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in #kr7 years ago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0&aid=0003141117

기사 중간에 이런 문장이 있다.

'국내에서 야외 대형 음악축제의 효시는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난 그 때 거기에 있었다. 당시 대학교 1학년에게 9만 원은 꽤 큰 돈이었는데 그래도 이틀 공연을 전부 예매했다. 처음 열리다 보니 정보가 없었다. 1박2일 공연인데 나와 친구는 숙소가 있는줄 알았는데 텐트를 제공해 주더라. 식사를 주는줄 알았는데 내가 직접 해 먹어야 되더라. 캠핑 수준이었다.

당시 송도는 지금과 달랐다. 그 때는 허허벌판이었다. 주변에 식당 하나 없었다. 텐트를 대충치고 친구랑 택시타고 시내가서 밥 먹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빵쪼가리 몇 개 사서 돌아왔다.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주변에는 전기시설도 없었고 우리에게는 이불도 베개도 없었다. 그냥 텐트에 둘이 누워서 그냥 개소리만 씨부리고 있었다. 옆 텐트에서 삼겹살 굽는 냄새가 계속 났다.

그냥 당시 상황을 욕하면서 계속 개소리만 씨부리고 있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우리는 갈아입을 옷은 한벌만 준비했다. 이틀 공연이니까. 밤이 깊어지자 비가 진짜 졸라 내렸다. 자다가 텐트가 무너졌다. 비 졸라 쳐 맞으면서 텐트를 보수했다. 그래도 그때는 그냥 웃겼다. 몸은 좀 힘들어도 아침부터 시작될 공연을 본다는 기대감이 컸고 어렸으니까.

공연은 원래 논스톱이었다. 계획은 아침 9시인가 10시부터 밤까지 쉴새없이 밴드가 계속 무대에 올라와 달리고 다음날도 같은 방식이었다. 그런데 비 때문에 공연 시작이 오후로 연기됐다. 친구와 나는 아침부터 밥이고 뭐고 그냥 무대 앞으로 달려갈 생각이었지만 연기되면서 아침에도 텐트에 있어야 했다. 벽돌같은 마늘빵과 생수를 먹었다.

비가 잦아들면서 시작된 오후 공연은 진짜 최고였다. 애쉬를 시작으로 매치박스20가 뒤를 이었고 크래쉬도 무대에 올랐다. 문제는 매드 캡슐 마켓츠가 준비를 하는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또 무기한 연기. 비가 진짜 졸라 내렸다. 송도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임시 화장실이 둥둥 떠다녔다. 물이 종아리까지 찰랑였다. 우리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저녁에 짐을 쌌다. 사실 쌀 짐도 없었다.

공연장을 빠져 나오는데 딥 퍼플의 음악소리가 들렸다. 비가 잦아들었다. 순간 돌아갈까 고민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결론적으로 이 선택은 좋았다. 친구가 원했던 첫 날 메인 프로디지도 공연을 못했고 내가 원했던 이튿 날 메인 rage against the machine도 공연을 못했다. 이튿 날도 공연장은 물바다가 됐고 공연은 전부 취소됐고 이 소식은 그날 뉴스에도 나왔다.

진짜 거짓말 아니라 친구도 나도 진흙 투성이가 된 신발을 신고 쫄딱 젖은 옷을 입고 개거지꼴로 인천 송도에서 서울까지 지하철로 상경했다. 임시거처였던 또 다른 친구집에 갔다. 아직도 그 날 친구 누나가 차려준 밥상이 잊혀지지 않는다.

RATM공연은 이후 내한 때도 결국 보지 못한 채 팀이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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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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