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경찰수사이어 '폐쇄'방침...정부 규제안 정리
올해들어 암호화폐 규제 강화가 본격화한 가운데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관련 법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신년기자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에 이어 강력한 규제 의지를 재확인했다. 법무부는 당시 국내 암호화폐 거래 전면 금지 등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서만 블록체인이 발전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것과 연계시키는 것은 문제점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가상화폐라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정확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가상증표' 정도로 부르는 게 정확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 도박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거래소 폐쇄 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중간에 여러 대책이 마련돼 집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투자금을 모집하는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화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했다. 블록체인 등 디지털 혁신 기술은 인정하나 암호화폐는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후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와 관련 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지난달 28일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으로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천명했다. 시중은행의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이 즉시, 전면 중단되면서 신규 투자자의 진입은 차단됐다.
정부 합동 대책과 관련해 홍만기 국무조정실장은 “국내외에서 시세조작, 불법자금 유입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 되고 있고 시중자금이 생산적인 부분에서 이탈해 투기로 흐른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는 가상통화 투기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국내외 거래소간 시세차이가 50%를 넘자 정부는 투기열기를 잡기 위한 다양한 추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금융당국과 국세청 조사, 경찰 수사로 투기 거래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8일부터 시중 은행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에 대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가)자금세탁, 사기, 유사수신 등 불법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가상통화 취급업소(거래소)에 대한 해킹 문제나 비이성적인 투기과열 등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직접적인 규제체계가 사실상 없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 최대 거래소 ‘빗썸’은 10일 오후 전격 국세청 세무 조사를 받고있다. 당국은 조사결과 자금은닉, 범죄 연루 등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거래소를 폐쇄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수수료 수익으로 하루에 20~30억원 가까이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빗썸’ 등 상위 암호화폐 거래소의 일 거래대금은 지난해 하반기 2조5000억원에서 3조원대로 코스닥 일 거래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가격 폭등 이후 투기 자금이 몰리면서 ‘업비트’ 등 일부 거래소는 일거래량이 월 최대 7~8조원대에 달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의 통상적인 수수료 0.015%( 주식거래 제세금 0.3% 제외)의 10배인 0.15% 수준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수료는 출금 뿐 아니라 각 거래에도 매겨진다. 거래소에서 화폐를 암호화폐로 바꿔 거래한 뒤 가상화폐를 다시 화폐로 출금하는 과정에서 출금 수수료가 이중으로 부과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불법거래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중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업계 3위 거래소 ‘코인원’ 관계자들을 수사 중이다. 도박과 유사한 '마진거래' 서비스를 회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다.
거래소 "거품빼기 일 것"
이날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입장을 공식 재확인한 것이 알려지면서 관련 내용이 종일 인터넷 포탈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내 모든 암호화폐가 한때 급락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20%대 폭락했고 알트 코인들도 대부분 10~20%대 폭락을 면치 못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쇄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
당혹감 속에 일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청와대 온라인 청원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거래소 폐지를 규탄하는 내용의 청원이 폭주하면서 한때 서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업계는 설마 폐쇄하겠냐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거래소를 폐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거품을 빼기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정부가 거래소 폐지를 지속적으로 언급할 경우,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강경한 정부 방침에 정치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언급에 대해 "이것만이 답일까, 아닐듯 하다"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