선의를 가진 얼리 어댑터.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다. 오히려 남보다 앞서 가고 있다는 만족감이나 새롭고 의미 있는 일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이런 사람들에게는 훨씬 중요하다.

비트 코인 역시 얼리 어댑터의 노력으로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기존 화폐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비트 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를 시작으로,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얼리 어댑터들 사이에서 비트 코인을 화폐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갔다.

서서히 일반인도 비트 코인의 존재를 알아갈 쯤 투기 광풍이 몰아쳤다. 이제 세상 모두가 비트 코인을 알지만, 더 이상 비트 코인으로 피자나 핫도그 사먹는 용자는 없다. 거래소는 암호 화폐를 실물 경제와 동떨어진 투기판 칩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비트 코인은 커뮤니티 내에서 화폐 가치가 채 형성되기도 전에 거래소에서 거품이 먼저 커져버렸다. 제 3자의 중앙 통제를 제거하여 기존 화폐의 모순을 극복하려던 비트 코인은, 훨씬 위험하고 허접한 제 3자인 거래소들 안에 갇혀버렸다.

만일 암호 화폐 시대가 온다면, 전에 비트 코인이 그랬던 것 처럼, 거래소 밖에서 서서히 성장할 새로운 화폐가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 날이 오면, 비트 코인 가격은 본래 가치에 수렴할 것이다. 그게 얼마냐고? 물론 제로.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