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라는 옷을 입은 나체와 튼살치료

프랑스 최초의 누드화
유럽의 미술관을 들렀을 때 자주 만나는 작품의 소재 가운데 인간의 알몸, 특히 여성의 누드(nude)가 있습니다. 영국의 미술사가인 케네스 클락 Kenneth Clark은 누드를 가리켜 “예술이라는 옷을 입은 나체(naked)라고 했는데 누드라는 개념을 이보다 정확하게 정의한 말은 없을 듯합니다.
여성의 누드를 그린 시대와 예술가는 다양하지만 주제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누드를 그려도 되는 소재가 나름 정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너스를 비롯한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 루크레티아 같은 역사 속 인물, 수산나 같은 성경속 인물 등이 대표적인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누드를 그린다는 것은 세속적인 소재를 대상으로 하는 창작 활동이 금지되었던 중세에는 꿈도 꿀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14세기에 이르러 르네상스가 이탈리아 문화계를 중심으로 일어나면서 여성의 누드를 그리는 것이 조심스럽게 허용되기 시작합니다.
그런 이유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기본 정신은 단순한 재상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재발견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 육체 본연의 아름다움과 거기서 파생되는 균형미와 조화 등을 이탈리아 예술가들은 용기를 내어 발현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에바 프리마 판도라는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 [장 쿠생 Jean Cousin 1490-1560]의 작품이다. 이 그림은 1500년께 이탈리아에서나 가능했던 여성누드가 유럽 전체로 퍼져가는 신호탄으로서의 의미를 지닙니다.[이탈리아는 보티첼 리가 비너스의 탄생을 그림으로써 누드화의 시작을 알립니다.]
“아마도 에바 프리마 판도라는 프랑스 미술에서 최초의 누드화로 추정된다. 길게 누운 육체에서 우리는 차갑고 창백한 피부색을 마주하게 된다. 성경의 이브를 그리면서, 그녀가 동시에 판도라라고 이야기하는 장치를 넣은 것은, 그림속 여인이 세상의 모든 악을 상징한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녀의 팔을 잘 살펴보자. 왼손은 느슨하게 항아리에 얹어 인간의 모든 불행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도록 방치하고 있으며, 팔에는 이브의 유혹인 뱀의 형상이 감겨 있다. 오른손에 살짝 보이는 선악과(사과)의 모습과 그녀가 살짝 베어 문 흔적도 보인다. 여자의 이 두 실수로 인간은 불행과 함께 살며 낙원에서 추방됐음을 가리킨다.”

“세상의 모든 악!” 무시무시하시죠? 하지만 여기서 ‘악’이란 인간 본성의 모습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서양문화에서 여성성이라고도 이야기되는 약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프랑스 역사학자들이 모여서 쓴 <여성의 역사>라는 저서에서 공동 집필진은 “어쩌면 여성이 해방되는 역사는 인간 발전의 역사와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고도 했습니다.

루브르를 거닐며 인문학을 향유하다,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어바웃어북, 안현배 지음, 페이지 161-163

위 책을 보면 선악과를 먹으라고 뱀이 유혹을 하듯이 한번 누드화가 시작되니 유럽 전체로 퍼져나감을 볼수 있다. 사실 옷이 짧아지는 역사도 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한번 퍼뜨리면 전세계 사람이 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한 여가수가 미니스커트를 입어서 순식간에 퍼지고 충격을 주었지만 지금은 비일비재하니 별로 쇼킹하지는 않다.
문제는 이렇게 한번 봇물터지듯이 발생한 의상의 자율화에 대해서 결국 더 짧은 것 더 자극적인 옷의 경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서구는 가슴이 파인 옷을 강조하는 반면에 한국은 기타 국가의 여성에 비해서 허벅지까지 드러나는 짧은치마등을 입는 경향이 크다. 그럴수록 튼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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