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바뀌고 바뀌지 않은 것들.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hjk8596 , Pohang입니다



오늘 아침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렇게 칼바람이 살을 에는 날씨에 제 고향 동네를 쭉 산책해 보았습니다.

춥다는 변명 아래서 매일 이불속에서 소라게처럼 있다보니
자고 일어나고 자고 밥먹고 다시 자고를 반복하게 되기에
글감을 얻기위해서 나왔다고 볼 수 있겠네요 ㅎㅎ

여유롭게 한 시간정도 고향 동네를 쭉 둘러보니
'어? 원래 여기 이 건물이 있던가?' 싶은 곳이 많더라구요.
예를 들면 초등학생때 귀신의 집이라 부르며 또래놈들끼리 담력시험이라며 들어가서 서로 무섭지 않은척 하며 분신사바 분신사바를 했던 곳이 어느새 싹 밀리고 그 자리에 오피스텔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네트랍시고 밧줄을 걸고 족구를 하던 넓은 공터에 그 부지가 얼마나 넓었는지를 가늠케 해주는 대형 편의점이 생겼네요.
그리고 초등학교 앞에 일렬로 쭉~ 늘어서있던 문방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 간판들이 보이지 않고 부산에서 살면서 자주 본 대형 팬시점의 간판이 걸려있습니다.

바뀐 것들에 '고향도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에 어딘가 그리운, 어릴적 방방곳곳 쑤시고 다닌 고향의 정겨움이 점점 퇴색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 10년간 변한 것은 비단 고향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변해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자전거 타는 것을 무서워하여 중학생때까지도 자전거를 못타던 친구가 어느새 자기 알바비를 탈탈 털어서 때깔좋은 bmw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고
초등학생때 부터 고등학생때까지 의사가 되고자 하던 친구는 어느새 꿈이 바뀌어 현재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되어있으며 , 영어를 끔찍히도 싫어하던 녀석은 얼마전 전역하고 군 월급을 꾸준히 모아둔 적금을 깨고 호주로 깡 박치기 워킹홀리데이를 나갔네요.

고향의 풍경과 친구들이 변한만큼 저도 많이 변했음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술과 담배를 학창시절동안 끔찍히도 싫어하던 제가 애주가에 흡연자가 되어버린 점에 친구들은 저를 볼때마다 '그리도 싫어하던거 지혼자 다해뿌네 ㅋㅋㅋㅋ' 하는 것을 보니 저도 그들의 눈에선 어느새 과거의 모습과는 다름이 보였겠죠 ?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음에 마음의 평안을 얻곤 합니다.

친구들과 여름마다 치킨을 인원수대로 시켜서 정자에 앉아 찌는듯한 열대야를 함께 보낸 그 강변은 그 때 그 모습을 고히 간직하고 있었으며 낚시광 아버지를 둔 친구의 낚싯대들을 빌려와 친구들과 함께 낚시를 하던 산 아래 큰 호수는 아직도 그 넓고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제 팔목만한 붕어를 잡은 그 때 기억이 나네요 ㅎㅎ

고향이 그 그리움, 추억 그리고 그 모습을 간직해왔듯이 그대로인 친구들도 있습니다.

항상 정치얘기로 서로 싸우던 친구 셋은 서로의 정치에 대한 뜻을 위해 각자 SKY라 불리우는 대학의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하여 아직도 단체 카톡방에서 티격대격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초등학생때 어느순간부터 유도에 꿈을 보이던 덩치가 산만한 친구는 학창시절부터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유소년 국대를 지내고 지금은 체육계에서 최고로 꼽아주는 대학에 들어가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휩쓸고 다니네요.
제가 태권도를 하는동안 전국 대회에서 메달을 거머쥐던 모습을 보고 태권도의 매력에 이끌려 태권도를 시작한 녀석도 지금은 제가 태권도의 길을 접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태권도를 하여 지금은 선수 준비를 하고 있다네요.
그리고 항상 분위기메이커였던 수다쟁이 녀석도 여전히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모이면 항상 그 자리의 텐션을 끌어올려주며 재밌게 놀다갈 수 있게 해줍니다.

오늘 집으로 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아쉬워하면서도 그대로 있어주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항상 추억이 깃든 곳이나 그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그 때 그 곳에, 그 때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는 것은 언제나 욕심뿐이겠지만 그래도 그 때 그곳에, 그대로 있어주는 장소와 사람들이 있기에 고향이 고향답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사색에의한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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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k8596님 안녕하세요. 써니 입니다. @julianpark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변하는 것은 변하는대로 그 세월을 담아내어서,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세월보다 강한 것이라서 모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글 속에서 고향과 가족, 친구들(그리고 술, 담배, 치킨)을 향한 포항님의 애정을 느낄 수가 있어 좋았습니다. 돌아갈 곳,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놈의 담배는 늙어서까지도 피우고 있을것같아서 빨리 끊는게 올해 목표입니다 ㅋㅋ큐ㅠㅠ
돌아갈 곳에 대한 얘기가 나오다보니 제 아는 어르신은 고향이 댐에 잠겨서 고향이 아틀란티스가 되어버려서 갈 수가 없다고 한 얘기가 떠오르네요

사람이 변하고 주변이 변해도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생각이 드는건 저 뿐만이 아니었군요 ^^

제가 어울려노는 친구들 무리중에서 제일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추억의 장소가 과거 기억하던 그 모습과 달라져 있으면 아쉬움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정말로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 느끼게 되요 ㅎㅎㅎ

가상화폐 평가에서 스팀이 B-래요! (5위)
^^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변하지 않은 것에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홍보해

변하지 않는 고향이 있어
언제나 그리운것 같습니다
짱짱맨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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