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자영농노의 삶-장사일기> 우리는 여기서 Exit 할 수 있을까

in #kr5 years ago

2019.8.2 / 금요일 / 날씨 : 흐리다 폭우 쨍쨍 현재는 다시 흐린걸로

남편도 나도 오늘 오전에 일이 평소보다 적어서 30분 정도 늦게 출근했다. 그래서 남편은 6시 정도에, 나는 6시 30분 정도에 출근했다. 남편은 나보다 일찍 출근하는데 가게가 워낙 작다보니 둘이 동시에 출근하면 이래저래 동선이 겹쳐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내가 일이 좀 많아서 남편보다 일찍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본인 원래 일하던 루틴에 차질이 생기니까 약간 짜증냄 ㅋㅋㅋ 오호, 그렇단 말이지? 예전에는 남편이 일을 너무 많이 하나 싶어서 살짝 미안했는데 (왜냐하면 남편은 나보다 퇴근시간도 늦음) 그 뒤로는 그냥 마음 편하게 30분 정도 늦게 출근해준다(?) ㅋㅋㅋ

평일 점심에만 사람이 다니는 상권이라서 우리는 음식장사를 하면서도 본의 아니게 점심만 팔고 있다. 그것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왜 저녁에는 장사 안하냐고 묻는 손님들이 종종 있고, 점심만 해도 장사가 잘되서 그러는거지? 라고 짐작하듯 떠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첫번째 이유는 우리가 너무 힘들어서. 두 번째는 저녁에는 진짜 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주말에도 사람이 없다.

대충 6월 부터 10월까지는 허리케인 시즌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비오고 바람불고 이런 날이 더 잦다. 그래서 요즘 날씨가 별나게 구리구리하다. 우리가 손님을 1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받는데 오늘은 딱 고 시점부터 비가 진짜 엄청나게 쏟아지는것. 술마시고 변기 붙잡고 토할때 느낌으로 우와오아ㅘ왁 하고 왔다. 오늘 장사 망했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래도 이 비를 뚫고 오는 손님들 꽤 있었는데 오늘도 그렇겠지...제발??? 했는데 뭐, 망했다. 금요일이 그래도 장사가 가장 잘 되는 날인데 겨우 겨우 500유로 매출을 채우고 일찌감치 접고 집에 왔더니 기적적으로 4시 20분!! 평소보다 청소기를 좀 더 꼼꼼하게 돌리고 늦은 점심겸 이른 저녁을 먹고 식곤증이 몰려와 서,너시간이나 잤는데도 아직도 같은 날이라니. 그런데 일찍 끝나서 남들처럼 저녁시간 가지는게 좋으면서도 매출이 떨어지니 불안한것도 사실. 사실 지금 학교 방학에다 휴가 시즌이라서 다들 어딘가로 놀러가고 섬이 약간 텅 빈 상태라는 말을 듣긴 들었다. 자주는 아니어도 이런 날들이 생길때면 남편이랑 하는 얘기가 빨리 가게 팔아야 되겠다고. 주식도 코인도 아닌데 물리기 전에 빨리 나와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미 물린 이 느낌 무엇.ㅜ

상권이 이러하다 보니 일하는 시간에 비해서 우리가 음식을 팔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제한적이라서 그다지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좀 더 경쟁적이어도 파이가 훨씬 크고 유동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곳으로 가자고 남편과 잠정적으로 결정은 한 상태다. 그러나.. 가게 권리 파는게 한국만큼 쉽지 않은 곳이다. 한국엔 요즘 무권리 점포들도 많이 나온다고 들었다. 망하는 가게들이 너무 많은건가? 우리 가게가 있는 같은 거리에 프렌치 레스토랑이랑 이탈리안을 표방한(?) 레스토랑이 있는데 두 가게다 내놨었던 상태. 둘 다 우리가게 크기 1.5배 정도는 되는데 하나는 55,000유로에 다른 하나는 88,000유로에 가게 권리를 내놨다. 한 가게는 내놓은지 1년도 넘은 상태인데 아직도 못팔고 그냥 장사중. 다른 가게는 못팔고 현재는 문 닫았다. 계약때문에 월세는 계속해서 내고 있는 상태라고 들었다. 아니 우리 가게보다도 큰 가게들이 그런 가격에 나오면 우리는 얼마에 내놔야 하는 거냐면서. 회계사한테 듣기로는 여기서는 권리금이라는게 1년매출의 보통 80프로로 책정한다고 했는데 저 가게들보다도 싼가격에 내놓지 않으면 어차피 같은 상권이라서 우리 같이 작은 가게는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을텐데 그럴바엔 그냥 계속 운영하는게 나은데.. 그래서 우리가 물렸다는 표현을 쓰는거다. 이 가게가 햇수로 이제 3년차인데 벌써 매출과 더불어 심리적으로 정체기가 온 것 같다. 여기서 더 키우든, 아예 다른걸 하든 일단 이 작은 공간에서 나가야 가능한데..

진짜 우리는 여기서 Exit 할 수 있을까?

+한국음식, 명불허전 비빔밥 오늘 5개 판거 실화냐..

++자영업 하는 분들 퐈이팅.. 하 근데 일단 당장 나부터 퐈이팅 해야될듯

A13B5447-CE4A-4BA0-9246-BF43738CF03D.jpeg

Sort: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너무 크네요 힘내세요

엄청 맛있어 보입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8
JST 0.033
BTC 89395.14
ETH 3102.08
USDT 1.00
SBD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